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수필춘추 가을호 '붕어와 신발을 가져다주신 선생님'으로 수필 등단, 광주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육군군수기지사령부 통역 장교 중위 복무, 종합무역상사 율산실업 임원 근무, 마라톤 풀코스 38회 완주, 100 km 5회 완주, 2015.11.28 KBS-1 TV 아침마당 출연, 2017.12.19 동아일보 오피니언 게재 '치매 부모 실종 막는 사전등록제', 2018.9.30 경기도지사배 육체미대회 시니어부 1위 입상, 월간문학 2018년 12월호 수필 발표, 2019년 종합문예지 유성 시 시인 등단, 종합문예지 유성 고문, 세계문인협회(김천우 이사장) 세계문학상 수상, 이철호 문학박사 시, 수필 수강,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권대근 교수 수필창작반 수강
보시
고재덕/수필가
세상사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아 섭섭할 때도 있지만 도와줘도 은혜를 몰라줄 때 더욱 섭섭하다. 사년 전 어느 날 성당 친구와 함께 신자인 단골 식당에 점심 먹으러 갔다. 식당 주인부부가 심하게 싸우므로 보기에 민망했다.
" 이 빙신아, 주민증록증이라도 복사한 후 외상밥을 줄 것이지" 인근 대학교에서 배관공사 기사들이 월말에 공사비 나오면 식대를 갚기로 약속해서 여주인이 핸드폰 번호만 적고 백십만 원 상당의 밥을 외상으로 줬더니 한 기사가 공사비가 나왔는데도 식대를 떼먹고 도주한 후 전화도 끊어 버렸다고 했다. 나는 종합상사에서 법률을 전문적으로 다루었다. 가난한 자의 식대를 떼먹는 기사들의 악행에 속이 상해 수고비를 생각하지 않고 법적 절차를 밟아 수금해주겠다고 주인에게 약속했다. 여주인은 반가워서 "식대를 받아주면 반타작은 하겠다" 며 나에게 호감을 보였다. 남편도 덩달아 약속했으니 "수금하면 반드시 수고비를 줘야 한다" 라고 아내에게 못을 박았다. 그후 남편은 주독이 심해 그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케이티에 찾아가서 핸드폰 소유자를 찾아낸 후 ‘무전 취식’이란 죄명으로 고소장을 식당 주인 명의로 작성하여 종로경찰서에 접수했다. 삼개월 후 피의자 거주지가 김포이므로 김포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했다고 종로경찰서에서 통보를 해왔다. 사건이 발생한 관활지가 종로이므로 나는 피의자 거주지를 기준하여 김포경찰서로 이첩한 것은 잘못이라 생각했다.
삼개월 후 김포경찰서로부터 돈 벌면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피의지를 ‘무혐의 처분’했다는 처분결과가 왔다. 나는 즉시 김포경찰서에 가서 담당 수사관에게 따졌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피의자의 무전취식 행위 자체가 처벌대상인데 돈 벌면 준다는 답은 어불성설이므로 무혐의 처분한 점은 법리와 상식에 어긋나며 이는 수사 포기이며 이런 식으로 수사하면 대한민국에 범죄자가 한 명도 없을 것이라 항의했다. 예컨데 TV 절도범이 "TV를 보고 갖다주겠다면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건 모순이라고 하며, 김포경찰서 수사관을 법과 원칙대로 수사해달라고 경기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답이 없어 수원의 경기경찰청 수사과장을 또 찾아갔다. 요즘 경찰관이 사명감과 국가관이 부족하여 고소 건을 소극적 또는 피동적으로 처리하므로 경찰관에게만 맡겨 놓고 수수방관하면 안 되고, 고소인이 법 전문가가 되어 일일히 점검해야 하며 또한 채무자를 설득 또는 호소해야 한다는 사실에 실망스러웠다.
어느 날, 피고소인이 전화가 왔다. " 밥값을 떼먹는 사람은 벌받는다" 는 어르신 말씀이 옳다고 전했다. 며칠 전, 그의 어머니가 횡단 보도를 무단 횡단하다가 차에 치어 입원 중이라 했다.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생긴 보상금이 수금을 도와줬다. 그 이튿날 식당주인에게 떼먹은 밥값이 입급되었다니 다행이다. 수금은 순수한 거래가 아니라 투쟁이었다. 고소한 지 팔개월만에 산전수전 끝에 식당주인에게 식대를 안겨줬으니 장편 소설 서유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수금하면 반타작하겠다더니 쌀값이 급하다는 핑계로 통채로 꿀꺽하고 수고비는 다음에 주겠다며 미루었다. 화장실 갈 때와 화장실 나올 때가 달랐으니 어찌 신앙인이라 할 수 있을까. 반타작은 고사하고 내가 부담했던 활동비마저도 사 년이 지났는데도 주지 않아 괘씸해서 그 식당을 찾아갔다. 약속했던 수고비를 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할 줄 알았는데 주인은 사과는커녕 도사견처럼 공격했을 때 황당했다. 나에게 돌아온 답은 "당신하고 다 해결했으니 우리 식당에 오지마세요" 라는 매정한 한마디였다. 나는 완전히 이성을 잃을 뻔했다.
은인을 푸대접했으니 주인은 식대 떼먹는 기사보다 더욱 비정했다. 도와줬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나에게 수고비 줬다는 무통장입금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위계에 의한 공갈범으로 형사 고소하겠다고 고소장을 써놨다. 핸드폰값, 교통비, 이자 포함 활동비 사십팔만 원과 이의 입금증 등을 제시하지 않으면 형사 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우송했다. 돈 욕심보다 나의 공로를 알려주려는 의도였다. 한 달이 지났는데도 회신이 없었다. 돈 주기 싫다는 졸장부 악심인데 달달 볶아 댄다고 돈을 줄 리가 없었다. 약자를 도와주되 은혜를 모르는 약자를 무조건 도와줬다간 이용만 당한다는 교훈을 뼈저르게 체험했다. 그러나 하느님은 내 공을 잊지 않고 다른 곳에서 보상해줘서 고마웠다
“너희는 모든 악독과 노함과 분냄과 떠드는 것과 비방하는 것을 모든 악의와 함께 버리고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 (에베소서 4:31~32)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탑승객 179명의 참사 비보가 전해졌다. 그 이튿날 딸네 식구가 파리에 갔다. 노심초사 끝에 파리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니 마음이 놓였다. 또한 손자놈이 25학년도 서울대생명공학과 합격한 낭보를 접했으니 이는 우연이 아니고, 가난한 과부를 도와준 댓가이자, 주님의 은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적선지가(積善之家)는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는 공자님의 금언을 실제로 입증했으니 삶은 신바람난 축제였다.
자식이 많으면 바람 잘 날 없다. 언제 어느 놈이 어떤 재앙을 어떻게 당할지 모른다. 딸식구 세 명이 무사히 파리에 도착한 것만도 행운인데 그까짓 활동비달라고 손 벌렸던 나의 좁은 소견이 부끄러웠다. 건달한테 식대를 받아내서 식당주인을 행복하게 한 것만으로 만족해야하지 않을까.
이왕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돕기로 작정했으니 팔개월 동안 돈과 정력과 시간을 쏟았을지라도 끝까지 무상으로 돕자. 하느님께서 나의 행적을 알고 있고, 훗날 하느님께서 이를 보상할 것이라 믿고 있으므로 모두 운명에 맡기고 보시로 털어버리기로 작심했더니 마음이 편했다. 내용증명과 고소장을 박박 찢어버렸다.
▼ 약력
2015년 수필춘추 가을호 <붕어와 신발을 가져다주신 선생님>으로 수필 등단, 광주조선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육군군수기지사령부 통역 장교(중위) 복무, 종합무역상사 율산실업 임원 근무, 마라톤 풀코스 38회 완주, 100 km 5회 완주, 2015.11.28 KBS-1 TV 아침마당 출연, 2017.12.19 동아일보 오피니언 게재 <치매 부모 실종 막는 사전등록제>, 2018.9.30 경기도지사배 육체미대회 시니어부 1위 입상, 월간문학 2018년 12월호 수필 <잃어버린 동생>발표, 2019년 종합문예지 유성 시<인수봉 홀로 소나무> 시인 등단, 종합문예지 유성 고문, 세계문인협회(김천우 이사장) 세계문학상 수상, 이철호 문학박사 시, 수필 수강,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권대근 교수 수필창작반 수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