통합검색
헤드라인뉴스 검색결과
-
-
[대한기자신문] 부산을 해양수도로, 위대한 부산시민 일 잘하는 전재수 부산시장 선택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대기자] 부산 시민들의 선택은 결국 ‘발전’이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시민들의 압도적 기대 속에 승리를 거두며, 부산은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게 됐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나 인물 교체를 넘어, 침체된 부산 경제를 되살리고 대한민국의 미래 해양전략 중심도시로 부산을 키워야 한다는 시민들의 강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전재수 당선인은 ‘해양수도 부산’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 적임자라는 신뢰를 얻었다. 부산 시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의 첫 관문도시 부산이 왜 수도권에 밀려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다.북항 재개발, 가덕도신공항, 북극항로 개척, 해양금융과 물류산업 육성 등 부산의 미래 성장 동력은 결국 해양산업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단순한 정부 부처 이전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이는 부산을 실질적인 대한민국 해양행정 중심도시로 격상시키는 역사적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전재수 당선인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부산 발전 현안을 누구보다 집요하게 챙겨온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여야를 넘나드는 협상력과 정책 추진력을 바탕으로 지역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해 온 점도 시민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말보다 일로 보여주는 정치인”이라는 시민들의 평가가 이번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민들은 정부·여당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부산 발전의 속도를 높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부산발전 역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일 잘하는 전재수 의원의 당선으로 해양 물류 금융 관광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집중 지원과 규제 완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부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부산은 앞으로 북극항로 시대의 핵심 거점도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 변화와 국제 물류 질서 재편 속에서 북극항로의 경제적 가치가 커지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 인프라를 갖춘 부산은 동북아 해양물류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전재수 당선인의 해양산업 중심 정책은 이러한 미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선거는 결국 “부산을 다시 뛰게 하자”는 시민들의 집단적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산업도시의 영광을 되찾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우뚝 선 부산을 만들겠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선거혁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부산광역시장후보 전재수 선거캠프 부산문화예술본부특위 권대근 공동위원장은 “일 잘하는 부산시장, 힘 있는 부산시장 전재수 시대의 출범과 함께 부산은 이제 다시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중심축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희망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위대한 시민들의 탁월한 선택으로 새로운 부산의 항로가 이미 열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 헤드라인뉴스
- 정치
-
[대한기자신문] 부산을 해양수도로, 위대한 부산시민 일 잘하는 전재수 부산시장 선택
전국뉴스 검색결과
-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8) 최혜영 ’활시위에 응축된 물질 상상력‘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8) 최혜영 ’활시위에 응축된 물질 상상력‘ 김예순의 ‘활시위’ 최혜영/문학평론가 문학은 상상력의 예술이다. 그것은 현실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힘이며, 인간 존재를 깊이 인식하게 하는 근원적 동력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상상력을 “흩어진 감각의 파편들을 종합하여 의미 있는 형식을 구성하는 자발적 능력”으로 보았다. 우리가 한 편의 수필에서 깊은 울림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그러한 창조적 사유가 작동하는 때다. 또한 가스통 바슐라르는 상상력을 현실의 단순한 모사가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변주하는 창조적 힘으로 규정하였다. 문학에서 상상력은 감각과 경험을 하나의 미학적 형상으로 통합하는 인식의 가교이다. 김예순의 「활시위」는 이러한 물질적 상상력이 역사적 체험과 결합하여 깊은 수필적 감동으로 승화된 작품이다. 작가는 청령포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단종의 비극적 운명을 마주한다. 그러나 청령포는 단순한 답사의 장소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청령포는 인간 존재의 고독과 상실이 응축된 상징적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작품의 중심에는 바슐라르가 말한 물의 상상력이 자리한다. 삼면을 감싸고 흐르는 서강은 세상과 단절된 어린 왕의 운명을 상징하는 물줄기이다. 작가는 단종의 눈물과 탄식, 그리고 왕방연의 시조를 강물 위에 포개 놓음으로써 인간의 슬픔을 자연 속에 스며들게 한다. 바슐라르에게 물은 흐름과 침잠, 기억과 정화의 원소이다. 작품 속 강물 또한 역사의 상처를 품은 채 흐르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물의 상상력은 세조의 피 묻은 적삼과 정순왕후의 자줏빛 염색 이야기로 확장된다. 적삼의 핏자국은 권력욕이 남긴 죄의 흔적이자 인간 탐욕의 비극적 결과를 상징한다. 반면 정순왕후가 붉은 치마를 물들인 자줏빛 염색은 상실과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 의지의 표상이다. 작가는 단종의 눈물과 세조의 핏자국, 정순왕후의 자줏빛 물을 하나의 이미지 계열로 연결함으로써 액체가 지닌 기억의 힘을 드러낸다. 이로써 역사적 비극은 추상적 관념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물질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독자의 감각 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와 함께 작품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대지의 상상력이다. 청령포를 둘러싼 육육봉의 험준한 산세와 어소, 그리고 망향탑은 모두 운명의 무게를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들이다. 바슐라르에게 흙은 존재를 지탱하는 근원이자 인간을 붙드는 무거운 물질이다. 특히 망향탑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다. 그것은 고향을 향한 단종의 그리움과 절망이 응축된 존재의 흔적이다. 작가는 돌과 산이라는 물질을 통해 유배된 왕의 실존적 고독을 공간 속에 새겨 넣는다. 흐르는 강물이 시간의 지속을 상징한다면, 침묵하는 대지는 그 비극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저장소가 된다. 그러나 작품은 비극의 무게에만 머물지 않는다. 육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관음송과 노산대는 단종의 슬픔을 품어주는 자연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깊게 뿌리내린 관음송은 고난 속에서도 삶을 견디는 존재의 의지를 보여주고, 노산대는 그리움과 희망이 머무는 정신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단순한 상실의 서사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성찰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인간의 권력 투쟁은 결국 역사 속 한순간의 흔적으로 사라지지만, 그 슬픔을 묵묵히 품어주는 자연은 오랜 시간 기억을 간직한다.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유한한 인간과 지속하는 자연 사이의 실존적 역설을 드러낸다. 이러한 물질적 사유의 여정은 작품의 마지막 문장에서 강렬하게 응축된다. “슬픈 역사가 강물 따라 흐르는 청령포에서 숨을 멈추게 하는 하루의 아련함이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해진다.” 여기서 ‘활시위’는 단종의 비극과 역사의 상처,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유가 응축된 미학적 결정체이다. 시위를 당기는 순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역사를 단순히 관조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슬픔을 현재의 감각으로 전환하여 독자의 내면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든다. 작품 제목인 「활시위」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역사와 인간, 기억과 사유를 하나로 묶는 핵심 상징인 셈이다. 김예순의 「활시위」는 역사적 공간인 청령포를 물과 대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인간 운명의 비애와 생명의 지속성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특히 물질 이미지들이 마지막 ‘활시위’의 상징으로 수렴되면서 작품 전체에 강한 응집력을 부여한다. 그 결과 역사는 과거의 사건을 넘어 현재의 감각으로 되살아나고, 수필은 단순한 체험의 기록을 넘어 고도의 미학적 성취를 이룬 예술로 승화된다. 이는 수필이 지닌 상상력의 힘과 문학적 가능성을 새삼 확인하게 하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최혜영 주요 약력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2007)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박사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부주간 △에세이문예 수필계간평 집필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감사 △부산문인협회 이사 △권대근문학상 자문위원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역임 △한국에세이 평론상 △부산수필문학협회 작품상 △부산북구문인협회 작가상 수상 △공저, 『오늘의 수필 비평1,2,3』 ▮김예순 <활시위> 하늘은 맑고 푸르기만 해 서강을 비추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강원도 영월로 역사 속 어린 단종의 삶에서 죽음까지 사유해 보는 문우들과의 기행이다. 경자년 오월의 넷째 토요일, 강원도 영월로 조선의 6대 왕 단종을 만나러 간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꽁무니가 아직도 감춰지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가운데 버스를 타고 또 나룻배를 타고 역사의 현장인 청령포에 들어서니 단종의 그 애타던 그리움이 온몸을 휘감아 온다. 세종의 손자인 단종. 세종은 아들을 열여덟이나 두었으나 맏아들인 세자에게 원손이 없어 애를 태우던 차에 현덕빈 권씨에게서 원손을 얻었다. 단종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어머니를 잃고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왕실의 어여쁨은 독차지했다. 세종은 어린 세손의 장래를 근심하여 성삼문과 박팽년, 신숙주 등에 세손을 잘 보살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단종이 12세 되던 해 아버지 문종이 재위 3년 만에 병으로 세상을 뜨자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작은아버지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일으켜 정인지, 한명회, 권남 등과 결탁하여 이듬해 단종을 보필하던 영의정 황보인과 좌의정 김종서 등을 암살한다. 동생인 안평대군을, 누명을 씌워 강화도로 유배 보내고는 얼마 후 사약을 내린다. 곧 수양대군은 최고 권력자가 되니 단종은 허수아비 왕이 되어 버렸다. 수양대군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단종은 3년 만에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니 수양대군이 7대 왕인 세조다. 다음 해 성삼문, 박팽년, 이 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등이 단종의 복위를 계획하였지만, 합류했던 김질의 배반으로 발각되어 처참히 죽게 되니 이들이 사육신이다. 이 사건으로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고 영월 청령포에 유배된다. 30여 년 전 역사의 현장을 보기 위해 오대천 계곡을 끼고 오대산 상원사로 향하던 일이 생각난다. 예고 없이 내린 눈에 발이 푹푹 빠져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 속에서 동행한 스님의 기지로 양말을 껴 신기도 하고, 또 새끼줄로 신발을 옥여 매어 간신히 상원사에 도착했다. 거기서 단종을 폐위시킨 세조에게 내린 천벌을 보았다. 법당의 한편에 속죄하듯 누워있는 피고름 묻은 세조의 명주 적삼은 내내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권력이 무엇인지 권력 앞에서는 친구도 조카도 없는 소용돌이 속 역사는 알면 알수록 깊어지는 느낌이다. 단종 유배지 청령포는 아픈 역사와 절경으로 1971년 12월 16일 강원도 기념물 15호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12월 26일 명승 제50호로 변경되었다. 청령포는 영월군 남면 광천지 남한강 상류에 있다. 강의 지류인 서강이 휘돌아 흘러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으로는 육육봉의 험준한 암벽이 있어 마치 한반도처럼 생긴 지형이다. 17세 어린 단종이 그 시절 한양에서 영월 이곳까지 머나먼 길을 쫓겨 내려갈 때의 슬픈 심정은 어찌 글로 다 표현하겠는가. 첩첩으로 서서 길을 막는 산중의 소나무와 빙 둘러싼 서강은 무슨 말로 단종에게 인사를 했을까. 그러나 이곳 생활도 잠시 경상도 순흥에 유배되어 있던 넷째 작은아버지 금성대군이 다시 단종 복위를 꾀하다 실패하니 노산군은 다시 서인으로 강등되었으며 단종의 나이 17세인 1457년 10월 죽임을 당하였다. 몇 년 전 원도심 B 서원 인문학 카페에서 수신인은 상관없이 편지글 쓰기가 있었다. 나의 마음도 이별의 아픔을 겪은 뒤라 그리움에 젖은 설음까지 구구절절이 정순왕후에게 쓴 편지 생각이 난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는 판돈령부사 여량부원군 송현수의 딸로 1454년 왕비로 책봉되었다. 삼 년 뒤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되자 정순왕후도 궁궐에서 쫓겨나 부인으로 강봉 되었고 그 후 단종을 영영 만나지 못하였다. 단종의 죽음을 알게 된 정순왕후는 매일 정업원 지금의 청룡사의 뒤 산봉우리 동망봉에 올라 영월을 바라보며 통곡했다고 한다. 정순왕후가 산봉우리에 올라 곡을 하면 백성들도 따라 울었다. 양반 가문의 딸로 또 왕비로 살았지만, 궁을 떠난 후에는 스스로 일을 해서 생계를 이을 수밖에 없었다. 손재주가 있은 덕에 옷감에 자줏물을 들이는 염색 일을 도우면서 입에 풀칠이나마 할 수 있었고, 그런 생활 속에서도 모진 목숨이 여든을 넘게 살았다. 1698년 노산으로 강봉 되었던 단종이 복위되자 정순왕후도 부인에서 왕후로 복위되었다. 죽은 지 200년 만의 일이었다. 그런 애절함이 있었기에 능호도 사능思陵이라고 하였을까. 사필귀정이듯 조선 왕릉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까지 되었다. 지금도 육지의 섬인 청령포는 나룻배 없이 갈 수 없는 곳이다. 우리 일행이 오랜 세월을 이고 선 소나무 길과 낮은 담장을 지나 단종의 어소에 다다르니 곳곳에 단종의 흔적이 그의 눈물처럼 서려 있다. 두고 온 왕비 송 씨를 생각하며 주변에 있던 막돌을 하나씩 주워 만들었다는 망향탑이다. 지금은 600년도 넘은 천연기념물인 관음송은 우리나라 소나무 중에서 키가 가장 크다고 한다. 하늘을 향해 양쪽으로 뻗은 가지에 앉아 시름을 달래기도 했다는 단종. 밤이며 구슬픈 단종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관음송이다. 우리 일행은 계단으로 된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오른다. 청령포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 했다. 여기는 노산대로 단종이 자주 올라와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한양과 두고 온 정순왕후를 그리워하였다고 한다. 생각만으로도 뼛속 깊은 서러움이 서린다. 560여 년 전 단종이 지은 ‘자규시’의 구절이다.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에서 나온 뒤로/ 외로운 몸 짝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맨다.⋯⋯하늘은 귀머거린가 애달픈 이 하소연 어이 듣지 못하는지 어찌 수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가 이런 어린 단종에게 형을 집행하려고 사약을 가지고 온 의금부도사 왕방연도 차마 고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해 평상시 단종을 모시던 이가 목을 졸라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옥체는 동강에 버렸다. 이에 왕방연은 하늘이 부끄러워 한양으로 떠나지 못하고 강가에서 시조 한 수를 남겼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맘 같아서 울며 밤길을 흐르누나’ 누구라도 옥체를 거두면 삼족을 멸한다는 어명에도 영월의 호장 엄홍도가 단종의 장사를 지내겠다고 강에 떠 있는 옥체를 수습해 산에 몰래 매장한 덕택에 단종은 다행히 장릉에 모셔졌다. 중종 11년 단종의 묘를 찾고 25년 후 영월 군수 박충원이 봉분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 단종이 돌아가신 뒤 241년 만의 일이었다. 2007년 4월, 단종을 추모하는 단종문화제 기간에 그를 보내는 국장을 550년 만에 치렀다. 해마다 영월에는 단종제를 지낸다. 올해는 세계적인 재앙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단종제는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순왕후처럼 애절한 마음이 되어 청령포에서 글을 읽고 있는 단종과 만난 날이다. 슬픈 역사가 강물 따라 흐르는 청령포에서 숨을 멈추게 하는 하루의 아련함이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해진다. <김예순 수필집 『움직이는 시간의 순간들』중에서> ▮김예순 주요 약력 △‘시와 수필’ 시 등단 △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사)부산문인협회 회원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이사 △신서정문학회 부회장 △부산수필문학협회 감사 △부산남구문인협회 이사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부산수필문학 작가상 △부산신서정문학회 작품상 △부산남구문인협회 작가상 △부산펜문학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가상 △수필집 ‘내 마음의 정원’, ‘움직이는 기억의 시간들’ △시집 ‘시 속에 피는 꽃’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8) 최혜영 ’활시위에 응축된 물질 상상력‘
-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7) 송명화 ‘잠김의 심연, 부력의 시학’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7) 송명화 ‘잠김의 심연, 부력의 시학’ 이정숙의 ‘잠김과 부력’ - 표현 26년 봄호 송명화/ 문학평론가 이정숙의 <잠김과 부력>은 삶을 떠받치는 부력에 대한 찬가이자, 인간이 상처와 침잠을 딛고 다시 떠오르는 방식에 대한 탐색으로 읽힌다. 이 작품에서 부력은 살아내려는 의지이며, 생존의 사투를 견디게 하여 끝내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다. 제목에서 잠김과 부력은 대등하게 놓여 있으나, 작품의 무게중심은 결국 부력 쪽에 실려 있다. 잠김은 어린 시절 물에 휩쓸렸던 공포, 제주의 역사적 상처, 해녀의 잠수, 삶의 고난 등으로 형상화된다. 반면 부력은 그러한 침잠의 상태를 견디게 하고 다시 삶의 자리로 떠오르게 하는 힘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상처와 회복의 구조를 물의 이미지로 치환한 방식은 이 작품의 중요한 미학적 쾌미라 할 만하다. 바슐라르가 <물과 꿈>에서 물을 인간 무의식의 심연과 연결시켰듯, 이 수필에서 물은 어린 시절 물에 빠졌던 기억이 침잠해 있는 내면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특히 물이 가진 몽상의 작용은 침잠에서 멈추지 않고, 용해와 정화의 원소로 확장된다. 공포를 녹여내는 상상적 의식으로 몸을 씻어내며 두려움을 극복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압권 중 하나다. 결국 그녀는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그 이후의 바다는 ‘양수의 기억을 복기시킨 편안함’으로 변모한다. 죽음의 물이 모성적 생명의 물로 전환되는 이 대목은 후반부 새의 귀환과도 긴밀하게 호응하며, 작품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상징 구조로 묶어낸다. 해녀는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모티프다. 잠김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떠오르는 존재, 물과 대립하지 않고 경계를 오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력을 뚫고 잠기고, 부력을 품고 오르는 빈틈없는 생존의 사투’라는 표현은 인간 존재의 원형적 투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숨을 울음과 바꿔내는 소리’로 형상화된 숨비소리는 바다의 울음과 해녀의 숨이 합쳐진 청각적 이미지로,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가장 시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감각과 존재의식을 동시에 흔드는 이러한 표현은 이 작품이 지닌 서정적 깊이를 배가시키며, 독자에게 오래 잔향을 남긴다. 바슐라르의 관점에서 보면 이 수필의 핵심은 결국 물의 이미지가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공포와 심연의 물이 모성의 물로 변모함으로써, 작가는 물을 치유와 귀환의 장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변환의 유연성과 사유의 깊이는 작품의 높은 문학성을 담보하는 요소라 하겠다. 한편 작품 속 ‘새’는 자유로운 영혼 혹은 의식을 상징한다. 새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존재이지만, 작가는 “아무리 멀리 날아가도 돌아와야 할 곳이 있다”고 말한다. 잠김은 물속, 부력은 수면, 새는 하늘이라는 수직적 구조 속에서 새는 부력의 궁극적 형상으로 자리한다. 즉 새는 잠김을 극복한 존재이며, 자유의 이미지이자 제주의 기억과 슬픔, 생명력을 품고 날아가는 상승의 존재다. 그러나 이 새가 귀속과 귀환의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물의 심상이 지배하는 작품 속에서 이처럼 상승과 귀환을 동시에 포괄하는 상징 구조는 작품의 철학적 밀도를 한층 높이며, 독자에게 존재론적 성찰의 여운을 남긴다. 또한 ‘바다는 눈물이 모인 곳’, ‘땅에서 흘러간 슬픔이 모두 모이면 이런 냄새일까’ 같이 시적 감각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곳곳에 보인다. 이미지와 감각을 앞세우면서도 의미망을 넓혀가는 이러한 문장들은 존재와 치유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자연스럽게 문학 속에 스며들게 한다. 개별적 현상과 행위에 대한 개성적 해석과 깊은 사유로 철학성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상당한 수필적 성취를 보여준다. 특히 사유와 감각이 하나의 문장 안에서 함께 살아 움직인다는 점은 이 수필의 큰 미덕이다. 총 17개 문단을 담아내다 보니, 서사의 명료성과 논리적 연결이 느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특히 도입부의 벽돌과 봄꽃 이미지는 이후 전개되는 부력의 의미망과 다소 거리감이 있어 독자로하여금 그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서사의 엄격한 인과 대신 의식의 흐름에 따른 연상과 몽상을 적극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수필에서 연상과 몽상이 하나의 미학적 전략으로 기능함을 보여주었다. 수필 <잠김과 부력>은 존재의 상처와 회복의 과정을 물의 상상력 속에서 길어 올림으로써 흔히 수필에 부족하다고 말해지는 상상력 부분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라 하겠다. ■송명화 주요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경남 남해 출신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2005) △에세이문예 문학평론(2010) △제8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초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도서비평가협회 부회장, 부산교대문학협회 회장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이사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수필집 <순장소녀>(세종도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문학나눔),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아르코창작기금) 등 6권 △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김만중문학상(수필), 우하박문하문학상(평론), 한국에세이평론상(평론), 평사리문학대상(수필), 신격호샤롯데문학상 대상(수필) 등 수상 잠김과 부력 이정숙 서귀포가 들썩거렸다. 제주의 숨결에서 무엇을 찾아낼지 궁금한 기대가 차오른 상태였고, 사나흘에 걸쳐 비와 바람이 그곳을 미리 깨워 둔 때문이었다. 떠나온 전주에는 아직도 비바람이 거세다는데, 함께한 사람들이 덕을 쌓아서 그럴까. 끄느름하지만 바람마저 차분한 봄날에 그렇게 발을 디뎠다. 특별한 색과 모양을 가진 벽돌들을 만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렸다. 글쓰기는 집 짓는 일인데, 한동안 낯익은 벽돌들만 매만지고 있었다. 제주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 처처를 돌아보는 시간은 이전의 방문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벽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벽돌들을 어떻게 품어 안고 가야 할까, 하는 고심이 시작되었다. 뭍에서는 겨울인 듯 봄인 듯 엉거주춤 시간의 이름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서귀포는 이미 봄을 선언한 이후였다. 매화, 산수유, 수선화, 목련이 제각각 봄과 거래한 대로 꽃을 피웠다. 어느 집 울안에는 완두콩이 이른 꽃을 피웠고, 먼나무는 거리마다 꽃처럼 빨간 열매를 달고 유혹하고 있었다. 봄이어서 선뜻 유혹당했다. 걸음을 옮겨 거대한 물이 가두어진 바다로 다가갔다. 해변의 소리라고 모두 같을까? 빈틈없이 바다로 에워싸인 제주의 소리를 듣기 위해 큰 바위에 이슥하게 앉았다.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숨 가쁘게 흘러갔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모호한 경계가 눈동자 속에 만들어지는 걸 느꼈다. 쪽빛 하늘이 출렁이는 바다로 내려와 합치를 이루는 순간, 발랄한 소녀와 할머니가 하나로 포개졌다. 할머니가 소녀를 받아들이는 무조건의 환대는 아니었다. 서로가 사랑을 생성해야 섞일 수 있었다. 불만과 후회가 훼방을 놓는다면 일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일. 날씨를 받아들여 바다가 색을 바꾸고, 바꾼 색을 받아들여 삶을 꾸린 일이 수용이고 포용이었다. 푸르게 밀고 왔다가 온 길에 흰빛을 뿌리며 풀어지듯 소리를 놓고 돌아가는 파도를 보고 있자니 의도적으로 봉쇄시킨 밑바닥 기억이 올라왔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하굣길, 갑작스레 불어난 냇물에 한참을 휩쓸려가다가 겨우 빠져나왔다. 기억 속 물은 소름 끼치게 차갑고 깊어서 얼음 속 블랙홀에 갇혔고, 수백의 물귀신한테 잡힐 것 같은 공포로 떨었다. 살짝만 깊어도 물 근처에 가는 것도, 배를 타는 것도 두려움이 앞장서 긴 세월 담을 쌓았다. 물을 두려워하자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정신이 허든거리며 갈증이 났다. 어느 날 하루에도 서너 번씩 씻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왜지? 씻고 난 뒤의 개운함 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무의식 속에 자리한 공포를 없애려는 용해의 과정이었다. 따뜻하게 흘러나오는 물줄기 하나하나가 나를 끌어가려는 물귀신의 손아귀를 하나씩 없애며 차가운 기억을 지우고 있었다. 공포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는 부력이었다. 제주를 칠흑의 심해 속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어떻게든 일상을 꾸려가도록 손잡아준 부력은 무엇이었을까. 한 사람의 상처와 공포에도 치유의 부력이 필요한데, 제주는 숫자로 가늠하기 어려운 상처와 공포를 이겨내야 했다. 제주의 삶이 이어지고 있음은 제주가 품은 거대한 부력이 있었기 때문일 터이다. 자리를 옮겼다. 서귀포항 인근, 80살에 가까워 보이는 할머니가 물질 장비를 질질 끌고 힘겹게 걸었다. 걸음걸음에 신산辛酸이 굵은 방울로 한 점 한 점 뚝뚝 떨어진 듯했다. 땅에서는 그렇게 허리와 다리를 파고드는 아픔을 견디며 걸음을 옮기지만, 바다에 몸을 넣으면 그냥저냥 물질을 할 수 있으시단다. 부력 덕분이다. 부력은 한 번에 이용할 수 없다. 한 번에 써버리면 잠김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생을 부지해주는 부력이 그렇다. 배가 망망대해에 내려주면 실으러 올 때까지 일해야 한다. 차디찬 물속에서 2분 가까이 숨을 참아가며 물질하고 부력의 계단을 밟고 물 밖으로 떠올라 테왁(해녀들이 사용하는 부력 도구)을 끌어안고 2~3분 호흡을 고른다. 그리고 다시 잠긴다. 그 일을 대여섯 시간 동안이나 반복한다. 나는 얼마나 숨을 참을 수 있을까. 물의 압박 없이도 30초를 넘기기 힘들었다. 해녀를 떠올리면 낭만을 생각하지만, 부력을 뚫고 잠기고, 부력을 품고 오르는 빈틈없이 생존을 위한 사투다. 낭만이 없을 수 없겠지만, 사투 중에 찾아오는 햇살 같은 낭만, 짧고 눈부시고 명징한 낭만은 낭만의 무리에 넣어 다른 것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해녀들에겐 ‘숨병’이 고질병처럼 따라온다. 숨을 오래 참다 보니 혈액 속에 질소가 쌓이면서 혈관이 막히는 직업병을 앓는다. 그런 깊은 병의 곁에 있는 낭만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물이 두려웠으나 바다를 찾았다. 무서웠다. 반복의 과정에서 어느 날 양수의 기억을 복기시킨 편안함이 찾아왔다. 바다가 좋아졌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 만나고 싶어졌다. 웅장함과 역동이 오롯한 아름다움으로, 고요와 평화로 안기었다. 그 바다로 더 가까이 걸음을 놓았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우는 소리가 조금 더 크게 울렸다. 바다가 저 홀로 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잠김과 부력으로 바다를 견디고 올라온 해녀들이 숨을 울음으로 바꿔내는 소리였다. 바로, 그 숨비소리. 문득, 바다는 눈물이 모인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 곳곳의 골짜기며 오름으로 스며든 눈물들이 속으로 길을 만들고 만들어 낮은 곳에서 만나 이룬 것이 바다일 거다. 육지하고는 비할 수 없이 쏟아지는 비들이 스며들어 사라지는 것도 그 길 때문이지 않을까. 육지의 눈물들도 그런 길을 따라 바다로 모였을 테고. 다시 숨비소리가 들렸다. 혼자가 아니었다. 숨비소리의 길을 따라 훅 비릿한 내음이 다가왔다. 땅에서 흘러간 슬픔이 모두 모이면 이런 냄새일까. 눈을 한껏 열고, 귀를 한껏 열었듯이 코를 열어 근원을 이해해야 했다. 문득, 새에게 걸음을 맡기고 묻는다. 어디로 날아갈 것인가? 아무리 멀리 날아가도 돌아와야 할 곳이 있다. 눈감으면 만져지는 감귤 향기와 귓속에 감겨오는 파도 소리, 숨비소리가 사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안개에 잠기고, 눈에 잠기고, 비에 잠기고, 세간의 어이없는 슬픔에도 잠기겠지만 솟아오르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훗날, 올봄의 제주가 새로운 기억으로 서랍 속에서 얼굴을 내밀면 반갑겠다. 2박 3일로는 턱없이 부족한, 두서너 달은 머물면서 둘러봐야만 조금 알 수 있는 우리나라의 보물섬. 제주의 3일은 짧고 빛났다. ▮이정숙 주요 약력 △ 2001년 《수필과비평》 등단 △ 신곡문학상, 전북문학상, 작촌예술상, 작촌문학본상, 온글문학상, 한글사랑유공자 전라북도지사상수상 △ 온글문학회장, 수필과비평전라북도지회장, 국제PEN한국본부전북위원장 △ <지금은 노랑신호등> <내 안의 어처구니> <꽃잎에 데다> <계단에서 만난 시간> <다시 페달을 밟는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7) 송명화 ‘잠김의 심연, 부력의 시학’
-
-
[대한기자신문] 부산을 해양수도로, 위대한 부산시민 일 잘하는 전재수 부산시장 선택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대기자] 부산 시민들의 선택은 결국 ‘발전’이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시민들의 압도적 기대 속에 승리를 거두며, 부산은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게 됐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나 인물 교체를 넘어, 침체된 부산 경제를 되살리고 대한민국의 미래 해양전략 중심도시로 부산을 키워야 한다는 시민들의 강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전재수 당선인은 ‘해양수도 부산’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 적임자라는 신뢰를 얻었다. 부산 시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의 첫 관문도시 부산이 왜 수도권에 밀려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다.북항 재개발, 가덕도신공항, 북극항로 개척, 해양금융과 물류산업 육성 등 부산의 미래 성장 동력은 결국 해양산업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단순한 정부 부처 이전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이는 부산을 실질적인 대한민국 해양행정 중심도시로 격상시키는 역사적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전재수 당선인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부산 발전 현안을 누구보다 집요하게 챙겨온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여야를 넘나드는 협상력과 정책 추진력을 바탕으로 지역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해 온 점도 시민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말보다 일로 보여주는 정치인”이라는 시민들의 평가가 이번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민들은 정부·여당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부산 발전의 속도를 높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부산발전 역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일 잘하는 전재수 의원의 당선으로 해양 물류 금융 관광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집중 지원과 규제 완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부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부산은 앞으로 북극항로 시대의 핵심 거점도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 변화와 국제 물류 질서 재편 속에서 북극항로의 경제적 가치가 커지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 인프라를 갖춘 부산은 동북아 해양물류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전재수 당선인의 해양산업 중심 정책은 이러한 미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선거는 결국 “부산을 다시 뛰게 하자”는 시민들의 집단적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산업도시의 영광을 되찾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우뚝 선 부산을 만들겠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선거혁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부산광역시장후보 전재수 선거캠프 부산문화예술본부특위 권대근 공동위원장은 “일 잘하는 부산시장, 힘 있는 부산시장 전재수 시대의 출범과 함께 부산은 이제 다시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중심축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희망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위대한 시민들의 탁월한 선택으로 새로운 부산의 항로가 이미 열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 헤드라인뉴스
- 정치
-
[대한기자신문] 부산을 해양수도로, 위대한 부산시민 일 잘하는 전재수 부산시장 선택
-
-
[대한기자신문]유선이 교수, 2026년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 위촉, 예술과 행정을 아우르는 문화기획 전문가로 기대 모아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대기자]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팀은 지난 5월 26일, 경성대학교에 출강 중인 유선이 교수를 2026년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번 위촉은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과 문화행정 역량을 두루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음악과 문학, 예술기획을 넘나드는 융합적 활동 경력이 이번 심의위원 선정에 큰 신뢰를 더했다. 권대근 한국도서비평가협회 회장은 "유선이 교수는 연주학 학사 석사를 비롯해 음악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문화행정기획 분야 박사과정을 수료한 문화예술행정 전문가다. 예술 현장과 학문을 함께 경험한 그는 음악적 감수성과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꾸준히 기여해 왔다. 또한 경북신문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과 문학전문지 『에세이문예』 문학(음악)평론 신인상 수상을 통해 문학적 역량까지 인정받으며 예술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유 교수는 경성대와 동의대, 창신대 등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두루지야앙상블 대표와 두루지야플루트앙상블 예술감독, 알마스앙상블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공연문화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다양한 연주 기획과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민과 예술을 연결하는 데 힘써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유선이 교수는 예술 현장 경험과 학문적 전문성, 문화행정 감각을 고루 갖춘 보기 드문 인재”라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부산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은 지역 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사업의 심사와 평가를 담당하는 자리로, 전문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위촉을 통해 유선이 교수는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과 창작 지원의 질적 향상에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선이 연주학 학사, 석사 음악학 석사, 박사 문화행정기획 박사수료 경북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 에세이문예 문학(음악)평론 신인상 당선 경성대, 동의대, 창신대 출강 두루지야앙상블 대표 두루지야플루트앙상블 예술감독 알마스앙상블 단장 사)유니세프경남후원회 이사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유선이 교수, 2026년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 위촉, 예술과 행정을 아우르는 문화기획 전문가로 기대 모아
-
-
[대한기자신문] 이도연 시인 네 번째 시집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에세이문예사에서 펴내다
- 계간 『문화와문학타임』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도연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를 에세이문예사에서 펴냈다. 이번 시집은 2026년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개인) 지원을 받아 출간되었으며, 총 100여 편의 시를 5부로 나누어 담았다. 215쪽, 값 13,000원이다. 시집은 1부 「차향 머무는 오후」를 시작으로 2부 「풀잎 끝에 앉은 시간」, 3부 「별빛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4부 「마음의 숲에 이르다」, 5부 「희망의 싹은 돋아나고」로 구성되었다. 「바람의 정류장」, 「소여물통」, 「시간의 주름」, 「꽃비정원」, 「골담초」 등 자연과 사물, 일상의 풍경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들이 고루 실려 있다. 이번 시집의 서평은 문학박사이자 중국 하북미술대 객좌교수인 권대근 평론가가 맡았다. 권 평론가는 「웃음 띤 오색 무지개, 삶을 일구는 녹색 찬가」라는 제목의 서평에서 “이도연 시인은 자연과 사물의 외형을 단순히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물의 침묵 속에서 다음 문장을 듣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꽃이 지는 자리에서 희망을 읽고, 바람의 결 속에서 인간 존재의 흔들림을 포착하며, 일상의 작은 풍경 속에서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린다”며 “사물은 그녀에게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존재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며 또 다른 자아”라고 말했다. 권 평론가는 특히 시집 제목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에 주목했다. 그는 “‘사물’은 현실과 자연이며, ‘다음 문장’은 그것을 넘어 생성되는 새로운 의미”라며 “시인은 돌멩이 하나에도 시간을 읽고, 낙엽 하나에도 생의 윤회를 발견하며, 찻잔 속 물결에서도 인간 존재의 고독과 희망을 건져 올린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그녀에게 시란 사물의 침묵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며, 존재의 이면에 숨겨진 문장을 이어가는 행위”라고 평했다. 이도연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인생백년의 기로에 서서 하나하나 배워 가면 좋은 일이 반드시 내 곁을 지켜준다는 희망을 품었다”며 “이론적인 ‘왜’에 대한 해답에도 창조적인 ‘어쩐지’에 대한 심상을 살려나가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또 “어린 시절 민들레 꽃이 지고 나면 솜털처럼 바람 따라 어디든 날아가 자리 잡고 살아가는 민들레 홀씨가 되고자 했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권 평론가는 “민들레 홀씨처럼 척박한 자리에서도 다시 뿌리내리려는 의지와 화려하지 않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생명을 밀고 나가려는 생의 태도가 시편 곳곳에 녹아 있다”며 “이도연의 시는 서정시학의 전통 위에 서 있으면서도 존재론적 질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도연 시인은 사물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통해 세계를 읽는다”며 “그녀의 시에서 사물은 대상이 아니라 관계이며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통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익숙함 속에 잠든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사물 속에 숨어 있던 또 하나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데 이도연 시의 빛이 있다”고 덧붙였다. 권 평론가는 서평 말미에서 “이도연 시인이 찾고자 하는 것은 거대한 이념이나 관념이 아니라 사물 속에 숨겨진 생명의 온기이며 존재의 다음 문장”이라며 “그녀의 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하나의 문장이 끝나는 자리에서 또 다른 문장이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동편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듯 그녀의 시 또한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길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이도연 시인 네 번째 시집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에세이문예사에서 펴내다
-
-
[대한기자신문]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25) 최순덕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존재’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25) 최순덕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존재’ 김창식 ‘1.5층’ <계간 현대수필 2026년 봄호> 최순덕/ 수필가, 평론가 수필은 주변의 사물과 일상의 체험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비추는 문학 양식이다. 거대한 서사나 극적 사건이 아니라 미세한 감각과 체험의 결을 따라 삶의 의미를 드러내는 데 그 미학적 본질이 있다. 김창식의 수필 <1.5층>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낡은 건물이 어느 순간 작가의 인식에 새롭게 마주치면서 발생한 사건을 우리네 삶과 연결하여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삶을 ‘경계’의 언어로 드러낸다. 수필의 문학성은 작품이 지닌 철학적인 면에서 드러난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사유하는 철학이 바탕이 된 이 작품은 매우 문학성이 뛰어남은 물론 미학적 본질을 성공적으로 의미화했다고 볼 수 있다. 김창식의 수필 <1.5>에서 작가는 들뢰즈의 ‘아장스망,’ 즉 ‘새로운 마주침’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하고, 공기의 흐름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충격적으로 인식의 변화와 내면의 혼란을 겪는다. 우연히 접근한 낡은 건물에서 ‘올라가도 1층, 내려가도 1층’이라는 이상한 현실과 마주치며 올라갔으면 다시 내려가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고정관념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킨다. 세상은 늘 변하는 사건으로 존재한다고 한 들뢰즈의 말처럼 이 수필은 고정관념의 균열과 파괴, 재형성의 사건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의미를 깊은 사유를 통해 드러낸다. 이런 인식은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드러남의 과정’으로 이해한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인간은 항상 세계와 관계 속에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일상 속 경험과 사유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해석해 나가는 존재라고 하였다. 작가 김창식은 <1.5>층에서 남루한 현실의 1층과 꿈꾸거나 도달하려는 이상향의 2층이라는 공간 사이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1.5층이라는 경계의 층을 상상으로 만들어놓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새롭게 해석한다. 일상적 사물에 불과했던 낡은 건물이 새로운 사건으로 인식되고 낯설게 드러나는 순간은 하이데거가 말한 ‘은폐에서 탈은폐로의 과정’과 맞닿아 있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상황이지만 작가의 상상 속에서는 낡고 허름해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침묵하고 있던 건물이 지면에서 비스듬히 분리되어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때 작가는 입체영화에서처럼 확대되어 부유하는 건물을 <<걸리버 여행기>> ‘천공의 성 라퓨타’와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의 행성’의 움직이는 산으로 이미지화하여 독자에게 그 느낌을 전달한다. 이 지점은 수필 속 이미지는 현실의 재현을 넘어, 작가의 내면에서 생성된 상상력의 결정체로서 존재한다고 한 가스통 바슐라르의 ‘상징적 존재론’에 닿아 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 이전에 이미지 속에서 사는 존재라고 한 바슐라르의 말대로 독자의 감각과 정서를 환기하는 핵심 장치로 이미지를 잘 활용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수필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1.5층의 삶을 살아낸 인간의 이야기로 작가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의 삶과 영화 <식스 센스>의 주인공인 이미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를 삽입한다.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인간과 허깨비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실의 인간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여 서사를 엮어 간다. 수필은 체험이 아니라 구성된 서사라고 한 리쾨르의 말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형성한다’는 그의 말처럼 1층도 2층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의 공간에서 부유하는 1.5층의 삶을 살아가는 ‘경계의 삶’은 ‘인간은 불안전한 존재’라는 의미를 형성한다. 적절한 인용의 서사로 공감을 확보한다. 마지막에 작가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파우스트의 말을 통하여 어둠의 사슬을 끊고 나아간 빛의 세계가 꿈꾸던 이상형의 세계가 아니고 다시 1.5층에 머물지라도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 갈려고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걸음으로 마음속의 계단을 오르는 작가의 다짐에서 희망적인 삶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최순덕 △2003년 《문예시대》 수필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 △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부 부회장, 부산문인협회수필분과 이사, 부산수필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역임,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부산수필문학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3부장 △풀꽃수필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부산PEN문학 작품상, 부산가톨릭문학 본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제2회 한영문학상, 부산PEN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껍질 벗는 나무』 『사라예보의 붉은 강물』 『잃어버린 도시』 『고등어의 눈물』 『박제된 나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김창식의 <1.5층> 그 건물은 1층도 2층도 아닌 어중간한 건물이었다. 처음부터 그 건물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해 질 녘 산책길에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눈에 익은 초록색 바탕의 노란색 리본 로고와 위로 향하는 화살표 표지가 보여 무심코 옆 계단을 올랐다. 홀을 한 바퀴 휘둘러보고 옆쪽으로 트인 출구로 나오니 그냥 널찍한 평지였다. 다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든가, 엘리베이터 또는 에스컬레이터, 하다못해 아래로 향하는 비탈진 길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엔 역순으로 쪽문을 열고 내부 홀을 가로질러 계단을 되짚어 내려왔다. 도로 면에 잇닿은 평평한 땅이 나왔다. 높이는 달랐지만 계단을 올랐는데도 1층이었고 내려왔는데도 1층이었다. 길모퉁이에 비켜서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지역농협 건물이었다. 다만 건물이 아파트 입구 언덕바지에 세워져 있어 계단을 오르내리더라도 밖으로 나오면 다시 택지宅地나 도로로 연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럴 싸 그러한지 건물이 조금 기울어져 보였다. 행인들은 건물의 생김새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듯 태연하게 오갔다. 건물이 한적한 이면도로에 위치한 데다 ‘피사의 사탑斜塔’ 같은 유서 깊은 랜드마크나 관광명소도 아니니 당연한 일일 터이다. 그렇다 해도 미심쩍은 느낌이 온전히 가시 것은 아니었다. 고개를 흔들며 그곳을 떠나려는데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 공기의 흐름이 낯설었다. 뒤통수를 무엇이 잡아채는 듯 석연치 않았다. 가던 길을 멈추어 뒤돌아보았다. 여전히 낡고 허름한 건물이었다. 초록색 바탕에다 빛바랜 노란색 리본 문양 간판 뒤로 해가 기울고 있을 뿐. 언뜻 건물이 기우뚱하더니 지면에서 비스듬히 분리돼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이 입체영화에서처럼 확대되며 다가왔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의 움직이는 산처럼. 순간 한 생각이 스쳤고 그 생각이 그럴듯하게 여겨졌다. 1.5층의 삶! 계단을 올라가도 1층, 내려와도 1층이면서 떠도는 건물. 남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저 1.5층 건물이 우리네 삶을 에둘러 말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 1층도 아니고 2층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 공간을 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에 굳건히 뿌리박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위로 오르지도 못한다. 어디론가 흘러가거나 잠시 머물면서도 그곳이 가려한 곳인지 정작 확신이 없다. 1.5층의 삶은 떠도는 삶, 출발지도 목적지도 아닌 경유지의 삶이다. 출발지의 설렘도 도착지의 안도감도 없이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유랑을 계속하는 경계면의 삶.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의 삶이 떠오른다. 문명 세계에 염증을 느낀 고갱은 2달여의 항해 끝에 타히티섬에 닿는다. 원주민 처녀와 동거하며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원색의 자연과 원시생활의 순후함을 화폭에 담는다. 빈곤과 고독, 병고에 시달리다 파리로 돌아온 고갱은 재기에 실패하고 주위로부터도 냉대를 받는다. 고갱은 다시 남태평양으로 떠나 필생의 역작인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남기지만 우울증과 영양실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한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영원한 보헤미안 고갱은 1.5층의 삶을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이 아닐까? 영화 <식스 센스(The Sixth Sense)>도 생각난다. 보통 사람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실은 죽은 자였다. 그는 죽은 사람을 보는 소년과 교우하며 우정을 가꾼다. 주인공은 죽었으면서도 이승의 사람 주위에 출몰하며 기이한 공간을 떠돈다. 막판에야 주인공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이 놀람과 애잔한 여운을 안겼다. 그런데 잠깐, 우리 주변에도 혹 이처럼 허깨비 같은 삶을 사는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 산 사람의 삶은 그 같은 흐릿한 삶과 어떻게, 또 얼마나 다른 것일까. 다시 1.5층의 딜레마를 반추한다. 제 갈 길을 만족하며 반듯하게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1층은 내가 속한 곳이자 나를 얽어매는 남루한 현실일 수 있다. 그에 반해 2층은 지향하는 곳, 꿈꾸거나 도달하려는 이상향일 터이다. 현실의 질곡에 발목 잡혀 있으면서도 삭막한 담벼락을 힘겹게 오르는 넝쿨 식물 같은 위태로운 삶이 우리 삶의 본디 모습일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파우스트의 고뇌 어린 독백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어둠의 사슬을 끊고 나아간 빛의 세계’가또 다른 평평한 땅으로 이어질는지 모르지만 나는 마음속 어둑한 계단을 오른다. 해 질 녘 틈새의 시간에 회백색의 낡은 건물이 침묵 속에 잠겨 있다. 본디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었다는 듯. <계간 현대수필 2026년 봄호> ▮김창식 △2008년 <한국수필> 등단 △수필가, 문화평론가, 자유칼럼그룹 칼럼니스트.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심사위원.△흑구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상, 구름카페문학상, 선(選)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문학상, 중부가톨릭문학상, 부평삶의문학상 외 아르코문학창작기금(2011/2012)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그림자가 사는 곳』 『웰컴 투 마이 월드』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25) 최순덕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존재’
-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이은주 '꽃비는 누구의 어깨에 내렸나'
- 꽃비는 누구의 어깨에 내렸나 이은주/ 시인 꽃잎 다 잃어버린 길 가 벚나무 가지에 노란 붓꽃 아우성 위로 봄비 한 올씩 핏줄로 젖어든다 맹골수도에 갇혀 돌아오지 못한 봄 심장을 도려내던 그 봄 꽃비가 파랗게 질려 바람에 들었다 빗소리가 물을 할퀴다 익사한다 하얗게 질린 비가 그친 뒤에야 노란 리본이 연소되길 기대하며 내미는 우산 아이들보다 먼저 비를 맞아야 했다 강으로 돌아갈 수 없는 흔들리는 바다 꽃송이 모가지째 떨어지던 파도 끝 노란 리본 눈물로 출렁이는 팽목항에 오래도록 식지 않을 체온 하나 놓아둔다 ▼이은주 시인 2018년 『대한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아왔다. 부산문인협회 회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단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에세이문예 부설 문예창작대학원 문학평론반에 수학 중이며, 향토문학제 대상(2018), 전국 짧은 시짓기 공모전 은상(2021), 타고르문학상 대상(2022)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시집 『아껴 먹는 슬픔』은 절제된 언어와 깊은 정서로 독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이은주 '꽃비는 누구의 어깨에 내렸나'
-
-
[대한기자신문] 아침을 여는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그런 세상'
- 그런 세상 수림 이은주/ 시인 정말 미쳐돌아가는구나 스벌스끼들 정병들이 한 궤짝 우울증이고 싶어 병을 앓고 회피는 투척하는 방어기제 돈은 돌아서 사채보다 무거운 밧줄이 되고 “이제 가시죠,형님” 침 뱉기 좋은 날 자신을 숨기고 빙의된 척 연기하는 무대 위 타인을 주렁주렁 키링처럼 매달고 소리를 낸다 골대 잠그고 축구하자는 이런,슈발러마 혼자 밥을 먹어도 사람 많은 곳에서 먹으니 혼자가 아니고 머리 밀고 온 예비군 동기 군복 입고 서 있는 민방위 동기 그래,차라리 거기서 일을 그르쳐 버려 “변호사 사줄게” “아닙니다 형님,노역 살겠습니다” 아무도 미치지 않아서 더 미쳐버리는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구나 ▼ 이은주 부산 거주, 아호: 수림 계간 에세이문예 시 등단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 부산교육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수학 중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아침을 여는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그런 세상'
-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4) 김정애 '어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자가발광(自家發光)'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4) 김정애 '어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자가발광(自家發光)' 조경숙의 '반딧불이' 김정애/ 문학평론가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문학적 장치는 대립적 이미지의 융합이다. 작가는 ‘반딧불이’를 단순히 곤충으로 박제하지 않고, 그것을 ‘땅에 뜬 별’이라 명명하며 수직적 전치를 시도한다. 하늘의 별이 거시적이고 주어진 빛이라면, 반딧불이는 미시적이며 치열한 ‘생존의 빛’이다. 특히 ‘개똥벌레’라는 비천한 명칭과 ‘별’이라는 고귀한 상징 사이의 간극을 매개하는 것은 ‘눈물자리’라는 시적 공간이다. 작가는 빛이 가장 필요한 장소를 “어둡고 차갑고 서럽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눈물자리”라고 정의하였다. 이 '눈물자리'는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의 고통이 집약된 장소다. 그래서 반딧불이의 발광 행위는 생물학적 현상을 넘어선 윤리적 응답으로 격상된다. 작가는 과거 간호사로서의 경험을 반딧불이의 생애와 병치시킨다. 이는 단순한 비유를 넘어선 몸의 사유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기 위해 “몸 마디마디 형형색색 빛을 자으려 치열한 성장통을 감내한다”는 묘사는, 고통의 현장에서 타인의 생명을 지켜내던 작가의 실천과 맞닿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음지‘에 대한 재해석이다. 반딧불이가 ”해마저 지나친 곳“을 보금자리로 삼는다는 대목은, 빛이 안락함이 아니라 소외된 장소에서 정체성을 획득한다는 역설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실로암 안과 병원장의 삶으로 이어지며, 자연적 은유가 인간적 실천으로 이행되는 서사의 필연성을 확보한다. 이때 빛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타자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선택의 형식이 된다. 한편 이러한 독해는 동시에 긴장을 내포한다. 고통이 빛의 조건으로 제시되는 순간, 고통은 더 이상 부정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의미를 산출하는 토대로 재배치되기 때문이다.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구조는 고통의 비동일성을 약화시키고 그것을 서사적 자원으로 환원할 위험을 지닌다. 특히 결핍과 상실을 극복하여 타인의 빛이 되는 인물 서사는, 고통의 개별성과 역사성을 지우고 감동의 구조로 조직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지점에서 이 글의 윤리는 고통에 대한 응답인 동시에, 그것을 의미로 통합하려는 충동과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글의 후반부에서 작가는 대상(반딧불이, 타자)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자신의 내면을 응시한다. “반딧불이가 살을 찢는 고통으로 외피를 벗듯 나 또한 삶이란 파고에 부딪혀 산산이 깨어지고서야 원망과 미움의 옷을 벗을 수 있었다.” 이 문장은 본 수필의 철학적 핵심이다. 여기서 고통은 개념이 아니라 신체를 통과한 경험으로 제시된다. 모리스 메를로퐁티가 말한 바와 같이, 사유 이전의 지각적 충격, 몸을 통해 먼저 도달하는 이해의 방식으로 읽힌다. 작가는 반딧불이의 탈피를 보며 자신의 내면적 허물을 벗겨낸다. 반딧불이의 빛을 “시력을 잃을 지경”으로 느꼈다는 고백은 대상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존재 전체가 흔들리는 감각적 사건이다.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요동치는 ‘살아있는 몸’의 언어다. 빛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존심과 욕심이라는 딱딱한 외피를 깨뜨리고 나오는 ’자기 파괴적 생성‘의 결과물로 제시된다. 애벌레의 인고를 거쳐야 땅별이 되듯, 인간 역시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비로소 타인을 비추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고통의 형이상학'을 완성한다. "원망과 미움의 옷을 벗는다."는 대목은 독자에게 단순한 교훈을 넘어선 정화(Catharsis)의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는 이어령의 말을 빌려 “잠자는 동안에도 숨 쉬는 내 숨 속에 숨어있는 별”을 언급하며 마무리한다. 반딧불이의 생애는 짧지만(찰나), 누군가의 길을 밝히는 순간 그것은 영원(별)의 속성을 획득한다. 이 수필은 ‘빛’이라는 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개인의 실존적 고뇌와 사회적 헌신의 서사로 밀도 있게 짜낸 수작이다. 문장은 유려하면서도 단단하고, 비유는 감상에 치우치지 않으며 삶의 구체적인 현장감을 담보하고 있다. 어둠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스스로 불꽃이 되는 삶의 경건함을 독자의 가슴에 깊이 각인시킨다. 또한 이 글이 구축하는 경건한 빛의 윤리는 하나의 질문도 남긴다. 고통은 반드시 의미로 전환되어야 하는가. 「반딧불이」는 고통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독자에게 되묻는 비평적 장으로도 읽힌다. ▮김정애 주요 약력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2), 평론 등단(2013) △(사)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다스림 문학동인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1부장 △문학발전 유공 기념은장 △사유와언어문학상 △설총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 △에세이문예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품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탈춤’, ‘인연’, ‘고슴도치 사랑’ ▮조경숙의 <반딧불이> 그것은 땅에 뜬 별인가. 별이 밝은 건 밤이 왔기 때문이고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는 건 세상이 칠흑같이 깜깜하기 때문일 테다. 하여 빛은 지구를 돌고 돌다 마침내 가장 까마득한 곳, 어둡고 차갑고 서럽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눈물자리에 손을 벋어 내리는 것 같다. 반딧불이는 빛이 곧 생명이다. 스스로 살아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체 발광하는 빛으로 어둠 속에서 자취를 선명히 드러내 보인다. 몸 마디마디 형형색색 빛을 자으려 치열한 성장통을 감내하는 반딧불이의 한 생애는 굵고도 짧다. 빛으로 살아가는 반딧불이를 보니 한때 어두운 곳의 빛이 되리라 다짐하던 간호사 시절이 떠오른다. 빛을 지키려 혼신을 다하는 반딧불이의 한살이는 이타적 삶을 천직으로 하는 백의 천사의 삶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반딧불이는 어둠의 자리를 지킨다. 절망의 터를 떠나지 않는다. 볕살 따사로운 양지를 벗어나 음지의 축축하고 어두침침한 늪지나 물가, 해마저 지나친 곳을 삶의 보금자리로 삼는다. 달빛마저 숨은 밤이면 숲은 숨은 등을 하나둘 밝힌다. 숲은 머리끝까지 덮쳐오는 어둠의 공포와 두려움을 물리치려 몰래 숨겨놓은 비밀 병기를 하나씩 꺼내 드는 것 같다. 반딧불이는 떼로 밀려오는 어둠을 맞서는 한 무리의 용감한 용사가 되는 것이다. 빛으로 이야기하고 빛으로 노래하고 빛으로 사랑하고 빛으로 생명을 지켜가는 반딧불이다. 짧은 생애를 길게 살아가는 그의 별칭은 엉뚱하게도 개똥벌레다. 비천하고 초라하고 소박하기까지 한 이름이다. 개똥이란 의미가 여느 눈길도 관심도 애정조차 받지 못하는 존재, 즉 하찮은 열외의 인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개똥벌레는 몸집만큼이나 작고 초라하고 쓸모없는 벌레가 아니다. 외려 작은 몸에 큰 꿈을 지니고 있다.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라는 개똥벌레의 노랫말처럼 외롭고 처량하고 쓸쓸한 삶이 아니다. 숲의 나무와 새와 벌레와 바람과 비와 해와 달과 별은 그의 오랜 벗이 아닌가. 그곳에서 숲의 지기들과 동고동락하며 살아간다. 또한 반딧불이는 그들의 슬프고 고달픈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다정한 친구이기도 할 테다. 간호사가 고통과 절망의 사람에게 빛이 되어주듯 반딧불이는 장막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산란해 낸다. 나는 살아오면서 무수한 반딧불이의 빛을 보았다. 별마저 숨어든 밤, 양 날개가 무겁도록 은빛 가루를 실어 나르는 반딧불이를 목격하였다. 그 빛이 너무 밝아 시력을 잃을 지경이었다. 광역의 우주에서 훅 불면 사라져 버릴 먼지만큼이나 미미하고 하잘 것 없는 사람이 아닌가. 하지만 사람은 때로 우주의 여느 별보다 더 찬란한 생명의 빛을 자아내기도 한다. 펄럭이는 형광빛 날개를 보는 것만으로 내 눈은 부시었다. 경이로웠다. 반딧불이는 양 날개를 쉼 없이 가로저으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한국의 ‘헬렌켈러’라고 불리는 분이시다. 동란 때 폭탄 사고로 양쪽 시력은 물론 부모까지 잃어야 했던 그는 절박한 시대의 조류에 떠밀려 암흑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서럽고 헐벗고 내쳐진 삶이었다. 불구의 몸으로 운명의 몹쓸 파랑에 이리저리 치며 살았다. 무엇보다 사랑과 허기에 굶주린 나날이었다. 하지만 한 줄기 빛과 같은 사랑이 깊은 수렁 속의 삶을 건져 주었다. 다시 일어났다. 절망을 딛고 우뚝 일어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저와 같이 빛을 잃은 사람들에게 광명을 찾아주는 일이었다. 눈물뿐인 삶에 웃음을 심는 일이었다. 절망의 땅에 희망의 꽃씨를 뿌리는 것이었다. 그는 한줄기 소망의 빛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어릴 적부터 별이 되기를 꿈꾸었다. 큰 강이 되어 흐르는 은하수를 온 마음으로 헤아리며 잠이 들곤 하였다. 하지만 빛이 되고자 하던 사람은 일찍이 빛을 잃어버렸다. 수많은 별 중에 하나의 별이 되고 싶은 별은 질퍽한 눈물의 자리에 머물러야 했다. 하여 어둠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발 한발 위태로운 걸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영혼의 지팡이가 되기로 하였다. 나태주 시인의 시 ⌜너는 별이다⌟ 에서 “네가 별이 되어라.”라고 노래한 것과 같이 그는 마침내 밤하늘 영롱한 별이 되었다. 암흑의 세계에 광명을 들이고 절망의 삶에 꿈을 심어주는 별이었다. 그는 현재 실로암 안과 병원장으로 시각 장애인에게 날마다 기적과 같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의 명상록인 『별처럼 해처럼 달처럼』에서 밝히듯 서럽고 어둡고 아프고 후미진 곳이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간다. 어둠을 인도하는 불빛으로 나아간다. 꺼지지 않는 불씨를 가슴에 간직한 사람. 자신에게 내려진 불행의 씨앗을 행복의 꽃으로 피워내었다. 불행을 불행으로, 아픔을 아픔으로 끝내지 않은 것이다. 그야말로 어두울수록 빛을 발하는 야행성 반딧불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둠은 빛을 잉태한다. 어둠이 없으면 빛이 어찌 존재할 것이며 눈물의 땅이 아니면 어찌 꽃이 피어날 수 있으리. 고통 없이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잎맥의 이슬 한 방울도 우연히 맺지는 않을 것인데. 반딧불이가 살을 찢는 고통으로 외피를 벗듯 나 또한 삶이란 파고에 부딪혀 산산이 깨어지고서야 원망과 미움의 옷을 벗을 수 있었다. 자존심의 껍질을 벗고 욕심의 껍질을 벗어내려야 했다. 밤의 터널을 지나야 새 아침의 동이 밝아오듯 빛이 오려면 긴 어둠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아무것도 아닌 애벌레가 땅별이 되기 위하여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밤하늘에 별 무리의 황홀한 군무가 펼쳐진다. 어두운 하늘은 각양 별들의 축제장이다. 하지만 별은 곧 태양 너머로 사라질 테고 반딧불이가 노래하던 숲은 고요와 적막이 강물처럼 흐를 것이다. 이어령은 그의 마지막 노트인 『눈물 한 방울』에서 “잠자는 동안에도 숨 쉬는 내 숨 속에 숨어있는 별들이 일제히 뜬다.”라고 하였다. 어느 한순간일지라도 너를 위해 온전히 태울 수 있다면, 길을 잃은 그대에게 한 줄기 빛이라도 될 수 있다면 한 생애 그런대로 잘 살았다 할 수 있으리. 반딧불이의 노랫소리에 어둠이 잠긴다. <부산수필문학제37집> ▮조경숙 부산 출신.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5), 『부산 시단』 시 등단(2018). 부산수필문학협회 사무국장. 부산수필문학상 작품상, 에세이문예 작품상, 부산시단 작품상. 수필집 『날개를 달다』 『바람이 그린 보물지도』, 시집 『새는 새벽을 깨운다』 『그렇게 하지 않을 날만 남았습니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4) 김정애 '어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자가발광(自家發光)'
-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까마귀의 조시(弔詩)'
- 까마귀의 조시(弔詩) 수림 이은주/ 시인, 계간 에세이문예 등단 까마귀가 수탉 대신 울어준다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이유 누군가의 울음이 저버린 날을 애도하며 아침은 시작된다 쓰레기 봉투를 발견했다는 신호가 창공을 가르고 몇 마리 동지들이 동참하는 새벽 시커먼 봉지 속에서 쏟아지는 음식찌꺼기 하필, 붉게 뒤섞인 고춧가루와 고추장의 구역질 수탉이 울어대다 사라진 전설을 알지 못하는 것들 위험과 이득 사이 외줄을 타야하는 숙명 이제 닭장 속에서 꼬꼬댁거릴 뿐 절대다수의 힘을 믿으며 세상을 먹여살리는 중이다 까마귀가 수탉을 대신해 울어주는 일 검은 울음이 눈물 없이 뿌려지는 일 칸칸이 쌓인 건물 사이에 박혀 잠을 깨는 아침 누군가는 또 알을 낳아야 한다 신음이 낭자한 꿈 속에서 뒤척이던 사람들 가려진 진실은 화려함 뒤에서 고행을 시작한다 짝 잃은 컵이 백 도의 고행을 시작하고 손잡이를 내어주는 일로 하루를 연다 영역의 침범을 사수하려 푸르르 떨며 펼치는 공작의 깃털은 처절한 몸부림 끝에 접히지 못한 병풍 한 채 바람으로 운다 ▼ 이은주 부산 거주, 아호:수림 계간 에세이문예 시 등단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 부산교육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수학 중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까마귀의 조시(弔詩)'
문화•스포츠 검색결과
-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8) 최혜영 ’활시위에 응축된 물질 상상력‘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8) 최혜영 ’활시위에 응축된 물질 상상력‘ 김예순의 ‘활시위’ 최혜영/문학평론가 문학은 상상력의 예술이다. 그것은 현실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힘이며, 인간 존재를 깊이 인식하게 하는 근원적 동력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상상력을 “흩어진 감각의 파편들을 종합하여 의미 있는 형식을 구성하는 자발적 능력”으로 보았다. 우리가 한 편의 수필에서 깊은 울림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그러한 창조적 사유가 작동하는 때다. 또한 가스통 바슐라르는 상상력을 현실의 단순한 모사가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변주하는 창조적 힘으로 규정하였다. 문학에서 상상력은 감각과 경험을 하나의 미학적 형상으로 통합하는 인식의 가교이다. 김예순의 「활시위」는 이러한 물질적 상상력이 역사적 체험과 결합하여 깊은 수필적 감동으로 승화된 작품이다. 작가는 청령포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단종의 비극적 운명을 마주한다. 그러나 청령포는 단순한 답사의 장소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청령포는 인간 존재의 고독과 상실이 응축된 상징적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작품의 중심에는 바슐라르가 말한 물의 상상력이 자리한다. 삼면을 감싸고 흐르는 서강은 세상과 단절된 어린 왕의 운명을 상징하는 물줄기이다. 작가는 단종의 눈물과 탄식, 그리고 왕방연의 시조를 강물 위에 포개 놓음으로써 인간의 슬픔을 자연 속에 스며들게 한다. 바슐라르에게 물은 흐름과 침잠, 기억과 정화의 원소이다. 작품 속 강물 또한 역사의 상처를 품은 채 흐르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물의 상상력은 세조의 피 묻은 적삼과 정순왕후의 자줏빛 염색 이야기로 확장된다. 적삼의 핏자국은 권력욕이 남긴 죄의 흔적이자 인간 탐욕의 비극적 결과를 상징한다. 반면 정순왕후가 붉은 치마를 물들인 자줏빛 염색은 상실과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 의지의 표상이다. 작가는 단종의 눈물과 세조의 핏자국, 정순왕후의 자줏빛 물을 하나의 이미지 계열로 연결함으로써 액체가 지닌 기억의 힘을 드러낸다. 이로써 역사적 비극은 추상적 관념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물질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독자의 감각 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와 함께 작품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대지의 상상력이다. 청령포를 둘러싼 육육봉의 험준한 산세와 어소, 그리고 망향탑은 모두 운명의 무게를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들이다. 바슐라르에게 흙은 존재를 지탱하는 근원이자 인간을 붙드는 무거운 물질이다. 특히 망향탑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다. 그것은 고향을 향한 단종의 그리움과 절망이 응축된 존재의 흔적이다. 작가는 돌과 산이라는 물질을 통해 유배된 왕의 실존적 고독을 공간 속에 새겨 넣는다. 흐르는 강물이 시간의 지속을 상징한다면, 침묵하는 대지는 그 비극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저장소가 된다. 그러나 작품은 비극의 무게에만 머물지 않는다. 육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관음송과 노산대는 단종의 슬픔을 품어주는 자연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깊게 뿌리내린 관음송은 고난 속에서도 삶을 견디는 존재의 의지를 보여주고, 노산대는 그리움과 희망이 머무는 정신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단순한 상실의 서사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성찰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인간의 권력 투쟁은 결국 역사 속 한순간의 흔적으로 사라지지만, 그 슬픔을 묵묵히 품어주는 자연은 오랜 시간 기억을 간직한다.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유한한 인간과 지속하는 자연 사이의 실존적 역설을 드러낸다. 이러한 물질적 사유의 여정은 작품의 마지막 문장에서 강렬하게 응축된다. “슬픈 역사가 강물 따라 흐르는 청령포에서 숨을 멈추게 하는 하루의 아련함이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해진다.” 여기서 ‘활시위’는 단종의 비극과 역사의 상처,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유가 응축된 미학적 결정체이다. 시위를 당기는 순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역사를 단순히 관조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슬픔을 현재의 감각으로 전환하여 독자의 내면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든다. 작품 제목인 「활시위」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역사와 인간, 기억과 사유를 하나로 묶는 핵심 상징인 셈이다. 김예순의 「활시위」는 역사적 공간인 청령포를 물과 대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인간 운명의 비애와 생명의 지속성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특히 물질 이미지들이 마지막 ‘활시위’의 상징으로 수렴되면서 작품 전체에 강한 응집력을 부여한다. 그 결과 역사는 과거의 사건을 넘어 현재의 감각으로 되살아나고, 수필은 단순한 체험의 기록을 넘어 고도의 미학적 성취를 이룬 예술로 승화된다. 이는 수필이 지닌 상상력의 힘과 문학적 가능성을 새삼 확인하게 하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최혜영 주요 약력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2007)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박사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부주간 △에세이문예 수필계간평 집필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감사 △부산문인협회 이사 △권대근문학상 자문위원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역임 △한국에세이 평론상 △부산수필문학협회 작품상 △부산북구문인협회 작가상 수상 △공저, 『오늘의 수필 비평1,2,3』 ▮김예순 <활시위> 하늘은 맑고 푸르기만 해 서강을 비추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강원도 영월로 역사 속 어린 단종의 삶에서 죽음까지 사유해 보는 문우들과의 기행이다. 경자년 오월의 넷째 토요일, 강원도 영월로 조선의 6대 왕 단종을 만나러 간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꽁무니가 아직도 감춰지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가운데 버스를 타고 또 나룻배를 타고 역사의 현장인 청령포에 들어서니 단종의 그 애타던 그리움이 온몸을 휘감아 온다. 세종의 손자인 단종. 세종은 아들을 열여덟이나 두었으나 맏아들인 세자에게 원손이 없어 애를 태우던 차에 현덕빈 권씨에게서 원손을 얻었다. 단종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어머니를 잃고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왕실의 어여쁨은 독차지했다. 세종은 어린 세손의 장래를 근심하여 성삼문과 박팽년, 신숙주 등에 세손을 잘 보살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단종이 12세 되던 해 아버지 문종이 재위 3년 만에 병으로 세상을 뜨자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작은아버지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일으켜 정인지, 한명회, 권남 등과 결탁하여 이듬해 단종을 보필하던 영의정 황보인과 좌의정 김종서 등을 암살한다. 동생인 안평대군을, 누명을 씌워 강화도로 유배 보내고는 얼마 후 사약을 내린다. 곧 수양대군은 최고 권력자가 되니 단종은 허수아비 왕이 되어 버렸다. 수양대군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단종은 3년 만에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니 수양대군이 7대 왕인 세조다. 다음 해 성삼문, 박팽년, 이 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등이 단종의 복위를 계획하였지만, 합류했던 김질의 배반으로 발각되어 처참히 죽게 되니 이들이 사육신이다. 이 사건으로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고 영월 청령포에 유배된다. 30여 년 전 역사의 현장을 보기 위해 오대천 계곡을 끼고 오대산 상원사로 향하던 일이 생각난다. 예고 없이 내린 눈에 발이 푹푹 빠져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 속에서 동행한 스님의 기지로 양말을 껴 신기도 하고, 또 새끼줄로 신발을 옥여 매어 간신히 상원사에 도착했다. 거기서 단종을 폐위시킨 세조에게 내린 천벌을 보았다. 법당의 한편에 속죄하듯 누워있는 피고름 묻은 세조의 명주 적삼은 내내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권력이 무엇인지 권력 앞에서는 친구도 조카도 없는 소용돌이 속 역사는 알면 알수록 깊어지는 느낌이다. 단종 유배지 청령포는 아픈 역사와 절경으로 1971년 12월 16일 강원도 기념물 15호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12월 26일 명승 제50호로 변경되었다. 청령포는 영월군 남면 광천지 남한강 상류에 있다. 강의 지류인 서강이 휘돌아 흘러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으로는 육육봉의 험준한 암벽이 있어 마치 한반도처럼 생긴 지형이다. 17세 어린 단종이 그 시절 한양에서 영월 이곳까지 머나먼 길을 쫓겨 내려갈 때의 슬픈 심정은 어찌 글로 다 표현하겠는가. 첩첩으로 서서 길을 막는 산중의 소나무와 빙 둘러싼 서강은 무슨 말로 단종에게 인사를 했을까. 그러나 이곳 생활도 잠시 경상도 순흥에 유배되어 있던 넷째 작은아버지 금성대군이 다시 단종 복위를 꾀하다 실패하니 노산군은 다시 서인으로 강등되었으며 단종의 나이 17세인 1457년 10월 죽임을 당하였다. 몇 년 전 원도심 B 서원 인문학 카페에서 수신인은 상관없이 편지글 쓰기가 있었다. 나의 마음도 이별의 아픔을 겪은 뒤라 그리움에 젖은 설음까지 구구절절이 정순왕후에게 쓴 편지 생각이 난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는 판돈령부사 여량부원군 송현수의 딸로 1454년 왕비로 책봉되었다. 삼 년 뒤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되자 정순왕후도 궁궐에서 쫓겨나 부인으로 강봉 되었고 그 후 단종을 영영 만나지 못하였다. 단종의 죽음을 알게 된 정순왕후는 매일 정업원 지금의 청룡사의 뒤 산봉우리 동망봉에 올라 영월을 바라보며 통곡했다고 한다. 정순왕후가 산봉우리에 올라 곡을 하면 백성들도 따라 울었다. 양반 가문의 딸로 또 왕비로 살았지만, 궁을 떠난 후에는 스스로 일을 해서 생계를 이을 수밖에 없었다. 손재주가 있은 덕에 옷감에 자줏물을 들이는 염색 일을 도우면서 입에 풀칠이나마 할 수 있었고, 그런 생활 속에서도 모진 목숨이 여든을 넘게 살았다. 1698년 노산으로 강봉 되었던 단종이 복위되자 정순왕후도 부인에서 왕후로 복위되었다. 죽은 지 200년 만의 일이었다. 그런 애절함이 있었기에 능호도 사능思陵이라고 하였을까. 사필귀정이듯 조선 왕릉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까지 되었다. 지금도 육지의 섬인 청령포는 나룻배 없이 갈 수 없는 곳이다. 우리 일행이 오랜 세월을 이고 선 소나무 길과 낮은 담장을 지나 단종의 어소에 다다르니 곳곳에 단종의 흔적이 그의 눈물처럼 서려 있다. 두고 온 왕비 송 씨를 생각하며 주변에 있던 막돌을 하나씩 주워 만들었다는 망향탑이다. 지금은 600년도 넘은 천연기념물인 관음송은 우리나라 소나무 중에서 키가 가장 크다고 한다. 하늘을 향해 양쪽으로 뻗은 가지에 앉아 시름을 달래기도 했다는 단종. 밤이며 구슬픈 단종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관음송이다. 우리 일행은 계단으로 된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오른다. 청령포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 했다. 여기는 노산대로 단종이 자주 올라와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한양과 두고 온 정순왕후를 그리워하였다고 한다. 생각만으로도 뼛속 깊은 서러움이 서린다. 560여 년 전 단종이 지은 ‘자규시’의 구절이다.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에서 나온 뒤로/ 외로운 몸 짝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맨다.⋯⋯하늘은 귀머거린가 애달픈 이 하소연 어이 듣지 못하는지 어찌 수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가 이런 어린 단종에게 형을 집행하려고 사약을 가지고 온 의금부도사 왕방연도 차마 고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해 평상시 단종을 모시던 이가 목을 졸라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옥체는 동강에 버렸다. 이에 왕방연은 하늘이 부끄러워 한양으로 떠나지 못하고 강가에서 시조 한 수를 남겼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맘 같아서 울며 밤길을 흐르누나’ 누구라도 옥체를 거두면 삼족을 멸한다는 어명에도 영월의 호장 엄홍도가 단종의 장사를 지내겠다고 강에 떠 있는 옥체를 수습해 산에 몰래 매장한 덕택에 단종은 다행히 장릉에 모셔졌다. 중종 11년 단종의 묘를 찾고 25년 후 영월 군수 박충원이 봉분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 단종이 돌아가신 뒤 241년 만의 일이었다. 2007년 4월, 단종을 추모하는 단종문화제 기간에 그를 보내는 국장을 550년 만에 치렀다. 해마다 영월에는 단종제를 지낸다. 올해는 세계적인 재앙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단종제는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순왕후처럼 애절한 마음이 되어 청령포에서 글을 읽고 있는 단종과 만난 날이다. 슬픈 역사가 강물 따라 흐르는 청령포에서 숨을 멈추게 하는 하루의 아련함이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해진다. <김예순 수필집 『움직이는 시간의 순간들』중에서> ▮김예순 주요 약력 △‘시와 수필’ 시 등단 △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사)부산문인협회 회원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이사 △신서정문학회 부회장 △부산수필문학협회 감사 △부산남구문인협회 이사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부산수필문학 작가상 △부산신서정문학회 작품상 △부산남구문인협회 작가상 △부산펜문학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가상 △수필집 ‘내 마음의 정원’, ‘움직이는 기억의 시간들’ △시집 ‘시 속에 피는 꽃’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8) 최혜영 ’활시위에 응축된 물질 상상력‘
-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7) 송명화 ‘잠김의 심연, 부력의 시학’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7) 송명화 ‘잠김의 심연, 부력의 시학’ 이정숙의 ‘잠김과 부력’ - 표현 26년 봄호 송명화/ 문학평론가 이정숙의 <잠김과 부력>은 삶을 떠받치는 부력에 대한 찬가이자, 인간이 상처와 침잠을 딛고 다시 떠오르는 방식에 대한 탐색으로 읽힌다. 이 작품에서 부력은 살아내려는 의지이며, 생존의 사투를 견디게 하여 끝내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다. 제목에서 잠김과 부력은 대등하게 놓여 있으나, 작품의 무게중심은 결국 부력 쪽에 실려 있다. 잠김은 어린 시절 물에 휩쓸렸던 공포, 제주의 역사적 상처, 해녀의 잠수, 삶의 고난 등으로 형상화된다. 반면 부력은 그러한 침잠의 상태를 견디게 하고 다시 삶의 자리로 떠오르게 하는 힘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상처와 회복의 구조를 물의 이미지로 치환한 방식은 이 작품의 중요한 미학적 쾌미라 할 만하다. 바슐라르가 <물과 꿈>에서 물을 인간 무의식의 심연과 연결시켰듯, 이 수필에서 물은 어린 시절 물에 빠졌던 기억이 침잠해 있는 내면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특히 물이 가진 몽상의 작용은 침잠에서 멈추지 않고, 용해와 정화의 원소로 확장된다. 공포를 녹여내는 상상적 의식으로 몸을 씻어내며 두려움을 극복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압권 중 하나다. 결국 그녀는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그 이후의 바다는 ‘양수의 기억을 복기시킨 편안함’으로 변모한다. 죽음의 물이 모성적 생명의 물로 전환되는 이 대목은 후반부 새의 귀환과도 긴밀하게 호응하며, 작품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상징 구조로 묶어낸다. 해녀는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모티프다. 잠김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떠오르는 존재, 물과 대립하지 않고 경계를 오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력을 뚫고 잠기고, 부력을 품고 오르는 빈틈없는 생존의 사투’라는 표현은 인간 존재의 원형적 투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숨을 울음과 바꿔내는 소리’로 형상화된 숨비소리는 바다의 울음과 해녀의 숨이 합쳐진 청각적 이미지로,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가장 시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감각과 존재의식을 동시에 흔드는 이러한 표현은 이 작품이 지닌 서정적 깊이를 배가시키며, 독자에게 오래 잔향을 남긴다. 바슐라르의 관점에서 보면 이 수필의 핵심은 결국 물의 이미지가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공포와 심연의 물이 모성의 물로 변모함으로써, 작가는 물을 치유와 귀환의 장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변환의 유연성과 사유의 깊이는 작품의 높은 문학성을 담보하는 요소라 하겠다. 한편 작품 속 ‘새’는 자유로운 영혼 혹은 의식을 상징한다. 새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존재이지만, 작가는 “아무리 멀리 날아가도 돌아와야 할 곳이 있다”고 말한다. 잠김은 물속, 부력은 수면, 새는 하늘이라는 수직적 구조 속에서 새는 부력의 궁극적 형상으로 자리한다. 즉 새는 잠김을 극복한 존재이며, 자유의 이미지이자 제주의 기억과 슬픔, 생명력을 품고 날아가는 상승의 존재다. 그러나 이 새가 귀속과 귀환의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물의 심상이 지배하는 작품 속에서 이처럼 상승과 귀환을 동시에 포괄하는 상징 구조는 작품의 철학적 밀도를 한층 높이며, 독자에게 존재론적 성찰의 여운을 남긴다. 또한 ‘바다는 눈물이 모인 곳’, ‘땅에서 흘러간 슬픔이 모두 모이면 이런 냄새일까’ 같이 시적 감각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곳곳에 보인다. 이미지와 감각을 앞세우면서도 의미망을 넓혀가는 이러한 문장들은 존재와 치유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자연스럽게 문학 속에 스며들게 한다. 개별적 현상과 행위에 대한 개성적 해석과 깊은 사유로 철학성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상당한 수필적 성취를 보여준다. 특히 사유와 감각이 하나의 문장 안에서 함께 살아 움직인다는 점은 이 수필의 큰 미덕이다. 총 17개 문단을 담아내다 보니, 서사의 명료성과 논리적 연결이 느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특히 도입부의 벽돌과 봄꽃 이미지는 이후 전개되는 부력의 의미망과 다소 거리감이 있어 독자로하여금 그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서사의 엄격한 인과 대신 의식의 흐름에 따른 연상과 몽상을 적극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수필에서 연상과 몽상이 하나의 미학적 전략으로 기능함을 보여주었다. 수필 <잠김과 부력>은 존재의 상처와 회복의 과정을 물의 상상력 속에서 길어 올림으로써 흔히 수필에 부족하다고 말해지는 상상력 부분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라 하겠다. ■송명화 주요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경남 남해 출신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2005) △에세이문예 문학평론(2010) △제8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초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도서비평가협회 부회장, 부산교대문학협회 회장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이사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수필집 <순장소녀>(세종도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문학나눔),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아르코창작기금) 등 6권 △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김만중문학상(수필), 우하박문하문학상(평론), 한국에세이평론상(평론), 평사리문학대상(수필), 신격호샤롯데문학상 대상(수필) 등 수상 잠김과 부력 이정숙 서귀포가 들썩거렸다. 제주의 숨결에서 무엇을 찾아낼지 궁금한 기대가 차오른 상태였고, 사나흘에 걸쳐 비와 바람이 그곳을 미리 깨워 둔 때문이었다. 떠나온 전주에는 아직도 비바람이 거세다는데, 함께한 사람들이 덕을 쌓아서 그럴까. 끄느름하지만 바람마저 차분한 봄날에 그렇게 발을 디뎠다. 특별한 색과 모양을 가진 벽돌들을 만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렸다. 글쓰기는 집 짓는 일인데, 한동안 낯익은 벽돌들만 매만지고 있었다. 제주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 처처를 돌아보는 시간은 이전의 방문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벽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벽돌들을 어떻게 품어 안고 가야 할까, 하는 고심이 시작되었다. 뭍에서는 겨울인 듯 봄인 듯 엉거주춤 시간의 이름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서귀포는 이미 봄을 선언한 이후였다. 매화, 산수유, 수선화, 목련이 제각각 봄과 거래한 대로 꽃을 피웠다. 어느 집 울안에는 완두콩이 이른 꽃을 피웠고, 먼나무는 거리마다 꽃처럼 빨간 열매를 달고 유혹하고 있었다. 봄이어서 선뜻 유혹당했다. 걸음을 옮겨 거대한 물이 가두어진 바다로 다가갔다. 해변의 소리라고 모두 같을까? 빈틈없이 바다로 에워싸인 제주의 소리를 듣기 위해 큰 바위에 이슥하게 앉았다.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숨 가쁘게 흘러갔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모호한 경계가 눈동자 속에 만들어지는 걸 느꼈다. 쪽빛 하늘이 출렁이는 바다로 내려와 합치를 이루는 순간, 발랄한 소녀와 할머니가 하나로 포개졌다. 할머니가 소녀를 받아들이는 무조건의 환대는 아니었다. 서로가 사랑을 생성해야 섞일 수 있었다. 불만과 후회가 훼방을 놓는다면 일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일. 날씨를 받아들여 바다가 색을 바꾸고, 바꾼 색을 받아들여 삶을 꾸린 일이 수용이고 포용이었다. 푸르게 밀고 왔다가 온 길에 흰빛을 뿌리며 풀어지듯 소리를 놓고 돌아가는 파도를 보고 있자니 의도적으로 봉쇄시킨 밑바닥 기억이 올라왔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하굣길, 갑작스레 불어난 냇물에 한참을 휩쓸려가다가 겨우 빠져나왔다. 기억 속 물은 소름 끼치게 차갑고 깊어서 얼음 속 블랙홀에 갇혔고, 수백의 물귀신한테 잡힐 것 같은 공포로 떨었다. 살짝만 깊어도 물 근처에 가는 것도, 배를 타는 것도 두려움이 앞장서 긴 세월 담을 쌓았다. 물을 두려워하자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정신이 허든거리며 갈증이 났다. 어느 날 하루에도 서너 번씩 씻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왜지? 씻고 난 뒤의 개운함 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무의식 속에 자리한 공포를 없애려는 용해의 과정이었다. 따뜻하게 흘러나오는 물줄기 하나하나가 나를 끌어가려는 물귀신의 손아귀를 하나씩 없애며 차가운 기억을 지우고 있었다. 공포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는 부력이었다. 제주를 칠흑의 심해 속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어떻게든 일상을 꾸려가도록 손잡아준 부력은 무엇이었을까. 한 사람의 상처와 공포에도 치유의 부력이 필요한데, 제주는 숫자로 가늠하기 어려운 상처와 공포를 이겨내야 했다. 제주의 삶이 이어지고 있음은 제주가 품은 거대한 부력이 있었기 때문일 터이다. 자리를 옮겼다. 서귀포항 인근, 80살에 가까워 보이는 할머니가 물질 장비를 질질 끌고 힘겹게 걸었다. 걸음걸음에 신산辛酸이 굵은 방울로 한 점 한 점 뚝뚝 떨어진 듯했다. 땅에서는 그렇게 허리와 다리를 파고드는 아픔을 견디며 걸음을 옮기지만, 바다에 몸을 넣으면 그냥저냥 물질을 할 수 있으시단다. 부력 덕분이다. 부력은 한 번에 이용할 수 없다. 한 번에 써버리면 잠김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생을 부지해주는 부력이 그렇다. 배가 망망대해에 내려주면 실으러 올 때까지 일해야 한다. 차디찬 물속에서 2분 가까이 숨을 참아가며 물질하고 부력의 계단을 밟고 물 밖으로 떠올라 테왁(해녀들이 사용하는 부력 도구)을 끌어안고 2~3분 호흡을 고른다. 그리고 다시 잠긴다. 그 일을 대여섯 시간 동안이나 반복한다. 나는 얼마나 숨을 참을 수 있을까. 물의 압박 없이도 30초를 넘기기 힘들었다. 해녀를 떠올리면 낭만을 생각하지만, 부력을 뚫고 잠기고, 부력을 품고 오르는 빈틈없이 생존을 위한 사투다. 낭만이 없을 수 없겠지만, 사투 중에 찾아오는 햇살 같은 낭만, 짧고 눈부시고 명징한 낭만은 낭만의 무리에 넣어 다른 것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해녀들에겐 ‘숨병’이 고질병처럼 따라온다. 숨을 오래 참다 보니 혈액 속에 질소가 쌓이면서 혈관이 막히는 직업병을 앓는다. 그런 깊은 병의 곁에 있는 낭만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물이 두려웠으나 바다를 찾았다. 무서웠다. 반복의 과정에서 어느 날 양수의 기억을 복기시킨 편안함이 찾아왔다. 바다가 좋아졌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 만나고 싶어졌다. 웅장함과 역동이 오롯한 아름다움으로, 고요와 평화로 안기었다. 그 바다로 더 가까이 걸음을 놓았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우는 소리가 조금 더 크게 울렸다. 바다가 저 홀로 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잠김과 부력으로 바다를 견디고 올라온 해녀들이 숨을 울음으로 바꿔내는 소리였다. 바로, 그 숨비소리. 문득, 바다는 눈물이 모인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 곳곳의 골짜기며 오름으로 스며든 눈물들이 속으로 길을 만들고 만들어 낮은 곳에서 만나 이룬 것이 바다일 거다. 육지하고는 비할 수 없이 쏟아지는 비들이 스며들어 사라지는 것도 그 길 때문이지 않을까. 육지의 눈물들도 그런 길을 따라 바다로 모였을 테고. 다시 숨비소리가 들렸다. 혼자가 아니었다. 숨비소리의 길을 따라 훅 비릿한 내음이 다가왔다. 땅에서 흘러간 슬픔이 모두 모이면 이런 냄새일까. 눈을 한껏 열고, 귀를 한껏 열었듯이 코를 열어 근원을 이해해야 했다. 문득, 새에게 걸음을 맡기고 묻는다. 어디로 날아갈 것인가? 아무리 멀리 날아가도 돌아와야 할 곳이 있다. 눈감으면 만져지는 감귤 향기와 귓속에 감겨오는 파도 소리, 숨비소리가 사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안개에 잠기고, 눈에 잠기고, 비에 잠기고, 세간의 어이없는 슬픔에도 잠기겠지만 솟아오르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훗날, 올봄의 제주가 새로운 기억으로 서랍 속에서 얼굴을 내밀면 반갑겠다. 2박 3일로는 턱없이 부족한, 두서너 달은 머물면서 둘러봐야만 조금 알 수 있는 우리나라의 보물섬. 제주의 3일은 짧고 빛났다. ▮이정숙 주요 약력 △ 2001년 《수필과비평》 등단 △ 신곡문학상, 전북문학상, 작촌예술상, 작촌문학본상, 온글문학상, 한글사랑유공자 전라북도지사상수상 △ 온글문학회장, 수필과비평전라북도지회장, 국제PEN한국본부전북위원장 △ <지금은 노랑신호등> <내 안의 어처구니> <꽃잎에 데다> <계단에서 만난 시간> <다시 페달을 밟는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7) 송명화 ‘잠김의 심연, 부력의 시학’
-
-
[대한기자신문]유선이 교수, 2026년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 위촉, 예술과 행정을 아우르는 문화기획 전문가로 기대 모아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대기자]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팀은 지난 5월 26일, 경성대학교에 출강 중인 유선이 교수를 2026년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번 위촉은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과 문화행정 역량을 두루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음악과 문학, 예술기획을 넘나드는 융합적 활동 경력이 이번 심의위원 선정에 큰 신뢰를 더했다. 권대근 한국도서비평가협회 회장은 "유선이 교수는 연주학 학사 석사를 비롯해 음악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문화행정기획 분야 박사과정을 수료한 문화예술행정 전문가다. 예술 현장과 학문을 함께 경험한 그는 음악적 감수성과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꾸준히 기여해 왔다. 또한 경북신문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과 문학전문지 『에세이문예』 문학(음악)평론 신인상 수상을 통해 문학적 역량까지 인정받으며 예술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유 교수는 경성대와 동의대, 창신대 등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두루지야앙상블 대표와 두루지야플루트앙상블 예술감독, 알마스앙상블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공연문화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다양한 연주 기획과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민과 예술을 연결하는 데 힘써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유선이 교수는 예술 현장 경험과 학문적 전문성, 문화행정 감각을 고루 갖춘 보기 드문 인재”라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부산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은 지역 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사업의 심사와 평가를 담당하는 자리로, 전문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위촉을 통해 유선이 교수는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과 창작 지원의 질적 향상에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선이 연주학 학사, 석사 음악학 석사, 박사 문화행정기획 박사수료 경북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 에세이문예 문학(음악)평론 신인상 당선 경성대, 동의대, 창신대 출강 두루지야앙상블 대표 두루지야플루트앙상블 예술감독 알마스앙상블 단장 사)유니세프경남후원회 이사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유선이 교수, 2026년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 위촉, 예술과 행정을 아우르는 문화기획 전문가로 기대 모아
-
-
[대한기자신문] 이도연 시인 네 번째 시집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에세이문예사에서 펴내다
- 계간 『문화와문학타임』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도연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를 에세이문예사에서 펴냈다. 이번 시집은 2026년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개인) 지원을 받아 출간되었으며, 총 100여 편의 시를 5부로 나누어 담았다. 215쪽, 값 13,000원이다. 시집은 1부 「차향 머무는 오후」를 시작으로 2부 「풀잎 끝에 앉은 시간」, 3부 「별빛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4부 「마음의 숲에 이르다」, 5부 「희망의 싹은 돋아나고」로 구성되었다. 「바람의 정류장」, 「소여물통」, 「시간의 주름」, 「꽃비정원」, 「골담초」 등 자연과 사물, 일상의 풍경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들이 고루 실려 있다. 이번 시집의 서평은 문학박사이자 중국 하북미술대 객좌교수인 권대근 평론가가 맡았다. 권 평론가는 「웃음 띤 오색 무지개, 삶을 일구는 녹색 찬가」라는 제목의 서평에서 “이도연 시인은 자연과 사물의 외형을 단순히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물의 침묵 속에서 다음 문장을 듣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꽃이 지는 자리에서 희망을 읽고, 바람의 결 속에서 인간 존재의 흔들림을 포착하며, 일상의 작은 풍경 속에서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린다”며 “사물은 그녀에게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존재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며 또 다른 자아”라고 말했다. 권 평론가는 특히 시집 제목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에 주목했다. 그는 “‘사물’은 현실과 자연이며, ‘다음 문장’은 그것을 넘어 생성되는 새로운 의미”라며 “시인은 돌멩이 하나에도 시간을 읽고, 낙엽 하나에도 생의 윤회를 발견하며, 찻잔 속 물결에서도 인간 존재의 고독과 희망을 건져 올린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그녀에게 시란 사물의 침묵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며, 존재의 이면에 숨겨진 문장을 이어가는 행위”라고 평했다. 이도연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인생백년의 기로에 서서 하나하나 배워 가면 좋은 일이 반드시 내 곁을 지켜준다는 희망을 품었다”며 “이론적인 ‘왜’에 대한 해답에도 창조적인 ‘어쩐지’에 대한 심상을 살려나가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또 “어린 시절 민들레 꽃이 지고 나면 솜털처럼 바람 따라 어디든 날아가 자리 잡고 살아가는 민들레 홀씨가 되고자 했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권 평론가는 “민들레 홀씨처럼 척박한 자리에서도 다시 뿌리내리려는 의지와 화려하지 않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생명을 밀고 나가려는 생의 태도가 시편 곳곳에 녹아 있다”며 “이도연의 시는 서정시학의 전통 위에 서 있으면서도 존재론적 질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도연 시인은 사물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통해 세계를 읽는다”며 “그녀의 시에서 사물은 대상이 아니라 관계이며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통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익숙함 속에 잠든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사물 속에 숨어 있던 또 하나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데 이도연 시의 빛이 있다”고 덧붙였다. 권 평론가는 서평 말미에서 “이도연 시인이 찾고자 하는 것은 거대한 이념이나 관념이 아니라 사물 속에 숨겨진 생명의 온기이며 존재의 다음 문장”이라며 “그녀의 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하나의 문장이 끝나는 자리에서 또 다른 문장이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동편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듯 그녀의 시 또한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길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이도연 시인 네 번째 시집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에세이문예사에서 펴내다
-
-
[대한기자신문]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25) 최순덕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존재’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25) 최순덕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존재’ 김창식 ‘1.5층’ <계간 현대수필 2026년 봄호> 최순덕/ 수필가, 평론가 수필은 주변의 사물과 일상의 체험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비추는 문학 양식이다. 거대한 서사나 극적 사건이 아니라 미세한 감각과 체험의 결을 따라 삶의 의미를 드러내는 데 그 미학적 본질이 있다. 김창식의 수필 <1.5층>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낡은 건물이 어느 순간 작가의 인식에 새롭게 마주치면서 발생한 사건을 우리네 삶과 연결하여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삶을 ‘경계’의 언어로 드러낸다. 수필의 문학성은 작품이 지닌 철학적인 면에서 드러난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사유하는 철학이 바탕이 된 이 작품은 매우 문학성이 뛰어남은 물론 미학적 본질을 성공적으로 의미화했다고 볼 수 있다. 김창식의 수필 <1.5>에서 작가는 들뢰즈의 ‘아장스망,’ 즉 ‘새로운 마주침’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하고, 공기의 흐름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충격적으로 인식의 변화와 내면의 혼란을 겪는다. 우연히 접근한 낡은 건물에서 ‘올라가도 1층, 내려가도 1층’이라는 이상한 현실과 마주치며 올라갔으면 다시 내려가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고정관념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킨다. 세상은 늘 변하는 사건으로 존재한다고 한 들뢰즈의 말처럼 이 수필은 고정관념의 균열과 파괴, 재형성의 사건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의미를 깊은 사유를 통해 드러낸다. 이런 인식은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드러남의 과정’으로 이해한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인간은 항상 세계와 관계 속에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일상 속 경험과 사유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해석해 나가는 존재라고 하였다. 작가 김창식은 <1.5>층에서 남루한 현실의 1층과 꿈꾸거나 도달하려는 이상향의 2층이라는 공간 사이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1.5층이라는 경계의 층을 상상으로 만들어놓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새롭게 해석한다. 일상적 사물에 불과했던 낡은 건물이 새로운 사건으로 인식되고 낯설게 드러나는 순간은 하이데거가 말한 ‘은폐에서 탈은폐로의 과정’과 맞닿아 있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상황이지만 작가의 상상 속에서는 낡고 허름해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침묵하고 있던 건물이 지면에서 비스듬히 분리되어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때 작가는 입체영화에서처럼 확대되어 부유하는 건물을 <<걸리버 여행기>> ‘천공의 성 라퓨타’와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의 행성’의 움직이는 산으로 이미지화하여 독자에게 그 느낌을 전달한다. 이 지점은 수필 속 이미지는 현실의 재현을 넘어, 작가의 내면에서 생성된 상상력의 결정체로서 존재한다고 한 가스통 바슐라르의 ‘상징적 존재론’에 닿아 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 이전에 이미지 속에서 사는 존재라고 한 바슐라르의 말대로 독자의 감각과 정서를 환기하는 핵심 장치로 이미지를 잘 활용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수필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1.5층의 삶을 살아낸 인간의 이야기로 작가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의 삶과 영화 <식스 센스>의 주인공인 이미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를 삽입한다.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인간과 허깨비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실의 인간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여 서사를 엮어 간다. 수필은 체험이 아니라 구성된 서사라고 한 리쾨르의 말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형성한다’는 그의 말처럼 1층도 2층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의 공간에서 부유하는 1.5층의 삶을 살아가는 ‘경계의 삶’은 ‘인간은 불안전한 존재’라는 의미를 형성한다. 적절한 인용의 서사로 공감을 확보한다. 마지막에 작가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파우스트의 말을 통하여 어둠의 사슬을 끊고 나아간 빛의 세계가 꿈꾸던 이상형의 세계가 아니고 다시 1.5층에 머물지라도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 갈려고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걸음으로 마음속의 계단을 오르는 작가의 다짐에서 희망적인 삶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최순덕 △2003년 《문예시대》 수필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 △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부 부회장, 부산문인협회수필분과 이사, 부산수필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역임,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부산수필문학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3부장 △풀꽃수필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부산PEN문학 작품상, 부산가톨릭문학 본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제2회 한영문학상, 부산PEN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껍질 벗는 나무』 『사라예보의 붉은 강물』 『잃어버린 도시』 『고등어의 눈물』 『박제된 나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김창식의 <1.5층> 그 건물은 1층도 2층도 아닌 어중간한 건물이었다. 처음부터 그 건물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해 질 녘 산책길에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눈에 익은 초록색 바탕의 노란색 리본 로고와 위로 향하는 화살표 표지가 보여 무심코 옆 계단을 올랐다. 홀을 한 바퀴 휘둘러보고 옆쪽으로 트인 출구로 나오니 그냥 널찍한 평지였다. 다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든가, 엘리베이터 또는 에스컬레이터, 하다못해 아래로 향하는 비탈진 길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엔 역순으로 쪽문을 열고 내부 홀을 가로질러 계단을 되짚어 내려왔다. 도로 면에 잇닿은 평평한 땅이 나왔다. 높이는 달랐지만 계단을 올랐는데도 1층이었고 내려왔는데도 1층이었다. 길모퉁이에 비켜서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지역농협 건물이었다. 다만 건물이 아파트 입구 언덕바지에 세워져 있어 계단을 오르내리더라도 밖으로 나오면 다시 택지宅地나 도로로 연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럴 싸 그러한지 건물이 조금 기울어져 보였다. 행인들은 건물의 생김새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듯 태연하게 오갔다. 건물이 한적한 이면도로에 위치한 데다 ‘피사의 사탑斜塔’ 같은 유서 깊은 랜드마크나 관광명소도 아니니 당연한 일일 터이다. 그렇다 해도 미심쩍은 느낌이 온전히 가시 것은 아니었다. 고개를 흔들며 그곳을 떠나려는데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 공기의 흐름이 낯설었다. 뒤통수를 무엇이 잡아채는 듯 석연치 않았다. 가던 길을 멈추어 뒤돌아보았다. 여전히 낡고 허름한 건물이었다. 초록색 바탕에다 빛바랜 노란색 리본 문양 간판 뒤로 해가 기울고 있을 뿐. 언뜻 건물이 기우뚱하더니 지면에서 비스듬히 분리돼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이 입체영화에서처럼 확대되며 다가왔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의 움직이는 산처럼. 순간 한 생각이 스쳤고 그 생각이 그럴듯하게 여겨졌다. 1.5층의 삶! 계단을 올라가도 1층, 내려와도 1층이면서 떠도는 건물. 남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저 1.5층 건물이 우리네 삶을 에둘러 말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 1층도 아니고 2층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 공간을 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에 굳건히 뿌리박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위로 오르지도 못한다. 어디론가 흘러가거나 잠시 머물면서도 그곳이 가려한 곳인지 정작 확신이 없다. 1.5층의 삶은 떠도는 삶, 출발지도 목적지도 아닌 경유지의 삶이다. 출발지의 설렘도 도착지의 안도감도 없이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유랑을 계속하는 경계면의 삶.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의 삶이 떠오른다. 문명 세계에 염증을 느낀 고갱은 2달여의 항해 끝에 타히티섬에 닿는다. 원주민 처녀와 동거하며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원색의 자연과 원시생활의 순후함을 화폭에 담는다. 빈곤과 고독, 병고에 시달리다 파리로 돌아온 고갱은 재기에 실패하고 주위로부터도 냉대를 받는다. 고갱은 다시 남태평양으로 떠나 필생의 역작인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남기지만 우울증과 영양실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한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영원한 보헤미안 고갱은 1.5층의 삶을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이 아닐까? 영화 <식스 센스(The Sixth Sense)>도 생각난다. 보통 사람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실은 죽은 자였다. 그는 죽은 사람을 보는 소년과 교우하며 우정을 가꾼다. 주인공은 죽었으면서도 이승의 사람 주위에 출몰하며 기이한 공간을 떠돈다. 막판에야 주인공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이 놀람과 애잔한 여운을 안겼다. 그런데 잠깐, 우리 주변에도 혹 이처럼 허깨비 같은 삶을 사는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 산 사람의 삶은 그 같은 흐릿한 삶과 어떻게, 또 얼마나 다른 것일까. 다시 1.5층의 딜레마를 반추한다. 제 갈 길을 만족하며 반듯하게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1층은 내가 속한 곳이자 나를 얽어매는 남루한 현실일 수 있다. 그에 반해 2층은 지향하는 곳, 꿈꾸거나 도달하려는 이상향일 터이다. 현실의 질곡에 발목 잡혀 있으면서도 삭막한 담벼락을 힘겹게 오르는 넝쿨 식물 같은 위태로운 삶이 우리 삶의 본디 모습일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파우스트의 고뇌 어린 독백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어둠의 사슬을 끊고 나아간 빛의 세계’가또 다른 평평한 땅으로 이어질는지 모르지만 나는 마음속 어둑한 계단을 오른다. 해 질 녘 틈새의 시간에 회백색의 낡은 건물이 침묵 속에 잠겨 있다. 본디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었다는 듯. <계간 현대수필 2026년 봄호> ▮김창식 △2008년 <한국수필> 등단 △수필가, 문화평론가, 자유칼럼그룹 칼럼니스트.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심사위원.△흑구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상, 구름카페문학상, 선(選)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문학상, 중부가톨릭문학상, 부평삶의문학상 외 아르코문학창작기금(2011/2012)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그림자가 사는 곳』 『웰컴 투 마이 월드』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25) 최순덕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존재’
-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이은주 '꽃비는 누구의 어깨에 내렸나'
- 꽃비는 누구의 어깨에 내렸나 이은주/ 시인 꽃잎 다 잃어버린 길 가 벚나무 가지에 노란 붓꽃 아우성 위로 봄비 한 올씩 핏줄로 젖어든다 맹골수도에 갇혀 돌아오지 못한 봄 심장을 도려내던 그 봄 꽃비가 파랗게 질려 바람에 들었다 빗소리가 물을 할퀴다 익사한다 하얗게 질린 비가 그친 뒤에야 노란 리본이 연소되길 기대하며 내미는 우산 아이들보다 먼저 비를 맞아야 했다 강으로 돌아갈 수 없는 흔들리는 바다 꽃송이 모가지째 떨어지던 파도 끝 노란 리본 눈물로 출렁이는 팽목항에 오래도록 식지 않을 체온 하나 놓아둔다 ▼이은주 시인 2018년 『대한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아왔다. 부산문인협회 회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단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에세이문예 부설 문예창작대학원 문학평론반에 수학 중이며, 향토문학제 대상(2018), 전국 짧은 시짓기 공모전 은상(2021), 타고르문학상 대상(2022)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시집 『아껴 먹는 슬픔』은 절제된 언어와 깊은 정서로 독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이은주 '꽃비는 누구의 어깨에 내렸나'
-
-
[대한기자신문] 아침을 여는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그런 세상'
- 그런 세상 수림 이은주/ 시인 정말 미쳐돌아가는구나 스벌스끼들 정병들이 한 궤짝 우울증이고 싶어 병을 앓고 회피는 투척하는 방어기제 돈은 돌아서 사채보다 무거운 밧줄이 되고 “이제 가시죠,형님” 침 뱉기 좋은 날 자신을 숨기고 빙의된 척 연기하는 무대 위 타인을 주렁주렁 키링처럼 매달고 소리를 낸다 골대 잠그고 축구하자는 이런,슈발러마 혼자 밥을 먹어도 사람 많은 곳에서 먹으니 혼자가 아니고 머리 밀고 온 예비군 동기 군복 입고 서 있는 민방위 동기 그래,차라리 거기서 일을 그르쳐 버려 “변호사 사줄게” “아닙니다 형님,노역 살겠습니다” 아무도 미치지 않아서 더 미쳐버리는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구나 ▼ 이은주 부산 거주, 아호: 수림 계간 에세이문예 시 등단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 부산교육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수학 중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아침을 여는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그런 세상'
-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4) 김정애 '어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자가발광(自家發光)'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4) 김정애 '어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자가발광(自家發光)' 조경숙의 '반딧불이' 김정애/ 문학평론가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문학적 장치는 대립적 이미지의 융합이다. 작가는 ‘반딧불이’를 단순히 곤충으로 박제하지 않고, 그것을 ‘땅에 뜬 별’이라 명명하며 수직적 전치를 시도한다. 하늘의 별이 거시적이고 주어진 빛이라면, 반딧불이는 미시적이며 치열한 ‘생존의 빛’이다. 특히 ‘개똥벌레’라는 비천한 명칭과 ‘별’이라는 고귀한 상징 사이의 간극을 매개하는 것은 ‘눈물자리’라는 시적 공간이다. 작가는 빛이 가장 필요한 장소를 “어둡고 차갑고 서럽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눈물자리”라고 정의하였다. 이 '눈물자리'는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의 고통이 집약된 장소다. 그래서 반딧불이의 발광 행위는 생물학적 현상을 넘어선 윤리적 응답으로 격상된다. 작가는 과거 간호사로서의 경험을 반딧불이의 생애와 병치시킨다. 이는 단순한 비유를 넘어선 몸의 사유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기 위해 “몸 마디마디 형형색색 빛을 자으려 치열한 성장통을 감내한다”는 묘사는, 고통의 현장에서 타인의 생명을 지켜내던 작가의 실천과 맞닿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음지‘에 대한 재해석이다. 반딧불이가 ”해마저 지나친 곳“을 보금자리로 삼는다는 대목은, 빛이 안락함이 아니라 소외된 장소에서 정체성을 획득한다는 역설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실로암 안과 병원장의 삶으로 이어지며, 자연적 은유가 인간적 실천으로 이행되는 서사의 필연성을 확보한다. 이때 빛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타자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선택의 형식이 된다. 한편 이러한 독해는 동시에 긴장을 내포한다. 고통이 빛의 조건으로 제시되는 순간, 고통은 더 이상 부정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의미를 산출하는 토대로 재배치되기 때문이다.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구조는 고통의 비동일성을 약화시키고 그것을 서사적 자원으로 환원할 위험을 지닌다. 특히 결핍과 상실을 극복하여 타인의 빛이 되는 인물 서사는, 고통의 개별성과 역사성을 지우고 감동의 구조로 조직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지점에서 이 글의 윤리는 고통에 대한 응답인 동시에, 그것을 의미로 통합하려는 충동과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글의 후반부에서 작가는 대상(반딧불이, 타자)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자신의 내면을 응시한다. “반딧불이가 살을 찢는 고통으로 외피를 벗듯 나 또한 삶이란 파고에 부딪혀 산산이 깨어지고서야 원망과 미움의 옷을 벗을 수 있었다.” 이 문장은 본 수필의 철학적 핵심이다. 여기서 고통은 개념이 아니라 신체를 통과한 경험으로 제시된다. 모리스 메를로퐁티가 말한 바와 같이, 사유 이전의 지각적 충격, 몸을 통해 먼저 도달하는 이해의 방식으로 읽힌다. 작가는 반딧불이의 탈피를 보며 자신의 내면적 허물을 벗겨낸다. 반딧불이의 빛을 “시력을 잃을 지경”으로 느꼈다는 고백은 대상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존재 전체가 흔들리는 감각적 사건이다.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요동치는 ‘살아있는 몸’의 언어다. 빛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존심과 욕심이라는 딱딱한 외피를 깨뜨리고 나오는 ’자기 파괴적 생성‘의 결과물로 제시된다. 애벌레의 인고를 거쳐야 땅별이 되듯, 인간 역시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비로소 타인을 비추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고통의 형이상학'을 완성한다. "원망과 미움의 옷을 벗는다."는 대목은 독자에게 단순한 교훈을 넘어선 정화(Catharsis)의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는 이어령의 말을 빌려 “잠자는 동안에도 숨 쉬는 내 숨 속에 숨어있는 별”을 언급하며 마무리한다. 반딧불이의 생애는 짧지만(찰나), 누군가의 길을 밝히는 순간 그것은 영원(별)의 속성을 획득한다. 이 수필은 ‘빛’이라는 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개인의 실존적 고뇌와 사회적 헌신의 서사로 밀도 있게 짜낸 수작이다. 문장은 유려하면서도 단단하고, 비유는 감상에 치우치지 않으며 삶의 구체적인 현장감을 담보하고 있다. 어둠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스스로 불꽃이 되는 삶의 경건함을 독자의 가슴에 깊이 각인시킨다. 또한 이 글이 구축하는 경건한 빛의 윤리는 하나의 질문도 남긴다. 고통은 반드시 의미로 전환되어야 하는가. 「반딧불이」는 고통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독자에게 되묻는 비평적 장으로도 읽힌다. ▮김정애 주요 약력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2), 평론 등단(2013) △(사)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다스림 문학동인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1부장 △문학발전 유공 기념은장 △사유와언어문학상 △설총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 △에세이문예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품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탈춤’, ‘인연’, ‘고슴도치 사랑’ ▮조경숙의 <반딧불이> 그것은 땅에 뜬 별인가. 별이 밝은 건 밤이 왔기 때문이고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는 건 세상이 칠흑같이 깜깜하기 때문일 테다. 하여 빛은 지구를 돌고 돌다 마침내 가장 까마득한 곳, 어둡고 차갑고 서럽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눈물자리에 손을 벋어 내리는 것 같다. 반딧불이는 빛이 곧 생명이다. 스스로 살아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체 발광하는 빛으로 어둠 속에서 자취를 선명히 드러내 보인다. 몸 마디마디 형형색색 빛을 자으려 치열한 성장통을 감내하는 반딧불이의 한 생애는 굵고도 짧다. 빛으로 살아가는 반딧불이를 보니 한때 어두운 곳의 빛이 되리라 다짐하던 간호사 시절이 떠오른다. 빛을 지키려 혼신을 다하는 반딧불이의 한살이는 이타적 삶을 천직으로 하는 백의 천사의 삶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반딧불이는 어둠의 자리를 지킨다. 절망의 터를 떠나지 않는다. 볕살 따사로운 양지를 벗어나 음지의 축축하고 어두침침한 늪지나 물가, 해마저 지나친 곳을 삶의 보금자리로 삼는다. 달빛마저 숨은 밤이면 숲은 숨은 등을 하나둘 밝힌다. 숲은 머리끝까지 덮쳐오는 어둠의 공포와 두려움을 물리치려 몰래 숨겨놓은 비밀 병기를 하나씩 꺼내 드는 것 같다. 반딧불이는 떼로 밀려오는 어둠을 맞서는 한 무리의 용감한 용사가 되는 것이다. 빛으로 이야기하고 빛으로 노래하고 빛으로 사랑하고 빛으로 생명을 지켜가는 반딧불이다. 짧은 생애를 길게 살아가는 그의 별칭은 엉뚱하게도 개똥벌레다. 비천하고 초라하고 소박하기까지 한 이름이다. 개똥이란 의미가 여느 눈길도 관심도 애정조차 받지 못하는 존재, 즉 하찮은 열외의 인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개똥벌레는 몸집만큼이나 작고 초라하고 쓸모없는 벌레가 아니다. 외려 작은 몸에 큰 꿈을 지니고 있다.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라는 개똥벌레의 노랫말처럼 외롭고 처량하고 쓸쓸한 삶이 아니다. 숲의 나무와 새와 벌레와 바람과 비와 해와 달과 별은 그의 오랜 벗이 아닌가. 그곳에서 숲의 지기들과 동고동락하며 살아간다. 또한 반딧불이는 그들의 슬프고 고달픈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다정한 친구이기도 할 테다. 간호사가 고통과 절망의 사람에게 빛이 되어주듯 반딧불이는 장막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산란해 낸다. 나는 살아오면서 무수한 반딧불이의 빛을 보았다. 별마저 숨어든 밤, 양 날개가 무겁도록 은빛 가루를 실어 나르는 반딧불이를 목격하였다. 그 빛이 너무 밝아 시력을 잃을 지경이었다. 광역의 우주에서 훅 불면 사라져 버릴 먼지만큼이나 미미하고 하잘 것 없는 사람이 아닌가. 하지만 사람은 때로 우주의 여느 별보다 더 찬란한 생명의 빛을 자아내기도 한다. 펄럭이는 형광빛 날개를 보는 것만으로 내 눈은 부시었다. 경이로웠다. 반딧불이는 양 날개를 쉼 없이 가로저으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한국의 ‘헬렌켈러’라고 불리는 분이시다. 동란 때 폭탄 사고로 양쪽 시력은 물론 부모까지 잃어야 했던 그는 절박한 시대의 조류에 떠밀려 암흑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서럽고 헐벗고 내쳐진 삶이었다. 불구의 몸으로 운명의 몹쓸 파랑에 이리저리 치며 살았다. 무엇보다 사랑과 허기에 굶주린 나날이었다. 하지만 한 줄기 빛과 같은 사랑이 깊은 수렁 속의 삶을 건져 주었다. 다시 일어났다. 절망을 딛고 우뚝 일어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저와 같이 빛을 잃은 사람들에게 광명을 찾아주는 일이었다. 눈물뿐인 삶에 웃음을 심는 일이었다. 절망의 땅에 희망의 꽃씨를 뿌리는 것이었다. 그는 한줄기 소망의 빛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어릴 적부터 별이 되기를 꿈꾸었다. 큰 강이 되어 흐르는 은하수를 온 마음으로 헤아리며 잠이 들곤 하였다. 하지만 빛이 되고자 하던 사람은 일찍이 빛을 잃어버렸다. 수많은 별 중에 하나의 별이 되고 싶은 별은 질퍽한 눈물의 자리에 머물러야 했다. 하여 어둠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발 한발 위태로운 걸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영혼의 지팡이가 되기로 하였다. 나태주 시인의 시 ⌜너는 별이다⌟ 에서 “네가 별이 되어라.”라고 노래한 것과 같이 그는 마침내 밤하늘 영롱한 별이 되었다. 암흑의 세계에 광명을 들이고 절망의 삶에 꿈을 심어주는 별이었다. 그는 현재 실로암 안과 병원장으로 시각 장애인에게 날마다 기적과 같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의 명상록인 『별처럼 해처럼 달처럼』에서 밝히듯 서럽고 어둡고 아프고 후미진 곳이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간다. 어둠을 인도하는 불빛으로 나아간다. 꺼지지 않는 불씨를 가슴에 간직한 사람. 자신에게 내려진 불행의 씨앗을 행복의 꽃으로 피워내었다. 불행을 불행으로, 아픔을 아픔으로 끝내지 않은 것이다. 그야말로 어두울수록 빛을 발하는 야행성 반딧불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둠은 빛을 잉태한다. 어둠이 없으면 빛이 어찌 존재할 것이며 눈물의 땅이 아니면 어찌 꽃이 피어날 수 있으리. 고통 없이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잎맥의 이슬 한 방울도 우연히 맺지는 않을 것인데. 반딧불이가 살을 찢는 고통으로 외피를 벗듯 나 또한 삶이란 파고에 부딪혀 산산이 깨어지고서야 원망과 미움의 옷을 벗을 수 있었다. 자존심의 껍질을 벗고 욕심의 껍질을 벗어내려야 했다. 밤의 터널을 지나야 새 아침의 동이 밝아오듯 빛이 오려면 긴 어둠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아무것도 아닌 애벌레가 땅별이 되기 위하여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밤하늘에 별 무리의 황홀한 군무가 펼쳐진다. 어두운 하늘은 각양 별들의 축제장이다. 하지만 별은 곧 태양 너머로 사라질 테고 반딧불이가 노래하던 숲은 고요와 적막이 강물처럼 흐를 것이다. 이어령은 그의 마지막 노트인 『눈물 한 방울』에서 “잠자는 동안에도 숨 쉬는 내 숨 속에 숨어있는 별들이 일제히 뜬다.”라고 하였다. 어느 한순간일지라도 너를 위해 온전히 태울 수 있다면, 길을 잃은 그대에게 한 줄기 빛이라도 될 수 있다면 한 생애 그런대로 잘 살았다 할 수 있으리. 반딧불이의 노랫소리에 어둠이 잠긴다. <부산수필문학제37집> ▮조경숙 부산 출신.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5), 『부산 시단』 시 등단(2018). 부산수필문학협회 사무국장. 부산수필문학상 작품상, 에세이문예 작품상, 부산시단 작품상. 수필집 『날개를 달다』 『바람이 그린 보물지도』, 시집 『새는 새벽을 깨운다』 『그렇게 하지 않을 날만 남았습니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4) 김정애 '어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자가발광(自家發光)'
-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까마귀의 조시(弔詩)'
- 까마귀의 조시(弔詩) 수림 이은주/ 시인, 계간 에세이문예 등단 까마귀가 수탉 대신 울어준다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이유 누군가의 울음이 저버린 날을 애도하며 아침은 시작된다 쓰레기 봉투를 발견했다는 신호가 창공을 가르고 몇 마리 동지들이 동참하는 새벽 시커먼 봉지 속에서 쏟아지는 음식찌꺼기 하필, 붉게 뒤섞인 고춧가루와 고추장의 구역질 수탉이 울어대다 사라진 전설을 알지 못하는 것들 위험과 이득 사이 외줄을 타야하는 숙명 이제 닭장 속에서 꼬꼬댁거릴 뿐 절대다수의 힘을 믿으며 세상을 먹여살리는 중이다 까마귀가 수탉을 대신해 울어주는 일 검은 울음이 눈물 없이 뿌려지는 일 칸칸이 쌓인 건물 사이에 박혀 잠을 깨는 아침 누군가는 또 알을 낳아야 한다 신음이 낭자한 꿈 속에서 뒤척이던 사람들 가려진 진실은 화려함 뒤에서 고행을 시작한다 짝 잃은 컵이 백 도의 고행을 시작하고 손잡이를 내어주는 일로 하루를 연다 영역의 침범을 사수하려 푸르르 떨며 펼치는 공작의 깃털은 처절한 몸부림 끝에 접히지 못한 병풍 한 채 바람으로 운다 ▼ 이은주 부산 거주, 아호:수림 계간 에세이문예 시 등단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 부산교육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수학 중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까마귀의 조시(弔詩)'
-
-
[대한기자신문] 제3회 권대근문학상 수상자, 지구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정자 두 번째 수필집 『누에나비의 척수가 되어』출간
- 지구일보 신춘문예 출신으로 등단한 수필가 송정자 씨가 두 번째 수필집 『누에나비의 척수가 되어』를 출간했다. 이번 수필집은 경기예술생애 첫지원(문학) 사업에 선정되어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발간되었으며, 2026년 5월 도서출판 진실한사람들(대표 김주안)에서 펴냈다. 총 280쪽 분량으로, 정가는 2만1천 원이다. 첫 수필집 『f홀의 위로』를 통해 섬세한 감수성과 깊은 사유를 인정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송정자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한층 깊어진 문학적 성찰과 존재론적 사유를 선보인다. 인간과 자연, 시간과 기억, 상처와 치유를 촘촘한 문장으로 엮어내며 독자들에게 삶의 결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특히 이번 수필집의 제목 『누에나비의 척수가 되어』는 연약한 생명의 변태와 성장, 그리고 고통을 통과한 존재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독특한 문학적 울림을 전한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일상의 미세한 떨림과 시대의 상흔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따뜻하면서도 깊은 사유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작가의 말에서 송정자 작가는 “이십 년 만에 첫 수필집을 겨우 내고, 두 번째 수필집은 일 년 반이 걸렸다. 쉼없이 글의 수장고를 열어주시며 ‘탐하고, 퍼가라’는 강렬한 메시지로 유혹하시는 권대근 교수님의 강의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라고 밝히며 문학적 스승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수필집의 서평은 하북미술대학 객좌교수인 권대근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권 평론가는 “송정자의 수필집은 문학적 성취가 다층적으로 발현된 작품집이다. 그는 단순한 체험 기록을 넘어 자연과 인간, 역사와 사회, 예술과 윤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독자의 사유와 감각을 동시에 체험하게 하는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어 “송정자의 문장은 상처를 직시하면서도 끝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따뜻한 정신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정자 작가는 경남 밀양 출생으로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회원이며, 미미래수필문학회 사무장,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및 편집위원, 정독수필다스림 회장 등을 맡아 활발한 문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문인협회 서울지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한국수필』 등단 이후 제43회 강원경제신문 코벤트가든문학상, 제4회 설총문학상, 제7회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2026년에는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다시 한번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첫 수필집 『f홀의 위로』에 이어 두 번째 작품집 『누에나비의 척수가 되어』를 통해 송정자 작가는 인간 존재의 내면과 삶의 흔적을 더욱 깊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길어 올리고 있다. 그의 수필은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상처 입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문단 안팎에서는 이번 수필집이 한국 현대수필의 새로운 감각과 깊이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제3회 권대근문학상 수상자, 지구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정자 두 번째 수필집 『누에나비의 척수가 되어』출간
인물탐구 검색결과
-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8) 최혜영 ’활시위에 응축된 물질 상상력‘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8) 최혜영 ’활시위에 응축된 물질 상상력‘ 김예순의 ‘활시위’ 최혜영/문학평론가 문학은 상상력의 예술이다. 그것은 현실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힘이며, 인간 존재를 깊이 인식하게 하는 근원적 동력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상상력을 “흩어진 감각의 파편들을 종합하여 의미 있는 형식을 구성하는 자발적 능력”으로 보았다. 우리가 한 편의 수필에서 깊은 울림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그러한 창조적 사유가 작동하는 때다. 또한 가스통 바슐라르는 상상력을 현실의 단순한 모사가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변주하는 창조적 힘으로 규정하였다. 문학에서 상상력은 감각과 경험을 하나의 미학적 형상으로 통합하는 인식의 가교이다. 김예순의 「활시위」는 이러한 물질적 상상력이 역사적 체험과 결합하여 깊은 수필적 감동으로 승화된 작품이다. 작가는 청령포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단종의 비극적 운명을 마주한다. 그러나 청령포는 단순한 답사의 장소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청령포는 인간 존재의 고독과 상실이 응축된 상징적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작품의 중심에는 바슐라르가 말한 물의 상상력이 자리한다. 삼면을 감싸고 흐르는 서강은 세상과 단절된 어린 왕의 운명을 상징하는 물줄기이다. 작가는 단종의 눈물과 탄식, 그리고 왕방연의 시조를 강물 위에 포개 놓음으로써 인간의 슬픔을 자연 속에 스며들게 한다. 바슐라르에게 물은 흐름과 침잠, 기억과 정화의 원소이다. 작품 속 강물 또한 역사의 상처를 품은 채 흐르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물의 상상력은 세조의 피 묻은 적삼과 정순왕후의 자줏빛 염색 이야기로 확장된다. 적삼의 핏자국은 권력욕이 남긴 죄의 흔적이자 인간 탐욕의 비극적 결과를 상징한다. 반면 정순왕후가 붉은 치마를 물들인 자줏빛 염색은 상실과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 의지의 표상이다. 작가는 단종의 눈물과 세조의 핏자국, 정순왕후의 자줏빛 물을 하나의 이미지 계열로 연결함으로써 액체가 지닌 기억의 힘을 드러낸다. 이로써 역사적 비극은 추상적 관념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물질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독자의 감각 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와 함께 작품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대지의 상상력이다. 청령포를 둘러싼 육육봉의 험준한 산세와 어소, 그리고 망향탑은 모두 운명의 무게를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들이다. 바슐라르에게 흙은 존재를 지탱하는 근원이자 인간을 붙드는 무거운 물질이다. 특히 망향탑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다. 그것은 고향을 향한 단종의 그리움과 절망이 응축된 존재의 흔적이다. 작가는 돌과 산이라는 물질을 통해 유배된 왕의 실존적 고독을 공간 속에 새겨 넣는다. 흐르는 강물이 시간의 지속을 상징한다면, 침묵하는 대지는 그 비극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저장소가 된다. 그러나 작품은 비극의 무게에만 머물지 않는다. 육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관음송과 노산대는 단종의 슬픔을 품어주는 자연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깊게 뿌리내린 관음송은 고난 속에서도 삶을 견디는 존재의 의지를 보여주고, 노산대는 그리움과 희망이 머무는 정신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단순한 상실의 서사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성찰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인간의 권력 투쟁은 결국 역사 속 한순간의 흔적으로 사라지지만, 그 슬픔을 묵묵히 품어주는 자연은 오랜 시간 기억을 간직한다.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유한한 인간과 지속하는 자연 사이의 실존적 역설을 드러낸다. 이러한 물질적 사유의 여정은 작품의 마지막 문장에서 강렬하게 응축된다. “슬픈 역사가 강물 따라 흐르는 청령포에서 숨을 멈추게 하는 하루의 아련함이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해진다.” 여기서 ‘활시위’는 단종의 비극과 역사의 상처,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유가 응축된 미학적 결정체이다. 시위를 당기는 순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역사를 단순히 관조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슬픔을 현재의 감각으로 전환하여 독자의 내면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든다. 작품 제목인 「활시위」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역사와 인간, 기억과 사유를 하나로 묶는 핵심 상징인 셈이다. 김예순의 「활시위」는 역사적 공간인 청령포를 물과 대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인간 운명의 비애와 생명의 지속성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특히 물질 이미지들이 마지막 ‘활시위’의 상징으로 수렴되면서 작품 전체에 강한 응집력을 부여한다. 그 결과 역사는 과거의 사건을 넘어 현재의 감각으로 되살아나고, 수필은 단순한 체험의 기록을 넘어 고도의 미학적 성취를 이룬 예술로 승화된다. 이는 수필이 지닌 상상력의 힘과 문학적 가능성을 새삼 확인하게 하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최혜영 주요 약력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2007)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박사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부주간 △에세이문예 수필계간평 집필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감사 △부산문인협회 이사 △권대근문학상 자문위원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역임 △한국에세이 평론상 △부산수필문학협회 작품상 △부산북구문인협회 작가상 수상 △공저, 『오늘의 수필 비평1,2,3』 ▮김예순 <활시위> 하늘은 맑고 푸르기만 해 서강을 비추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강원도 영월로 역사 속 어린 단종의 삶에서 죽음까지 사유해 보는 문우들과의 기행이다. 경자년 오월의 넷째 토요일, 강원도 영월로 조선의 6대 왕 단종을 만나러 간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꽁무니가 아직도 감춰지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가운데 버스를 타고 또 나룻배를 타고 역사의 현장인 청령포에 들어서니 단종의 그 애타던 그리움이 온몸을 휘감아 온다. 세종의 손자인 단종. 세종은 아들을 열여덟이나 두었으나 맏아들인 세자에게 원손이 없어 애를 태우던 차에 현덕빈 권씨에게서 원손을 얻었다. 단종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어머니를 잃고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왕실의 어여쁨은 독차지했다. 세종은 어린 세손의 장래를 근심하여 성삼문과 박팽년, 신숙주 등에 세손을 잘 보살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단종이 12세 되던 해 아버지 문종이 재위 3년 만에 병으로 세상을 뜨자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작은아버지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일으켜 정인지, 한명회, 권남 등과 결탁하여 이듬해 단종을 보필하던 영의정 황보인과 좌의정 김종서 등을 암살한다. 동생인 안평대군을, 누명을 씌워 강화도로 유배 보내고는 얼마 후 사약을 내린다. 곧 수양대군은 최고 권력자가 되니 단종은 허수아비 왕이 되어 버렸다. 수양대군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단종은 3년 만에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니 수양대군이 7대 왕인 세조다. 다음 해 성삼문, 박팽년, 이 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등이 단종의 복위를 계획하였지만, 합류했던 김질의 배반으로 발각되어 처참히 죽게 되니 이들이 사육신이다. 이 사건으로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고 영월 청령포에 유배된다. 30여 년 전 역사의 현장을 보기 위해 오대천 계곡을 끼고 오대산 상원사로 향하던 일이 생각난다. 예고 없이 내린 눈에 발이 푹푹 빠져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 속에서 동행한 스님의 기지로 양말을 껴 신기도 하고, 또 새끼줄로 신발을 옥여 매어 간신히 상원사에 도착했다. 거기서 단종을 폐위시킨 세조에게 내린 천벌을 보았다. 법당의 한편에 속죄하듯 누워있는 피고름 묻은 세조의 명주 적삼은 내내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권력이 무엇인지 권력 앞에서는 친구도 조카도 없는 소용돌이 속 역사는 알면 알수록 깊어지는 느낌이다. 단종 유배지 청령포는 아픈 역사와 절경으로 1971년 12월 16일 강원도 기념물 15호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12월 26일 명승 제50호로 변경되었다. 청령포는 영월군 남면 광천지 남한강 상류에 있다. 강의 지류인 서강이 휘돌아 흘러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으로는 육육봉의 험준한 암벽이 있어 마치 한반도처럼 생긴 지형이다. 17세 어린 단종이 그 시절 한양에서 영월 이곳까지 머나먼 길을 쫓겨 내려갈 때의 슬픈 심정은 어찌 글로 다 표현하겠는가. 첩첩으로 서서 길을 막는 산중의 소나무와 빙 둘러싼 서강은 무슨 말로 단종에게 인사를 했을까. 그러나 이곳 생활도 잠시 경상도 순흥에 유배되어 있던 넷째 작은아버지 금성대군이 다시 단종 복위를 꾀하다 실패하니 노산군은 다시 서인으로 강등되었으며 단종의 나이 17세인 1457년 10월 죽임을 당하였다. 몇 년 전 원도심 B 서원 인문학 카페에서 수신인은 상관없이 편지글 쓰기가 있었다. 나의 마음도 이별의 아픔을 겪은 뒤라 그리움에 젖은 설음까지 구구절절이 정순왕후에게 쓴 편지 생각이 난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는 판돈령부사 여량부원군 송현수의 딸로 1454년 왕비로 책봉되었다. 삼 년 뒤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되자 정순왕후도 궁궐에서 쫓겨나 부인으로 강봉 되었고 그 후 단종을 영영 만나지 못하였다. 단종의 죽음을 알게 된 정순왕후는 매일 정업원 지금의 청룡사의 뒤 산봉우리 동망봉에 올라 영월을 바라보며 통곡했다고 한다. 정순왕후가 산봉우리에 올라 곡을 하면 백성들도 따라 울었다. 양반 가문의 딸로 또 왕비로 살았지만, 궁을 떠난 후에는 스스로 일을 해서 생계를 이을 수밖에 없었다. 손재주가 있은 덕에 옷감에 자줏물을 들이는 염색 일을 도우면서 입에 풀칠이나마 할 수 있었고, 그런 생활 속에서도 모진 목숨이 여든을 넘게 살았다. 1698년 노산으로 강봉 되었던 단종이 복위되자 정순왕후도 부인에서 왕후로 복위되었다. 죽은 지 200년 만의 일이었다. 그런 애절함이 있었기에 능호도 사능思陵이라고 하였을까. 사필귀정이듯 조선 왕릉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까지 되었다. 지금도 육지의 섬인 청령포는 나룻배 없이 갈 수 없는 곳이다. 우리 일행이 오랜 세월을 이고 선 소나무 길과 낮은 담장을 지나 단종의 어소에 다다르니 곳곳에 단종의 흔적이 그의 눈물처럼 서려 있다. 두고 온 왕비 송 씨를 생각하며 주변에 있던 막돌을 하나씩 주워 만들었다는 망향탑이다. 지금은 600년도 넘은 천연기념물인 관음송은 우리나라 소나무 중에서 키가 가장 크다고 한다. 하늘을 향해 양쪽으로 뻗은 가지에 앉아 시름을 달래기도 했다는 단종. 밤이며 구슬픈 단종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관음송이다. 우리 일행은 계단으로 된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오른다. 청령포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 했다. 여기는 노산대로 단종이 자주 올라와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한양과 두고 온 정순왕후를 그리워하였다고 한다. 생각만으로도 뼛속 깊은 서러움이 서린다. 560여 년 전 단종이 지은 ‘자규시’의 구절이다.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에서 나온 뒤로/ 외로운 몸 짝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맨다.⋯⋯하늘은 귀머거린가 애달픈 이 하소연 어이 듣지 못하는지 어찌 수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밝은가 이런 어린 단종에게 형을 집행하려고 사약을 가지고 온 의금부도사 왕방연도 차마 고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해 평상시 단종을 모시던 이가 목을 졸라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옥체는 동강에 버렸다. 이에 왕방연은 하늘이 부끄러워 한양으로 떠나지 못하고 강가에서 시조 한 수를 남겼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맘 같아서 울며 밤길을 흐르누나’ 누구라도 옥체를 거두면 삼족을 멸한다는 어명에도 영월의 호장 엄홍도가 단종의 장사를 지내겠다고 강에 떠 있는 옥체를 수습해 산에 몰래 매장한 덕택에 단종은 다행히 장릉에 모셔졌다. 중종 11년 단종의 묘를 찾고 25년 후 영월 군수 박충원이 봉분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 단종이 돌아가신 뒤 241년 만의 일이었다. 2007년 4월, 단종을 추모하는 단종문화제 기간에 그를 보내는 국장을 550년 만에 치렀다. 해마다 영월에는 단종제를 지낸다. 올해는 세계적인 재앙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단종제는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순왕후처럼 애절한 마음이 되어 청령포에서 글을 읽고 있는 단종과 만난 날이다. 슬픈 역사가 강물 따라 흐르는 청령포에서 숨을 멈추게 하는 하루의 아련함이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해진다. <김예순 수필집 『움직이는 시간의 순간들』중에서> ▮김예순 주요 약력 △‘시와 수필’ 시 등단 △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사)부산문인협회 회원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이사 △신서정문학회 부회장 △부산수필문학협회 감사 △부산남구문인협회 이사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부산수필문학 작가상 △부산신서정문학회 작품상 △부산남구문인협회 작가상 △부산펜문학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가상 △수필집 ‘내 마음의 정원’, ‘움직이는 기억의 시간들’ △시집 ‘시 속에 피는 꽃’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8) 최혜영 ’활시위에 응축된 물질 상상력‘
-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7) 송명화 ‘잠김의 심연, 부력의 시학’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7) 송명화 ‘잠김의 심연, 부력의 시학’ 이정숙의 ‘잠김과 부력’ - 표현 26년 봄호 송명화/ 문학평론가 이정숙의 <잠김과 부력>은 삶을 떠받치는 부력에 대한 찬가이자, 인간이 상처와 침잠을 딛고 다시 떠오르는 방식에 대한 탐색으로 읽힌다. 이 작품에서 부력은 살아내려는 의지이며, 생존의 사투를 견디게 하여 끝내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다. 제목에서 잠김과 부력은 대등하게 놓여 있으나, 작품의 무게중심은 결국 부력 쪽에 실려 있다. 잠김은 어린 시절 물에 휩쓸렸던 공포, 제주의 역사적 상처, 해녀의 잠수, 삶의 고난 등으로 형상화된다. 반면 부력은 그러한 침잠의 상태를 견디게 하고 다시 삶의 자리로 떠오르게 하는 힘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상처와 회복의 구조를 물의 이미지로 치환한 방식은 이 작품의 중요한 미학적 쾌미라 할 만하다. 바슐라르가 <물과 꿈>에서 물을 인간 무의식의 심연과 연결시켰듯, 이 수필에서 물은 어린 시절 물에 빠졌던 기억이 침잠해 있는 내면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특히 물이 가진 몽상의 작용은 침잠에서 멈추지 않고, 용해와 정화의 원소로 확장된다. 공포를 녹여내는 상상적 의식으로 몸을 씻어내며 두려움을 극복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압권 중 하나다. 결국 그녀는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그 이후의 바다는 ‘양수의 기억을 복기시킨 편안함’으로 변모한다. 죽음의 물이 모성적 생명의 물로 전환되는 이 대목은 후반부 새의 귀환과도 긴밀하게 호응하며, 작품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상징 구조로 묶어낸다. 해녀는 이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모티프다. 잠김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떠오르는 존재, 물과 대립하지 않고 경계를 오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력을 뚫고 잠기고, 부력을 품고 오르는 빈틈없는 생존의 사투’라는 표현은 인간 존재의 원형적 투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숨을 울음과 바꿔내는 소리’로 형상화된 숨비소리는 바다의 울음과 해녀의 숨이 합쳐진 청각적 이미지로,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가장 시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감각과 존재의식을 동시에 흔드는 이러한 표현은 이 작품이 지닌 서정적 깊이를 배가시키며, 독자에게 오래 잔향을 남긴다. 바슐라르의 관점에서 보면 이 수필의 핵심은 결국 물의 이미지가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공포와 심연의 물이 모성의 물로 변모함으로써, 작가는 물을 치유와 귀환의 장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변환의 유연성과 사유의 깊이는 작품의 높은 문학성을 담보하는 요소라 하겠다. 한편 작품 속 ‘새’는 자유로운 영혼 혹은 의식을 상징한다. 새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존재이지만, 작가는 “아무리 멀리 날아가도 돌아와야 할 곳이 있다”고 말한다. 잠김은 물속, 부력은 수면, 새는 하늘이라는 수직적 구조 속에서 새는 부력의 궁극적 형상으로 자리한다. 즉 새는 잠김을 극복한 존재이며, 자유의 이미지이자 제주의 기억과 슬픔, 생명력을 품고 날아가는 상승의 존재다. 그러나 이 새가 귀속과 귀환의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물의 심상이 지배하는 작품 속에서 이처럼 상승과 귀환을 동시에 포괄하는 상징 구조는 작품의 철학적 밀도를 한층 높이며, 독자에게 존재론적 성찰의 여운을 남긴다. 또한 ‘바다는 눈물이 모인 곳’, ‘땅에서 흘러간 슬픔이 모두 모이면 이런 냄새일까’ 같이 시적 감각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곳곳에 보인다. 이미지와 감각을 앞세우면서도 의미망을 넓혀가는 이러한 문장들은 존재와 치유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자연스럽게 문학 속에 스며들게 한다. 개별적 현상과 행위에 대한 개성적 해석과 깊은 사유로 철학성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상당한 수필적 성취를 보여준다. 특히 사유와 감각이 하나의 문장 안에서 함께 살아 움직인다는 점은 이 수필의 큰 미덕이다. 총 17개 문단을 담아내다 보니, 서사의 명료성과 논리적 연결이 느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특히 도입부의 벽돌과 봄꽃 이미지는 이후 전개되는 부력의 의미망과 다소 거리감이 있어 독자로하여금 그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서사의 엄격한 인과 대신 의식의 흐름에 따른 연상과 몽상을 적극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수필에서 연상과 몽상이 하나의 미학적 전략으로 기능함을 보여주었다. 수필 <잠김과 부력>은 존재의 상처와 회복의 과정을 물의 상상력 속에서 길어 올림으로써 흔히 수필에 부족하다고 말해지는 상상력 부분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라 하겠다. ■송명화 주요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경남 남해 출신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2005) △에세이문예 문학평론(2010) △제8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초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도서비평가협회 부회장, 부산교대문학협회 회장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이사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수필집 <순장소녀>(세종도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문학나눔),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아르코창작기금) 등 6권 △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김만중문학상(수필), 우하박문하문학상(평론), 한국에세이평론상(평론), 평사리문학대상(수필), 신격호샤롯데문학상 대상(수필) 등 수상 잠김과 부력 이정숙 서귀포가 들썩거렸다. 제주의 숨결에서 무엇을 찾아낼지 궁금한 기대가 차오른 상태였고, 사나흘에 걸쳐 비와 바람이 그곳을 미리 깨워 둔 때문이었다. 떠나온 전주에는 아직도 비바람이 거세다는데, 함께한 사람들이 덕을 쌓아서 그럴까. 끄느름하지만 바람마저 차분한 봄날에 그렇게 발을 디뎠다. 특별한 색과 모양을 가진 벽돌들을 만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렸다. 글쓰기는 집 짓는 일인데, 한동안 낯익은 벽돌들만 매만지고 있었다. 제주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 처처를 돌아보는 시간은 이전의 방문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벽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벽돌들을 어떻게 품어 안고 가야 할까, 하는 고심이 시작되었다. 뭍에서는 겨울인 듯 봄인 듯 엉거주춤 시간의 이름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서귀포는 이미 봄을 선언한 이후였다. 매화, 산수유, 수선화, 목련이 제각각 봄과 거래한 대로 꽃을 피웠다. 어느 집 울안에는 완두콩이 이른 꽃을 피웠고, 먼나무는 거리마다 꽃처럼 빨간 열매를 달고 유혹하고 있었다. 봄이어서 선뜻 유혹당했다. 걸음을 옮겨 거대한 물이 가두어진 바다로 다가갔다. 해변의 소리라고 모두 같을까? 빈틈없이 바다로 에워싸인 제주의 소리를 듣기 위해 큰 바위에 이슥하게 앉았다.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숨 가쁘게 흘러갔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모호한 경계가 눈동자 속에 만들어지는 걸 느꼈다. 쪽빛 하늘이 출렁이는 바다로 내려와 합치를 이루는 순간, 발랄한 소녀와 할머니가 하나로 포개졌다. 할머니가 소녀를 받아들이는 무조건의 환대는 아니었다. 서로가 사랑을 생성해야 섞일 수 있었다. 불만과 후회가 훼방을 놓는다면 일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일. 날씨를 받아들여 바다가 색을 바꾸고, 바꾼 색을 받아들여 삶을 꾸린 일이 수용이고 포용이었다. 푸르게 밀고 왔다가 온 길에 흰빛을 뿌리며 풀어지듯 소리를 놓고 돌아가는 파도를 보고 있자니 의도적으로 봉쇄시킨 밑바닥 기억이 올라왔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하굣길, 갑작스레 불어난 냇물에 한참을 휩쓸려가다가 겨우 빠져나왔다. 기억 속 물은 소름 끼치게 차갑고 깊어서 얼음 속 블랙홀에 갇혔고, 수백의 물귀신한테 잡힐 것 같은 공포로 떨었다. 살짝만 깊어도 물 근처에 가는 것도, 배를 타는 것도 두려움이 앞장서 긴 세월 담을 쌓았다. 물을 두려워하자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정신이 허든거리며 갈증이 났다. 어느 날 하루에도 서너 번씩 씻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왜지? 씻고 난 뒤의 개운함 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무의식 속에 자리한 공포를 없애려는 용해의 과정이었다. 따뜻하게 흘러나오는 물줄기 하나하나가 나를 끌어가려는 물귀신의 손아귀를 하나씩 없애며 차가운 기억을 지우고 있었다. 공포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는 부력이었다. 제주를 칠흑의 심해 속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어떻게든 일상을 꾸려가도록 손잡아준 부력은 무엇이었을까. 한 사람의 상처와 공포에도 치유의 부력이 필요한데, 제주는 숫자로 가늠하기 어려운 상처와 공포를 이겨내야 했다. 제주의 삶이 이어지고 있음은 제주가 품은 거대한 부력이 있었기 때문일 터이다. 자리를 옮겼다. 서귀포항 인근, 80살에 가까워 보이는 할머니가 물질 장비를 질질 끌고 힘겹게 걸었다. 걸음걸음에 신산辛酸이 굵은 방울로 한 점 한 점 뚝뚝 떨어진 듯했다. 땅에서는 그렇게 허리와 다리를 파고드는 아픔을 견디며 걸음을 옮기지만, 바다에 몸을 넣으면 그냥저냥 물질을 할 수 있으시단다. 부력 덕분이다. 부력은 한 번에 이용할 수 없다. 한 번에 써버리면 잠김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생을 부지해주는 부력이 그렇다. 배가 망망대해에 내려주면 실으러 올 때까지 일해야 한다. 차디찬 물속에서 2분 가까이 숨을 참아가며 물질하고 부력의 계단을 밟고 물 밖으로 떠올라 테왁(해녀들이 사용하는 부력 도구)을 끌어안고 2~3분 호흡을 고른다. 그리고 다시 잠긴다. 그 일을 대여섯 시간 동안이나 반복한다. 나는 얼마나 숨을 참을 수 있을까. 물의 압박 없이도 30초를 넘기기 힘들었다. 해녀를 떠올리면 낭만을 생각하지만, 부력을 뚫고 잠기고, 부력을 품고 오르는 빈틈없이 생존을 위한 사투다. 낭만이 없을 수 없겠지만, 사투 중에 찾아오는 햇살 같은 낭만, 짧고 눈부시고 명징한 낭만은 낭만의 무리에 넣어 다른 것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해녀들에겐 ‘숨병’이 고질병처럼 따라온다. 숨을 오래 참다 보니 혈액 속에 질소가 쌓이면서 혈관이 막히는 직업병을 앓는다. 그런 깊은 병의 곁에 있는 낭만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물이 두려웠으나 바다를 찾았다. 무서웠다. 반복의 과정에서 어느 날 양수의 기억을 복기시킨 편안함이 찾아왔다. 바다가 좋아졌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 만나고 싶어졌다. 웅장함과 역동이 오롯한 아름다움으로, 고요와 평화로 안기었다. 그 바다로 더 가까이 걸음을 놓았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우는 소리가 조금 더 크게 울렸다. 바다가 저 홀로 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잠김과 부력으로 바다를 견디고 올라온 해녀들이 숨을 울음으로 바꿔내는 소리였다. 바로, 그 숨비소리. 문득, 바다는 눈물이 모인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 곳곳의 골짜기며 오름으로 스며든 눈물들이 속으로 길을 만들고 만들어 낮은 곳에서 만나 이룬 것이 바다일 거다. 육지하고는 비할 수 없이 쏟아지는 비들이 스며들어 사라지는 것도 그 길 때문이지 않을까. 육지의 눈물들도 그런 길을 따라 바다로 모였을 테고. 다시 숨비소리가 들렸다. 혼자가 아니었다. 숨비소리의 길을 따라 훅 비릿한 내음이 다가왔다. 땅에서 흘러간 슬픔이 모두 모이면 이런 냄새일까. 눈을 한껏 열고, 귀를 한껏 열었듯이 코를 열어 근원을 이해해야 했다. 문득, 새에게 걸음을 맡기고 묻는다. 어디로 날아갈 것인가? 아무리 멀리 날아가도 돌아와야 할 곳이 있다. 눈감으면 만져지는 감귤 향기와 귓속에 감겨오는 파도 소리, 숨비소리가 사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안개에 잠기고, 눈에 잠기고, 비에 잠기고, 세간의 어이없는 슬픔에도 잠기겠지만 솟아오르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훗날, 올봄의 제주가 새로운 기억으로 서랍 속에서 얼굴을 내밀면 반갑겠다. 2박 3일로는 턱없이 부족한, 두서너 달은 머물면서 둘러봐야만 조금 알 수 있는 우리나라의 보물섬. 제주의 3일은 짧고 빛났다. ▮이정숙 주요 약력 △ 2001년 《수필과비평》 등단 △ 신곡문학상, 전북문학상, 작촌예술상, 작촌문학본상, 온글문학상, 한글사랑유공자 전라북도지사상수상 △ 온글문학회장, 수필과비평전라북도지회장, 국제PEN한국본부전북위원장 △ <지금은 노랑신호등> <내 안의 어처구니> <꽃잎에 데다> <계단에서 만난 시간> <다시 페달을 밟는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7) 송명화 ‘잠김의 심연, 부력의 시학’
-
-
[대한기자신문] 부산을 해양수도로, 위대한 부산시민 일 잘하는 전재수 부산시장 선택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대기자] 부산 시민들의 선택은 결국 ‘발전’이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시민들의 압도적 기대 속에 승리를 거두며, 부산은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게 됐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나 인물 교체를 넘어, 침체된 부산 경제를 되살리고 대한민국의 미래 해양전략 중심도시로 부산을 키워야 한다는 시민들의 강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전재수 당선인은 ‘해양수도 부산’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 적임자라는 신뢰를 얻었다. 부산 시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의 첫 관문도시 부산이 왜 수도권에 밀려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다.북항 재개발, 가덕도신공항, 북극항로 개척, 해양금융과 물류산업 육성 등 부산의 미래 성장 동력은 결국 해양산업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단순한 정부 부처 이전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이는 부산을 실질적인 대한민국 해양행정 중심도시로 격상시키는 역사적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전재수 당선인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부산 발전 현안을 누구보다 집요하게 챙겨온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여야를 넘나드는 협상력과 정책 추진력을 바탕으로 지역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해 온 점도 시민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말보다 일로 보여주는 정치인”이라는 시민들의 평가가 이번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민들은 정부·여당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부산 발전의 속도를 높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부산발전 역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일 잘하는 전재수 의원의 당선으로 해양 물류 금융 관광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집중 지원과 규제 완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부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부산은 앞으로 북극항로 시대의 핵심 거점도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 변화와 국제 물류 질서 재편 속에서 북극항로의 경제적 가치가 커지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 인프라를 갖춘 부산은 동북아 해양물류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전재수 당선인의 해양산업 중심 정책은 이러한 미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선거는 결국 “부산을 다시 뛰게 하자”는 시민들의 집단적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산업도시의 영광을 되찾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우뚝 선 부산을 만들겠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선거혁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부산광역시장후보 전재수 선거캠프 부산문화예술본부특위 권대근 공동위원장은 “일 잘하는 부산시장, 힘 있는 부산시장 전재수 시대의 출범과 함께 부산은 이제 다시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중심축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희망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위대한 시민들의 탁월한 선택으로 새로운 부산의 항로가 이미 열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 헤드라인뉴스
- 정치
-
[대한기자신문] 부산을 해양수도로, 위대한 부산시민 일 잘하는 전재수 부산시장 선택
-
-
[대한기자신문]유선이 교수, 2026년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 위촉, 예술과 행정을 아우르는 문화기획 전문가로 기대 모아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대기자]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팀은 지난 5월 26일, 경성대학교에 출강 중인 유선이 교수를 2026년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번 위촉은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과 문화행정 역량을 두루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음악과 문학, 예술기획을 넘나드는 융합적 활동 경력이 이번 심의위원 선정에 큰 신뢰를 더했다. 권대근 한국도서비평가협회 회장은 "유선이 교수는 연주학 학사 석사를 비롯해 음악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문화행정기획 분야 박사과정을 수료한 문화예술행정 전문가다. 예술 현장과 학문을 함께 경험한 그는 음악적 감수성과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꾸준히 기여해 왔다. 또한 경북신문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과 문학전문지 『에세이문예』 문학(음악)평론 신인상 수상을 통해 문학적 역량까지 인정받으며 예술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유 교수는 경성대와 동의대, 창신대 등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두루지야앙상블 대표와 두루지야플루트앙상블 예술감독, 알마스앙상블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공연문화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다양한 연주 기획과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민과 예술을 연결하는 데 힘써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유선이 교수는 예술 현장 경험과 학문적 전문성, 문화행정 감각을 고루 갖춘 보기 드문 인재”라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부산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은 지역 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사업의 심사와 평가를 담당하는 자리로, 전문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위촉을 통해 유선이 교수는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과 창작 지원의 질적 향상에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선이 연주학 학사, 석사 음악학 석사, 박사 문화행정기획 박사수료 경북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 에세이문예 문학(음악)평론 신인상 당선 경성대, 동의대, 창신대 출강 두루지야앙상블 대표 두루지야플루트앙상블 예술감독 알마스앙상블 단장 사)유니세프경남후원회 이사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유선이 교수, 2026년 부산문화재단 문예지원 심의위원 위촉, 예술과 행정을 아우르는 문화기획 전문가로 기대 모아
-
-
[대한기자신문] 이도연 시인 네 번째 시집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에세이문예사에서 펴내다
- 계간 『문화와문학타임』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도연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를 에세이문예사에서 펴냈다. 이번 시집은 2026년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개인) 지원을 받아 출간되었으며, 총 100여 편의 시를 5부로 나누어 담았다. 215쪽, 값 13,000원이다. 시집은 1부 「차향 머무는 오후」를 시작으로 2부 「풀잎 끝에 앉은 시간」, 3부 「별빛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4부 「마음의 숲에 이르다」, 5부 「희망의 싹은 돋아나고」로 구성되었다. 「바람의 정류장」, 「소여물통」, 「시간의 주름」, 「꽃비정원」, 「골담초」 등 자연과 사물, 일상의 풍경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들이 고루 실려 있다. 이번 시집의 서평은 문학박사이자 중국 하북미술대 객좌교수인 권대근 평론가가 맡았다. 권 평론가는 「웃음 띤 오색 무지개, 삶을 일구는 녹색 찬가」라는 제목의 서평에서 “이도연 시인은 자연과 사물의 외형을 단순히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물의 침묵 속에서 다음 문장을 듣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꽃이 지는 자리에서 희망을 읽고, 바람의 결 속에서 인간 존재의 흔들림을 포착하며, 일상의 작은 풍경 속에서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린다”며 “사물은 그녀에게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존재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며 또 다른 자아”라고 말했다. 권 평론가는 특히 시집 제목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에 주목했다. 그는 “‘사물’은 현실과 자연이며, ‘다음 문장’은 그것을 넘어 생성되는 새로운 의미”라며 “시인은 돌멩이 하나에도 시간을 읽고, 낙엽 하나에도 생의 윤회를 발견하며, 찻잔 속 물결에서도 인간 존재의 고독과 희망을 건져 올린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그녀에게 시란 사물의 침묵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며, 존재의 이면에 숨겨진 문장을 이어가는 행위”라고 평했다. 이도연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인생백년의 기로에 서서 하나하나 배워 가면 좋은 일이 반드시 내 곁을 지켜준다는 희망을 품었다”며 “이론적인 ‘왜’에 대한 해답에도 창조적인 ‘어쩐지’에 대한 심상을 살려나가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또 “어린 시절 민들레 꽃이 지고 나면 솜털처럼 바람 따라 어디든 날아가 자리 잡고 살아가는 민들레 홀씨가 되고자 했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권 평론가는 “민들레 홀씨처럼 척박한 자리에서도 다시 뿌리내리려는 의지와 화려하지 않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생명을 밀고 나가려는 생의 태도가 시편 곳곳에 녹아 있다”며 “이도연의 시는 서정시학의 전통 위에 서 있으면서도 존재론적 질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도연 시인은 사물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통해 세계를 읽는다”며 “그녀의 시에서 사물은 대상이 아니라 관계이며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통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익숙함 속에 잠든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사물 속에 숨어 있던 또 하나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데 이도연 시의 빛이 있다”고 덧붙였다. 권 평론가는 서평 말미에서 “이도연 시인이 찾고자 하는 것은 거대한 이념이나 관념이 아니라 사물 속에 숨겨진 생명의 온기이며 존재의 다음 문장”이라며 “그녀의 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하나의 문장이 끝나는 자리에서 또 다른 문장이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동편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듯 그녀의 시 또한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길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이도연 시인 네 번째 시집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에세이문예사에서 펴내다
-
-
[대한기자신문]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25) 최순덕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존재’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25) 최순덕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존재’ 김창식 ‘1.5층’ <계간 현대수필 2026년 봄호> 최순덕/ 수필가, 평론가 수필은 주변의 사물과 일상의 체험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비추는 문학 양식이다. 거대한 서사나 극적 사건이 아니라 미세한 감각과 체험의 결을 따라 삶의 의미를 드러내는 데 그 미학적 본질이 있다. 김창식의 수필 <1.5층>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낡은 건물이 어느 순간 작가의 인식에 새롭게 마주치면서 발생한 사건을 우리네 삶과 연결하여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삶을 ‘경계’의 언어로 드러낸다. 수필의 문학성은 작품이 지닌 철학적인 면에서 드러난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사유하는 철학이 바탕이 된 이 작품은 매우 문학성이 뛰어남은 물론 미학적 본질을 성공적으로 의미화했다고 볼 수 있다. 김창식의 수필 <1.5>에서 작가는 들뢰즈의 ‘아장스망,’ 즉 ‘새로운 마주침’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하고, 공기의 흐름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충격적으로 인식의 변화와 내면의 혼란을 겪는다. 우연히 접근한 낡은 건물에서 ‘올라가도 1층, 내려가도 1층’이라는 이상한 현실과 마주치며 올라갔으면 다시 내려가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고정관념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킨다. 세상은 늘 변하는 사건으로 존재한다고 한 들뢰즈의 말처럼 이 수필은 고정관념의 균열과 파괴, 재형성의 사건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의미를 깊은 사유를 통해 드러낸다. 이런 인식은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드러남의 과정’으로 이해한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인간은 항상 세계와 관계 속에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일상 속 경험과 사유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해석해 나가는 존재라고 하였다. 작가 김창식은 <1.5>층에서 남루한 현실의 1층과 꿈꾸거나 도달하려는 이상향의 2층이라는 공간 사이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1.5층이라는 경계의 층을 상상으로 만들어놓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새롭게 해석한다. 일상적 사물에 불과했던 낡은 건물이 새로운 사건으로 인식되고 낯설게 드러나는 순간은 하이데거가 말한 ‘은폐에서 탈은폐로의 과정’과 맞닿아 있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상황이지만 작가의 상상 속에서는 낡고 허름해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침묵하고 있던 건물이 지면에서 비스듬히 분리되어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때 작가는 입체영화에서처럼 확대되어 부유하는 건물을 <<걸리버 여행기>> ‘천공의 성 라퓨타’와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의 행성’의 움직이는 산으로 이미지화하여 독자에게 그 느낌을 전달한다. 이 지점은 수필 속 이미지는 현실의 재현을 넘어, 작가의 내면에서 생성된 상상력의 결정체로서 존재한다고 한 가스통 바슐라르의 ‘상징적 존재론’에 닿아 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 이전에 이미지 속에서 사는 존재라고 한 바슐라르의 말대로 독자의 감각과 정서를 환기하는 핵심 장치로 이미지를 잘 활용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수필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1.5층의 삶을 살아낸 인간의 이야기로 작가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의 삶과 영화 <식스 센스>의 주인공인 이미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를 삽입한다.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인간과 허깨비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실의 인간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여 서사를 엮어 간다. 수필은 체험이 아니라 구성된 서사라고 한 리쾨르의 말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형성한다’는 그의 말처럼 1층도 2층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의 공간에서 부유하는 1.5층의 삶을 살아가는 ‘경계의 삶’은 ‘인간은 불안전한 존재’라는 의미를 형성한다. 적절한 인용의 서사로 공감을 확보한다. 마지막에 작가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파우스트의 말을 통하여 어둠의 사슬을 끊고 나아간 빛의 세계가 꿈꾸던 이상형의 세계가 아니고 다시 1.5층에 머물지라도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 갈려고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걸음으로 마음속의 계단을 오르는 작가의 다짐에서 희망적인 삶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최순덕 △2003년 《문예시대》 수필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 △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부 부회장, 부산문인협회수필분과 이사, 부산수필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역임,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부산수필문학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3부장 △풀꽃수필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부산PEN문학 작품상, 부산가톨릭문학 본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제2회 한영문학상, 부산PEN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껍질 벗는 나무』 『사라예보의 붉은 강물』 『잃어버린 도시』 『고등어의 눈물』 『박제된 나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김창식의 <1.5층> 그 건물은 1층도 2층도 아닌 어중간한 건물이었다. 처음부터 그 건물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해 질 녘 산책길에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눈에 익은 초록색 바탕의 노란색 리본 로고와 위로 향하는 화살표 표지가 보여 무심코 옆 계단을 올랐다. 홀을 한 바퀴 휘둘러보고 옆쪽으로 트인 출구로 나오니 그냥 널찍한 평지였다. 다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든가, 엘리베이터 또는 에스컬레이터, 하다못해 아래로 향하는 비탈진 길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엔 역순으로 쪽문을 열고 내부 홀을 가로질러 계단을 되짚어 내려왔다. 도로 면에 잇닿은 평평한 땅이 나왔다. 높이는 달랐지만 계단을 올랐는데도 1층이었고 내려왔는데도 1층이었다. 길모퉁이에 비켜서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지역농협 건물이었다. 다만 건물이 아파트 입구 언덕바지에 세워져 있어 계단을 오르내리더라도 밖으로 나오면 다시 택지宅地나 도로로 연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럴 싸 그러한지 건물이 조금 기울어져 보였다. 행인들은 건물의 생김새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듯 태연하게 오갔다. 건물이 한적한 이면도로에 위치한 데다 ‘피사의 사탑斜塔’ 같은 유서 깊은 랜드마크나 관광명소도 아니니 당연한 일일 터이다. 그렇다 해도 미심쩍은 느낌이 온전히 가시 것은 아니었다. 고개를 흔들며 그곳을 떠나려는데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 공기의 흐름이 낯설었다. 뒤통수를 무엇이 잡아채는 듯 석연치 않았다. 가던 길을 멈추어 뒤돌아보았다. 여전히 낡고 허름한 건물이었다. 초록색 바탕에다 빛바랜 노란색 리본 문양 간판 뒤로 해가 기울고 있을 뿐. 언뜻 건물이 기우뚱하더니 지면에서 비스듬히 분리돼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이 입체영화에서처럼 확대되며 다가왔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의 움직이는 산처럼. 순간 한 생각이 스쳤고 그 생각이 그럴듯하게 여겨졌다. 1.5층의 삶! 계단을 올라가도 1층, 내려와도 1층이면서 떠도는 건물. 남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저 1.5층 건물이 우리네 삶을 에둘러 말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 1층도 아니고 2층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 공간을 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에 굳건히 뿌리박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위로 오르지도 못한다. 어디론가 흘러가거나 잠시 머물면서도 그곳이 가려한 곳인지 정작 확신이 없다. 1.5층의 삶은 떠도는 삶, 출발지도 목적지도 아닌 경유지의 삶이다. 출발지의 설렘도 도착지의 안도감도 없이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유랑을 계속하는 경계면의 삶.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의 삶이 떠오른다. 문명 세계에 염증을 느낀 고갱은 2달여의 항해 끝에 타히티섬에 닿는다. 원주민 처녀와 동거하며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원색의 자연과 원시생활의 순후함을 화폭에 담는다. 빈곤과 고독, 병고에 시달리다 파리로 돌아온 고갱은 재기에 실패하고 주위로부터도 냉대를 받는다. 고갱은 다시 남태평양으로 떠나 필생의 역작인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남기지만 우울증과 영양실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한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영원한 보헤미안 고갱은 1.5층의 삶을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이 아닐까? 영화 <식스 센스(The Sixth Sense)>도 생각난다. 보통 사람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실은 죽은 자였다. 그는 죽은 사람을 보는 소년과 교우하며 우정을 가꾼다. 주인공은 죽었으면서도 이승의 사람 주위에 출몰하며 기이한 공간을 떠돈다. 막판에야 주인공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이 놀람과 애잔한 여운을 안겼다. 그런데 잠깐, 우리 주변에도 혹 이처럼 허깨비 같은 삶을 사는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 산 사람의 삶은 그 같은 흐릿한 삶과 어떻게, 또 얼마나 다른 것일까. 다시 1.5층의 딜레마를 반추한다. 제 갈 길을 만족하며 반듯하게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1층은 내가 속한 곳이자 나를 얽어매는 남루한 현실일 수 있다. 그에 반해 2층은 지향하는 곳, 꿈꾸거나 도달하려는 이상향일 터이다. 현실의 질곡에 발목 잡혀 있으면서도 삭막한 담벼락을 힘겹게 오르는 넝쿨 식물 같은 위태로운 삶이 우리 삶의 본디 모습일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파우스트의 고뇌 어린 독백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어둠의 사슬을 끊고 나아간 빛의 세계’가또 다른 평평한 땅으로 이어질는지 모르지만 나는 마음속 어둑한 계단을 오른다. 해 질 녘 틈새의 시간에 회백색의 낡은 건물이 침묵 속에 잠겨 있다. 본디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었다는 듯. <계간 현대수필 2026년 봄호> ▮김창식 △2008년 <한국수필> 등단 △수필가, 문화평론가, 자유칼럼그룹 칼럼니스트.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심사위원.△흑구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상, 구름카페문학상, 선(選)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문학상, 중부가톨릭문학상, 부평삶의문학상 외 아르코문학창작기금(2011/2012)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그림자가 사는 곳』 『웰컴 투 마이 월드』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25) 최순덕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존재’
-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이은주 '꽃비는 누구의 어깨에 내렸나'
- 꽃비는 누구의 어깨에 내렸나 이은주/ 시인 꽃잎 다 잃어버린 길 가 벚나무 가지에 노란 붓꽃 아우성 위로 봄비 한 올씩 핏줄로 젖어든다 맹골수도에 갇혀 돌아오지 못한 봄 심장을 도려내던 그 봄 꽃비가 파랗게 질려 바람에 들었다 빗소리가 물을 할퀴다 익사한다 하얗게 질린 비가 그친 뒤에야 노란 리본이 연소되길 기대하며 내미는 우산 아이들보다 먼저 비를 맞아야 했다 강으로 돌아갈 수 없는 흔들리는 바다 꽃송이 모가지째 떨어지던 파도 끝 노란 리본 눈물로 출렁이는 팽목항에 오래도록 식지 않을 체온 하나 놓아둔다 ▼이은주 시인 2018년 『대한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아왔다. 부산문인협회 회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단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에세이문예 부설 문예창작대학원 문학평론반에 수학 중이며, 향토문학제 대상(2018), 전국 짧은 시짓기 공모전 은상(2021), 타고르문학상 대상(2022)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시집 『아껴 먹는 슬픔』은 절제된 언어와 깊은 정서로 독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이은주 '꽃비는 누구의 어깨에 내렸나'
-
-
[대한기자신문] 아침을 여는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그런 세상'
- 그런 세상 수림 이은주/ 시인 정말 미쳐돌아가는구나 스벌스끼들 정병들이 한 궤짝 우울증이고 싶어 병을 앓고 회피는 투척하는 방어기제 돈은 돌아서 사채보다 무거운 밧줄이 되고 “이제 가시죠,형님” 침 뱉기 좋은 날 자신을 숨기고 빙의된 척 연기하는 무대 위 타인을 주렁주렁 키링처럼 매달고 소리를 낸다 골대 잠그고 축구하자는 이런,슈발러마 혼자 밥을 먹어도 사람 많은 곳에서 먹으니 혼자가 아니고 머리 밀고 온 예비군 동기 군복 입고 서 있는 민방위 동기 그래,차라리 거기서 일을 그르쳐 버려 “변호사 사줄게” “아닙니다 형님,노역 살겠습니다” 아무도 미치지 않아서 더 미쳐버리는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구나 ▼ 이은주 부산 거주, 아호: 수림 계간 에세이문예 시 등단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 부산교육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수학 중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아침을 여는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그런 세상'
-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4) 김정애 '어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자가발광(自家發光)'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4) 김정애 '어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자가발광(自家發光)' 조경숙의 '반딧불이' 김정애/ 문학평론가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문학적 장치는 대립적 이미지의 융합이다. 작가는 ‘반딧불이’를 단순히 곤충으로 박제하지 않고, 그것을 ‘땅에 뜬 별’이라 명명하며 수직적 전치를 시도한다. 하늘의 별이 거시적이고 주어진 빛이라면, 반딧불이는 미시적이며 치열한 ‘생존의 빛’이다. 특히 ‘개똥벌레’라는 비천한 명칭과 ‘별’이라는 고귀한 상징 사이의 간극을 매개하는 것은 ‘눈물자리’라는 시적 공간이다. 작가는 빛이 가장 필요한 장소를 “어둡고 차갑고 서럽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눈물자리”라고 정의하였다. 이 '눈물자리'는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의 고통이 집약된 장소다. 그래서 반딧불이의 발광 행위는 생물학적 현상을 넘어선 윤리적 응답으로 격상된다. 작가는 과거 간호사로서의 경험을 반딧불이의 생애와 병치시킨다. 이는 단순한 비유를 넘어선 몸의 사유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기 위해 “몸 마디마디 형형색색 빛을 자으려 치열한 성장통을 감내한다”는 묘사는, 고통의 현장에서 타인의 생명을 지켜내던 작가의 실천과 맞닿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음지‘에 대한 재해석이다. 반딧불이가 ”해마저 지나친 곳“을 보금자리로 삼는다는 대목은, 빛이 안락함이 아니라 소외된 장소에서 정체성을 획득한다는 역설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실로암 안과 병원장의 삶으로 이어지며, 자연적 은유가 인간적 실천으로 이행되는 서사의 필연성을 확보한다. 이때 빛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타자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선택의 형식이 된다. 한편 이러한 독해는 동시에 긴장을 내포한다. 고통이 빛의 조건으로 제시되는 순간, 고통은 더 이상 부정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의미를 산출하는 토대로 재배치되기 때문이다.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구조는 고통의 비동일성을 약화시키고 그것을 서사적 자원으로 환원할 위험을 지닌다. 특히 결핍과 상실을 극복하여 타인의 빛이 되는 인물 서사는, 고통의 개별성과 역사성을 지우고 감동의 구조로 조직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지점에서 이 글의 윤리는 고통에 대한 응답인 동시에, 그것을 의미로 통합하려는 충동과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글의 후반부에서 작가는 대상(반딧불이, 타자)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자신의 내면을 응시한다. “반딧불이가 살을 찢는 고통으로 외피를 벗듯 나 또한 삶이란 파고에 부딪혀 산산이 깨어지고서야 원망과 미움의 옷을 벗을 수 있었다.” 이 문장은 본 수필의 철학적 핵심이다. 여기서 고통은 개념이 아니라 신체를 통과한 경험으로 제시된다. 모리스 메를로퐁티가 말한 바와 같이, 사유 이전의 지각적 충격, 몸을 통해 먼저 도달하는 이해의 방식으로 읽힌다. 작가는 반딧불이의 탈피를 보며 자신의 내면적 허물을 벗겨낸다. 반딧불이의 빛을 “시력을 잃을 지경”으로 느꼈다는 고백은 대상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존재 전체가 흔들리는 감각적 사건이다.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요동치는 ‘살아있는 몸’의 언어다. 빛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존심과 욕심이라는 딱딱한 외피를 깨뜨리고 나오는 ’자기 파괴적 생성‘의 결과물로 제시된다. 애벌레의 인고를 거쳐야 땅별이 되듯, 인간 역시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비로소 타인을 비추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고통의 형이상학'을 완성한다. "원망과 미움의 옷을 벗는다."는 대목은 독자에게 단순한 교훈을 넘어선 정화(Catharsis)의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는 이어령의 말을 빌려 “잠자는 동안에도 숨 쉬는 내 숨 속에 숨어있는 별”을 언급하며 마무리한다. 반딧불이의 생애는 짧지만(찰나), 누군가의 길을 밝히는 순간 그것은 영원(별)의 속성을 획득한다. 이 수필은 ‘빛’이라는 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개인의 실존적 고뇌와 사회적 헌신의 서사로 밀도 있게 짜낸 수작이다. 문장은 유려하면서도 단단하고, 비유는 감상에 치우치지 않으며 삶의 구체적인 현장감을 담보하고 있다. 어둠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스스로 불꽃이 되는 삶의 경건함을 독자의 가슴에 깊이 각인시킨다. 또한 이 글이 구축하는 경건한 빛의 윤리는 하나의 질문도 남긴다. 고통은 반드시 의미로 전환되어야 하는가. 「반딧불이」는 고통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독자에게 되묻는 비평적 장으로도 읽힌다. ▮김정애 주요 약력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2), 평론 등단(2013) △(사)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다스림 문학동인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1부장 △문학발전 유공 기념은장 △사유와언어문학상 △설총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 △에세이문예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품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탈춤’, ‘인연’, ‘고슴도치 사랑’ ▮조경숙의 <반딧불이> 그것은 땅에 뜬 별인가. 별이 밝은 건 밤이 왔기 때문이고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는 건 세상이 칠흑같이 깜깜하기 때문일 테다. 하여 빛은 지구를 돌고 돌다 마침내 가장 까마득한 곳, 어둡고 차갑고 서럽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눈물자리에 손을 벋어 내리는 것 같다. 반딧불이는 빛이 곧 생명이다. 스스로 살아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체 발광하는 빛으로 어둠 속에서 자취를 선명히 드러내 보인다. 몸 마디마디 형형색색 빛을 자으려 치열한 성장통을 감내하는 반딧불이의 한 생애는 굵고도 짧다. 빛으로 살아가는 반딧불이를 보니 한때 어두운 곳의 빛이 되리라 다짐하던 간호사 시절이 떠오른다. 빛을 지키려 혼신을 다하는 반딧불이의 한살이는 이타적 삶을 천직으로 하는 백의 천사의 삶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반딧불이는 어둠의 자리를 지킨다. 절망의 터를 떠나지 않는다. 볕살 따사로운 양지를 벗어나 음지의 축축하고 어두침침한 늪지나 물가, 해마저 지나친 곳을 삶의 보금자리로 삼는다. 달빛마저 숨은 밤이면 숲은 숨은 등을 하나둘 밝힌다. 숲은 머리끝까지 덮쳐오는 어둠의 공포와 두려움을 물리치려 몰래 숨겨놓은 비밀 병기를 하나씩 꺼내 드는 것 같다. 반딧불이는 떼로 밀려오는 어둠을 맞서는 한 무리의 용감한 용사가 되는 것이다. 빛으로 이야기하고 빛으로 노래하고 빛으로 사랑하고 빛으로 생명을 지켜가는 반딧불이다. 짧은 생애를 길게 살아가는 그의 별칭은 엉뚱하게도 개똥벌레다. 비천하고 초라하고 소박하기까지 한 이름이다. 개똥이란 의미가 여느 눈길도 관심도 애정조차 받지 못하는 존재, 즉 하찮은 열외의 인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개똥벌레는 몸집만큼이나 작고 초라하고 쓸모없는 벌레가 아니다. 외려 작은 몸에 큰 꿈을 지니고 있다.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라는 개똥벌레의 노랫말처럼 외롭고 처량하고 쓸쓸한 삶이 아니다. 숲의 나무와 새와 벌레와 바람과 비와 해와 달과 별은 그의 오랜 벗이 아닌가. 그곳에서 숲의 지기들과 동고동락하며 살아간다. 또한 반딧불이는 그들의 슬프고 고달픈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다정한 친구이기도 할 테다. 간호사가 고통과 절망의 사람에게 빛이 되어주듯 반딧불이는 장막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산란해 낸다. 나는 살아오면서 무수한 반딧불이의 빛을 보았다. 별마저 숨어든 밤, 양 날개가 무겁도록 은빛 가루를 실어 나르는 반딧불이를 목격하였다. 그 빛이 너무 밝아 시력을 잃을 지경이었다. 광역의 우주에서 훅 불면 사라져 버릴 먼지만큼이나 미미하고 하잘 것 없는 사람이 아닌가. 하지만 사람은 때로 우주의 여느 별보다 더 찬란한 생명의 빛을 자아내기도 한다. 펄럭이는 형광빛 날개를 보는 것만으로 내 눈은 부시었다. 경이로웠다. 반딧불이는 양 날개를 쉼 없이 가로저으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한국의 ‘헬렌켈러’라고 불리는 분이시다. 동란 때 폭탄 사고로 양쪽 시력은 물론 부모까지 잃어야 했던 그는 절박한 시대의 조류에 떠밀려 암흑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서럽고 헐벗고 내쳐진 삶이었다. 불구의 몸으로 운명의 몹쓸 파랑에 이리저리 치며 살았다. 무엇보다 사랑과 허기에 굶주린 나날이었다. 하지만 한 줄기 빛과 같은 사랑이 깊은 수렁 속의 삶을 건져 주었다. 다시 일어났다. 절망을 딛고 우뚝 일어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저와 같이 빛을 잃은 사람들에게 광명을 찾아주는 일이었다. 눈물뿐인 삶에 웃음을 심는 일이었다. 절망의 땅에 희망의 꽃씨를 뿌리는 것이었다. 그는 한줄기 소망의 빛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어릴 적부터 별이 되기를 꿈꾸었다. 큰 강이 되어 흐르는 은하수를 온 마음으로 헤아리며 잠이 들곤 하였다. 하지만 빛이 되고자 하던 사람은 일찍이 빛을 잃어버렸다. 수많은 별 중에 하나의 별이 되고 싶은 별은 질퍽한 눈물의 자리에 머물러야 했다. 하여 어둠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발 한발 위태로운 걸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영혼의 지팡이가 되기로 하였다. 나태주 시인의 시 ⌜너는 별이다⌟ 에서 “네가 별이 되어라.”라고 노래한 것과 같이 그는 마침내 밤하늘 영롱한 별이 되었다. 암흑의 세계에 광명을 들이고 절망의 삶에 꿈을 심어주는 별이었다. 그는 현재 실로암 안과 병원장으로 시각 장애인에게 날마다 기적과 같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의 명상록인 『별처럼 해처럼 달처럼』에서 밝히듯 서럽고 어둡고 아프고 후미진 곳이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간다. 어둠을 인도하는 불빛으로 나아간다. 꺼지지 않는 불씨를 가슴에 간직한 사람. 자신에게 내려진 불행의 씨앗을 행복의 꽃으로 피워내었다. 불행을 불행으로, 아픔을 아픔으로 끝내지 않은 것이다. 그야말로 어두울수록 빛을 발하는 야행성 반딧불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둠은 빛을 잉태한다. 어둠이 없으면 빛이 어찌 존재할 것이며 눈물의 땅이 아니면 어찌 꽃이 피어날 수 있으리. 고통 없이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잎맥의 이슬 한 방울도 우연히 맺지는 않을 것인데. 반딧불이가 살을 찢는 고통으로 외피를 벗듯 나 또한 삶이란 파고에 부딪혀 산산이 깨어지고서야 원망과 미움의 옷을 벗을 수 있었다. 자존심의 껍질을 벗고 욕심의 껍질을 벗어내려야 했다. 밤의 터널을 지나야 새 아침의 동이 밝아오듯 빛이 오려면 긴 어둠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아무것도 아닌 애벌레가 땅별이 되기 위하여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밤하늘에 별 무리의 황홀한 군무가 펼쳐진다. 어두운 하늘은 각양 별들의 축제장이다. 하지만 별은 곧 태양 너머로 사라질 테고 반딧불이가 노래하던 숲은 고요와 적막이 강물처럼 흐를 것이다. 이어령은 그의 마지막 노트인 『눈물 한 방울』에서 “잠자는 동안에도 숨 쉬는 내 숨 속에 숨어있는 별들이 일제히 뜬다.”라고 하였다. 어느 한순간일지라도 너를 위해 온전히 태울 수 있다면, 길을 잃은 그대에게 한 줄기 빛이라도 될 수 있다면 한 생애 그런대로 잘 살았다 할 수 있으리. 반딧불이의 노랫소리에 어둠이 잠긴다. <부산수필문학제37집> ▮조경숙 부산 출신.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5), 『부산 시단』 시 등단(2018). 부산수필문학협회 사무국장. 부산수필문학상 작품상, 에세이문예 작품상, 부산시단 작품상. 수필집 『날개를 달다』 『바람이 그린 보물지도』, 시집 『새는 새벽을 깨운다』 『그렇게 하지 않을 날만 남았습니다』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4) 김정애 '어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자가발광(自家發光)'
-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까마귀의 조시(弔詩)'
- 까마귀의 조시(弔詩) 수림 이은주/ 시인, 계간 에세이문예 등단 까마귀가 수탉 대신 울어준다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이유 누군가의 울음이 저버린 날을 애도하며 아침은 시작된다 쓰레기 봉투를 발견했다는 신호가 창공을 가르고 몇 마리 동지들이 동참하는 새벽 시커먼 봉지 속에서 쏟아지는 음식찌꺼기 하필, 붉게 뒤섞인 고춧가루와 고추장의 구역질 수탉이 울어대다 사라진 전설을 알지 못하는 것들 위험과 이득 사이 외줄을 타야하는 숙명 이제 닭장 속에서 꼬꼬댁거릴 뿐 절대다수의 힘을 믿으며 세상을 먹여살리는 중이다 까마귀가 수탉을 대신해 울어주는 일 검은 울음이 눈물 없이 뿌려지는 일 칸칸이 쌓인 건물 사이에 박혀 잠을 깨는 아침 누군가는 또 알을 낳아야 한다 신음이 낭자한 꿈 속에서 뒤척이던 사람들 가려진 진실은 화려함 뒤에서 고행을 시작한다 짝 잃은 컵이 백 도의 고행을 시작하고 손잡이를 내어주는 일로 하루를 연다 영역의 침범을 사수하려 푸르르 떨며 펼치는 공작의 깃털은 처절한 몸부림 끝에 접히지 못한 병풍 한 채 바람으로 운다 ▼ 이은주 부산 거주, 아호:수림 계간 에세이문예 시 등단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 부산교육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수학 중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
- 문화•스포츠
- 문예•책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수림 이은주 '까마귀의 조시(弔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