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통영 출생, 문학박사, 시인 ․ 수필가 ․ 평론가 인제대학교 ․ 가야대학교 외래교수 역임 시집: '소년의 휘파람' 등 9권 수필집: '해무를 벗기다''베란다' 평론집: '은유의 인문학', 학술저서: '한국 현대 해양시 연구' 수상: 다수, 인제대학교 외래교수, 가야대학교 외래교수 역임 현재 신라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 시인이자, 수필가 ․ 문학평론가로 활동 - 부산문인협회 월간 '문학도시' 주간 역임 - 영호남문인협회 상임고문 및 주간 역임 - 부산문인협회부회장'16, 18대' 역임 - 부산여성문인협회 회장 역임 - 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14, 15대' 역임 -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부이사장 역임 - 현 한국창작가곡협회, 한국바다문학회, 사상문화예술인협회 부회장, - 현 영호남문인협회 회장 - 현 사상구보 편집위원, - 현 ‘박문하 문학상’ 운영위원, - 현 은가람문학 발행인 등 ,부산문학상 대상, 영호남문학상 대상, 부산여성문학상 대상, (사)부산시인협회 본상, 한국해양문학공모전 최우수상, 사상문화예술인협회 문화상 등
다시 봄, 무궁화호
박미정/ 시인, 수필가
들떴다. 천천히 느긋하게 타고 갈 다정한 기차를 만나게 될 것에 들떴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물 찬제비처럼 날아오른 발걸음이 화사하게 도착한 부산역. 북적거림이 사라졌다. 내 눈엔 띄엄띄엄 거리두기 지키기가 거의 만점이다. 기다리는 동안, 밤잠을 설치며 달군 연둣빛 풀무질이 식을까수첩을 꺼냈다. 책 사이에 파묻혀서 누렇게 변한 종이가 기차여행의 기억 하나를 소환한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기차를 탔다. 언니의 교복칼라가 눈부시던 여름, 초등학교 다니던 나는 언니의 손을 놓칠세라 꼭 붙잡았다. 반복되는 철거덕 소리를 들으며 엄마가 삶아 주신 계란을 깼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눈이 빠지도록 보았다는 기억이 그것이다. 서울은 가고 싶은 곳이었으나 엄마의 허락이 더뎠다. 그때서야 처음 타본 무궁화호는 나의 들뜸 그 자체를 싣고 정말 빠르게 서울역을 찍었다.
부산에서 밀양역까지 사십여 분이걸린다고 한다. 누가 보아도 집들이에 가는 일행의 모습이다. 슬슬 잘 풀리기를 바라는 휴지세트며 풍성한 보따리가 일반인들과다른 모습이다. 드문드문 비어 있는 자리. 어지간하면 외출을 하지 않는 상황이니 그럴 만하다. 출근시간을 넘긴 여유로운 오전 10시가 막 지나고 햇살의 홍복을 누리는 빌딩들이 눈부시다.
“느립니다. 그렇지만 타 볼 만합니다.”
밀양으로 이사 간 K시인의 말이다. 일행은 빠른 것에 익숙해 있는 몸 핑계 대지 않고 만장일치로 무궁화호를 선택했다. 느리다고 하더니 눈 깜빡할새 구포역에 도착하여 정차, 1분 후 다시 철거덕철거덕기차는 화명역에 닿아 1분을 또 소진한다. 객차 안은 덜컹거림이 있는 기차 바퀴소리만 있을 뿐인데 정겹다. 마스크를 살균하는 햇살이 드나든다. 봄볕의 분사가 창밖 왼쪽으로 흐르는 강 위에서 반짝인다. 수정 밭이다. 강물은 건너편 섶에서 내려오는 기차보다 긴 그림자를 띄우고 있다. 물금역 객사가 오른쪽에 닿을 때까지 4월의 엽서를 그린 풍경을 즐겼다.
60초가 끝난 밀회. 기차는 천연덕스럽게 플랫폼을 밀어냈다. 스피커를 통해 코로나 극복에 동참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해오니 마스크를 재정비한다. 콧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안경알을 다시 닦았다. 제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바퀴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곡각지점을 통과하는지 내 몸을 흔든다. 바깥의 동선이 약간 기울어 저쪽 언덕 아래에 붙은 작은 배가 물 위에 핀 꽃처럼 흔들린다. 이팝나무의 밥알들이 눈에 들어온다. 청보리가 익어 갈 무렵 피는 하얀 꽃으로 시장기를 해소한다.
삼랑진이다. 저 언덕쯤친구의 밭이 있을 것이다. 두어 번 가본 그곳을 눈짓으로 찾아본다. 그녀의 밭이랑은 가르마보다 더 반듯했고 밭의 식솔들은 윤기가 났다. 부지런한 그녀의 성품을 보여준 밭에서 나는 채소 맛이 달았다. 근래에 남편의 병수발을 드느라 어려울 밭의 사정이 안타깝다. 샅샅이 찾아 눈짐작하기에는 기차의 움직임이 빠르다. 느리기는커녕.
밀양역이다. K시인이 딱 눈에 띈다.훤칠한노신사 한 분도, 일행을 위한 마중이 근사하다. 부산에서 밀양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여정도인데 오래된 해후를 푸는 듯 인사가 뜨겁다. 서둘러 자동차로 이동했다. ‘외따로’ 집이라고 했지만 찻길에서 이십여 분의 거리에 있는 정말 아담하고 예뻤다. 잔디가 파랗게 깔린 마당에 들어섰다. 적당히 넓은 뜰에 담벼락처럼 선 정원수가 세련됐다. C사진작가가 준비해 온 플래카드를베란다 난간에 걸었다. 두어 달 전에 K시인의 첫 시집『창가에서, 풍경』이 출간되어 겹경사인 셈이다. 부부의 다정한 포즈에 인증 샷에 잔치는 잔치다.
흙 묻힌 K시인의 뿔 슬리퍼가 눈에 띈다. 뒤뜰을 개간할 때 신었으리라. 밭에서 입을 먼저 다시는 작은 새들의 부리가 손주들이오면 줄 과실수에도 날아올랐다 내렸다 한다. 밭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반질반질하다. 장독대는 잘생긴 자갈밭 안에 있다. 수도꼭지를 틀었다. 쏴아 쏟아지는 지하수에 손등을 굴러보았더니 참 부드럽다. 다들 손 담그고 물장난치는 개구쟁이가 됐다.
“아무것도 없어예~”
나물무침에 풍기는 참기름냄새가 달랐고 오징어무침의 식초냄새가 달랐다. 찜 플러스 구운 고등어는 딱 내 입맛인데 팬 위에 굽히는 삽겹살, 쌈을 손대게 하여 푸짐한 밥상에 들락거리는 바람도 구수하다. 순서 없이 대기 중인 쑥떡과 단술과 갖가지 과일 등 상다리가 튼튼하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진장, J시인의 장독대 씻기로 끝이 났다. 송홧가루를 싹 씻은 장독들이 고동색깔을 드러냈다. 손바닥으로 두드려봤더니 무릇 햇살이 번진다.
K시인 남편의 안내로 주변 구경에 나섰다. 훤칠한 그를 따라 줄서서 걸었다. 저수지를 끼고 있는 동네는 지난 일요일엔 낚시하는 사람들로 붐볐단다. 도시를 일부러 떠나왔는데 반가울 일이 아니다. 대문을 닫지않고 사는 그들만의 평화가 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월요일의 저수지는 숨을 고르고 있는지 고요하다. 해떨어지기 전 부산에 도착하자는 의견이 공감되어 다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다 차표를 맞췄다. 째깍째깍.
아쉽지만, 나섰다. 아름다운 집이 멀어진다. K시인이 칭하는 그녀의 옆방 손님에게 역까지의 전송에 감사드리며 다음을 약속했다. 그리울 땐 무궁화호를 다시 타기로. 다정한 기차는 부산으로 향할 땐 구포역만 들렀다.정해진 행선임에도 약간의 피로까지 덜어줬다는 들뜸이다. 파란색 무궁화호와 다시 봄을 기대한다.
▼약력:
경남 통영 출생
문학박사, 시인 ․ 수필가 ․ 평론가
인제대학교 ․ 가야대학교 외래교수 역임
시집: 『소년의 휘파람 』등 9권
수필집: 『해무를 벗기다』『베란다』
평론집: 『은유의 인문학』, 공저『언어의 집』
학술저서:『한국 현대 해양시 연구』
▼출강 : 인제대학교 외래교수, 가야대학교 외래교수를 역임
현재 신라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활동 :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 시인이자, 수필가 ․ 문학평론가로 활동
-부산문인협회 월간 『문학도시』 주간 역임
- 영호남문인협회 상임고문 및 주간 역임
- 부산문인협회부회장(16, 18대) 역임
- 부산여성문인협회 회장 역임
- (사)부산시인협회부이사장(14, 15대) 역임
-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부이사장 역임
- 현 한국창작가곡협회, 한국바다문학회, 사상문화예술인협회 부회장,
- 현 영호남문인협회 회장
- 현 사상구보 편집위원,
- 현 ‘박문하 문학상’ 운영위원,
- 현 은가람문학 발행인 등
▼수상 : 부산문학상 대상, 영호남문학상 대상, 부산여성문학상 대상, (사)부산시인 협회 본상, 한국해양문학공모전 최우수상, 사상문화예술인협회 문화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