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파주 출생, 영의정 방촌 황희정승 20대 손, 아호 춘강(春崗) ,『순수문학』 「막가는 세상」으로 등단, 경동 중고등학교 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졸 (61학번), ROTC 3기, 롯데그룹 임원 역임, 한국스피치아카데미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순수문학인협회 상임이사, 용수문학회, 순수수필작가회 회장 역임, 순수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기』 『껴안아 주기』 『봄의 벽에 서다』등이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인강
살다보면 한 발작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가 종종 있다.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어떻게 해서든 헤치고 나갈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경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주식과장으로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매년 2월, 3월이면 상장기업들은 주주총회가 있다. 한해의 경영실적을 평가하고 재무실적에 따라 배당액도 결정하여 총회에서 통과시켜야 회사에서는 한해의 실적을 마감하게 된다. 임원의 선임도 있어 주총 때쯤이면 임원들은 신경을 곧추세우게 된다. 80년대에는 지금과 같이 증권거래법이나 상장기업규제법 등이 완벽하지가 못했던 시대였다. 주주총회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무사하게 끝내기 위해서는 소위 <주총꾼>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액주주들의 중구난방식 발언으로 회의가 엉망이 된다. 그래서 그들을 사전에 로비하여 주총 날짜와 시간에 맞춰 참석케 하는 것이 주무과장의 임무이기도 했다. 이것은 분명 의롭지 못한 일이므로 청산되어야 할 구시대의 잔재였지만, 기업풍토가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어찌 하겠는가. 어쨌든 주식과장이 그런 꾼들과 많은 주주와의 중간지대에서 중심을 잡아줘야만 주총을 원활하게 끝낼 수 있었다. 잘못하면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왔다. 이웃 일본 기업에서도 공공연한 비밀로 성행하고 있던 시절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는 다양하다.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지켜 행해야 하는 불가사의한 숙명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이 말의 정확한 뜻은 비록 사실은 맞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다르게 행해지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은 또 많은 사람을 상대로 설득을 할 때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다. 교회목사님의 설교에서 이 구절을 자주 인용한다. 모든 교인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의 일상에서 잘 나가다가도 넘어지고 쓰러지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럴 때 이 말에 용기를 얻어 다시 털고 일어날 힘을 얻게 된다.
일본의 거대 기업 <마스시다>의 창업자 마스시다 고노스께는 아흔 넷의 나이로 운명할 때까지 570개 기업에 종업원 13만 명을 거느렸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어려서 매우 가난하였고 허약했으며 배우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되어, 재계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존경받는 기업인이었다. 그에게는 숙명적인 약점 세 가지가 오히려 성공의 비결이 되었다고 한다. 가난했기 때문에 부지런히 일했고, 몸이 허약했기 때문에 운동을 많이 했다. 초등학교 4학년만을 마쳤기 때문에 항상 세상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삼았고, 많은 독서를 하여 지식을 넓혀나갔다.
그렇다. 모든 조건이 최악이었기에 오히려 더 열심히 노력을 했던 것이다. 여러 조건이 앞길을 가로막았지만, 오히려 자신의 결함을 성공의 발판으로 지혜와 의지가 조성이 되었다. 신체적인 약점이 있는 헬렌 켈러는 또 어떤가. 귀먹고 벙어리고 눈이 먼 삼중고를 가지고 있는 그에게도 모든 것이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설리번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공부해서 하버드대학을 졸업했다. 역경은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다는 평범하지 않은 신념을 증명했다.
몇 년 전 <오체불만족>으로 유명한 일본인 오토다케 히로타다를 보자. 그는 뺨과 10여cm밖에 없는 팔 사이에다 연필을 끼우고 글을 쓴다. 또 엉덩이와 발목을 교대로 움직여가면서 양쪽 팔로 농구공을 빠르게 드리볼 한다. 네 손가락만으로 피아노를 치는 한국의 이희아 양(당시18세)을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가. 젊었을 무렵, 나는 이른 새벽마다 캄캄하고 추운 골목을 지나 수영장을 향해 걸으면서 중얼거린다. 비록 나약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지라도 절대자의 도구로 써 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많은 현대인들이 불안과 초조 속에서 살아간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일찍이 선인들은 분수를 지키면서 자족의 경지를 알면 그것이 곧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조급증에 빠진 현대인들은 인내심이 부족하여 헛된 욕망만 부풀리고 있다. 이름하여 욕망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이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려면 욕망과 자족의 수위를 스스로 조절할 줄 알아야 하리라. 일상에서 즐거움이 없더라도 “나는 즐겁고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최면적으로도 갖고 살아가면 그것이 곧 의식화 체질화되어 삶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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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넘어지거나 좌절하게 되는 경우가 어찌 없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척간두 진일보, 우리는 웃는 얼굴로 어깨를 활짝 펴고 앞으로 당당하게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 경기 파주 출생, 영의정 방촌 황희정승 20대 손, 아호 춘강(春崗) ,『순수문학』 「막가는 세상」으로 등단, 경동 중고등학교 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졸 (61학번), ROTC 3기, 롯데그룹 임원 역임, 한국스피치아카데미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순수문학인협회 상임이사, 용수문학회, 순수수필작가회 회장 역임, 순수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기』 『껴안아 주기』 『봄의 벽에 서다』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