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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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립을 넘어, 연결과 존엄의 복지를 설계할 때
  • 국민이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선다 정책 제언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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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박사 평생교육,Life-Plan전문가

 

한 노인의 죽음은 하나의 도서관이 불타는 것과 같다.”말리의 속담처럼, 고독사라는 그림자는 단지 한 개인의 쓸쓸한 죽음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었던 지식과 경험, 한 시대의 흔적이 함께 사라지는 사건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이 거대한 사회적 사실을 반복하고 있다. 2025,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으로 구성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현재, 우리는 단순히 '살고 있는' 노후를 넘어'살 만한' 노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0251월 기준,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약 1,05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하며,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중 독거노인은 약 219만 명(고령 인구의 20.8%)에 달했고, 75세 이상 초고령자는 전체 노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노인 빈곤율은 39.2%로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10명 중 4명 이상은 기초연금을 수령한 후에도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고독사 문제. 서울시만 해도 2023년에 약 680건의 고독사가 발생했고, 이 중 다수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전국적인 고독사 발생 통계는 아직 부족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오랫동안 노인을 경제적, 정서적으로 방치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의 대부분은 여전히 '소득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고,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에, 통합보다는 분절적 복지 제공에 머물러 있다. 한 사람이 고립 속에서 삶을 마감한다면, 그 가장 큰 책임은 국가의 체계적 실패에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방관자일 수 없다.

 

일본은 이미 고독사 문제를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복지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이를 예방 가능한 사회문제로 접근해왔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통해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관리, 요양, 주거, 일상생활 지원, 정서적 돌봄을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고, 커뮤니티 단위의 참여 기반을 강화하여 고립을 미연에 차단하고 있다. 독일 역시 1995년부터 도입된 장기요양보험(Pflegeversicherung)을 통해 복지의 공공성과 개인의 선택권을 동시에 보장하는 모델을 발전시켰다. 덴마크는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연 2회 이상 공공기관의 방문 상담을 의무화하고, 고립이 확인되면 즉각적인 공공 돌봄 네트워크가 개입한다.

 

이제 한국도 정책의 방향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한다.
첫째, 기초연금 외에도 주거비·의료비·돌봄비용에 대한 실질적 보조체계를 확대하고, 생애 전반에 걸친 기초소득형 노후보장제도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생활 밀착형 노인돌봄 통합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충해야 한다. 단순한 방문요양이 아니라, 관계 형성과 정서지원을 포함하는상시 거점형 돌봄이 되어야 한다.

셋째, 노년의 자율적 사회참여 플랫폼을 설계해야 한다. 은퇴 이후에도 교육, 예술, 돌봄, 환경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참여 활동을 제도화하고, 이를 통해 고립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공공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반의 예방적 돌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공공 전기·가스 사용량 감지, 디지털 비접촉 응답 시스템 등을 활용해 무응답은 곧 위험 신호로 자동 연동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다시 묻는다. “지금 설계되어 있는 복지 체계에서 당신은 늙고 싶은가?삶의 마지막 20년을 버티는 구조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살 만한 구조로 전환할 것인가. 노인의 고립과 빈곤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 정책의 무관심이 만든 결과이며, 따라서 정책의 전환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한 사람의 노후는 그 사회의 품격을 비춘다. 한국의 100세 시대, 노인을 위해 만들어야 할 복지의 이름은 존엄이어야 한다.

 

 

/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교육·경영·생애설계 분야 전문가.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강의와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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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김한준 박사의 정책 제언】‘노인정책’100세 시대, 품위 있는 노후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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