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선이는 음악학 박사(Ph.D., 예술경영 전공)이자 전문 플루티스트로, 경성대학교와 창신대학교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현재 경상남도 지정 전문예술단체 두루지야앙상블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사단법인 경남유니세프후원회 음악이사, 사단법인 유라시아친선협회 이사로서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간의 교육 및 문화예술 기여를 인정받아 2017년 국회의원 표창(장애인 문화 지원 봉사활동), 2018년 한국청소년신문사 부산광역시 음악교육대상, 청소년지도자 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9년에는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등 다수의 국가자격을 바탕으로 예술, 교육, 복지를 아우르는 융합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학문과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열차와 발라드
유선이/ 수필가, 음악학박사
‘칙칙폭폭 덜컹덜컹’
2015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열차의 진동을 온몸으로 흡수하였다. 넓은 시베리아 광야의 흰 자작나무들이 줄지어 선 채 정지된 화면처럼 몇 시간째 똑같이 보였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바늘귀처럼 통과하는 동안, 가끔은 열차 안의 좁은 객실이 이 세상의 전부인 듯 느껴졌다. 인터넷이 닿지 않는 광활한 초원에서는 국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4인 1실의 좁은 쿠페에 앉아 있다 보니 영화 ‘설국열차’의 객실 등급이 떠올랐고, 내가 탄 열차의 앞칸 객실이 궁금해져 복도를 따라 기웃거리기도 하였다.
사진: 유선이/ 수필가, 음악학박사
그 여행의 마지막 기록을 쓸 즈음, 나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골목을 걷고 있었다. 여러 장의 기록과 사진들이 담긴 여정의 끝자락이었다. 열차에서 기록한 원고를 바르샤바 숙소에서 국내 지방 신문사로 어렵게 전송했다. 그러나 쓸데없이 긴 이야기는 때로 비계처럼 영양가 없이 글자 수의 체중만 불어나게 해서 결국 일부 편집되었고 찢어진 악보의 음표처럼 연주되지 못하였다. 오늘 우연히 10년 전 연주되지 못했던 기록을 찾아보게 되었다. 음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바르샤바 거리를 걷기 시작할 때 잊었던 기억과 문장들이 쿠페 창문의 스크린에 자작나무와 함께 나타났다.
10년 전 방문했던 바르샤바는 그 도시의 색감이 선명하고 아름다웠는데 오늘 저장된 파일로 찾아간 거리는 영화 ‘피아니스트’로 오버랩 되며 오래된 흑백 필름 속 구시가지 배경과 회색의 바랜 시간으로 설정되었다. 1939년의 폭격, 폐허가 된 도시,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서 쇼팽의 발라드가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듯하다. 주인공 스필만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낯선 거리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총성, 부서진 창문, 그리고 불에 그을린 시간. 영화 속 장면이 아닌, 지금 내 발밑에서 재생되는 살아있는 기록 같았다. 깨진 창문 틈에서 아주 작게 또 발라드가 들린다. 총 든 다른 사람 귀에도 들리면 어떡하나 놀라며 나는 고개를 돌렸다.
‘피아니스트’ 영화에서 들었던 쇼팽의 그 회색 발라드 선율이, 10년 전 열차 안에서 내가 썼던 기록을 뒤적이는 오늘 이렇게 연주되어 들릴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이번 학기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한 영화 감상 수업이 영향을 준 듯하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보낸 긴 시간, 불안정한 인터넷 연결 속에서 애태웠던 순간, 편집되어 잘려 나간 내 여행 기록이 오롯이 음표로 남아 발라드로 연주되었다.
한 음, 한 마디들이 모여 악장이 되는 음악처럼, 하루, 한 달, 일 년의 일상 음표들을 모아 나의 발라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상에서 만들어진 발라드는 가끔 잊히기도 하지만 사람들과의 소통과 감동으로 늘 나의 곁에 있다. 체중만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잔잔한 울림이 있는 발라드를 쓰려고 한다. 새로운 제목의 발라드를 만들고 그것을 문장으로 연주하기 위해서 또다시 열차를 타야겠다.
‘칙칙폭폭 덜컹덜컹’
▼약력
유선이는 음악학 박사(Ph.D., 예술경영 전공)이자 전문 플루티스트로, 경성대학교와 창신대학교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현재 경상남도 지정 전문예술단체 두루지야앙상블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사단법인 경남유니세프후원회 음악이사, 사단법인 유라시아친선협회 이사로서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간의 교육 및 문화예술 기여를 인정받아 2017년 국회의원 표창(장애인 문화 지원 봉사활동), 2018년 한국청소년신문사 부산광역시 음악교육대상, 청소년지도자 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9년에는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등 다수의 국가자격을 바탕으로 예술, 교육, 복지를 아우르는 융합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학문과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