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1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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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선이 교수는 음악학 박사(Ph.D., 예술경영 전공)이자 전문 플루티스트로, 경성대학교와 창신대학교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현재 경상남도 지정 전문예술단체 두루지야앙상블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사단법인 경남유니세프후원회 음악이사, 사단법인 유라시아친선협회 이사로서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간의 교육 및 문화예술 기여를 인정받아 2017년 국회의원 표창(장애인 문화 지원 봉사활동), 2018년 한국청소년신문사 부산광역시 음악교육대상, 청소년지도자 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9년에는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등 다수의 국가자격을 바탕으로 예술, 교육, 복지를 아우르는 융합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학문과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예술가와 AI, 나란히 걷는 시간

 

유선이/ 수필가, 음악학박사

 

지브리풍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얼마 전 팔순이 다 되신 친정 어머니가 SNS 대문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싶다며 내게 말했다. 만화처럼 그려달라는 부탁이었다. “엄마 친구는 손녀딸이 사진 보고 만화를 그려줬대. 너도 그려줘.”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나는 AI 이미지 생성 툴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사진을 업로드하고, 프롬프트를 입력하자 곧 지브리풍의 따뜻한 캐릭터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화면을 보며 활짝 웃는 어머니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기술은 이렇게 사람을 웃게 만들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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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여겨졌다. 손끝으로 빚어낸 소리, 몸으로 전하는 울림, 머릿속에서 피어오른 이미지를 종이에 옮기는 그 모든 창조의 행위는 오랜 시간 인간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 믿음에 균열이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AI가 작곡을 했다”, “AI가 그림을 그렸다”, “AI가 배우의 목소리를 복원했다는 소식이 낯설지 않게 들려온다. 처음엔 의심부터 들었다. 진짜 음악일까? 감정을 담을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기술은 이미 어느새 무대 뒤편까지 들어와 있었다. 연주회를 준비하며 포스터에 쓸 글을 작성할 때, 프로그램북 문구를 다듬을 때, 가끔은 수업 자료를 준비할 때조차도 나는 무의식중에 AI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창작의 핵심을 대신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어떤 일들은 더 수월해졌고, 어떤 아이디어는 더 빨리 다가왔다.

 

생성형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술의 경계를 탐색 중이다. 음악가를 위한 AI 작곡 프로그램, 미술가를 위한 이미지 생성 도구, 무용 안무를 시뮬레이션하는 플랫폼까지 다양하다. 이를 두고 일부는 기계가 예술을 대체하려 한다며 우려를 표하지만, 정작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기술은 대체자가 아니라 확장자일 수도 있겠다고.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늘 느끼는 한계가 있다. 매일 매 순간 함께 연습을 지켜보는 것은 불가능하고, 피드백을 즉시 줄 수 없는 상황도 많다. 그런데 AI는 이 지점을 조금씩 보완해 주었다. 예컨대 특정 템포나 스타일로 반주를 생성해주는 AI 프로그램은 혼자 연습할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고음 연습에서 지치는 학생에게는 음성 분석 기반의 시각화 도구를 활용해 정확한 음압과 호흡을 비교해볼 수 있게 했다. 이는 기존에 없던 디지털 튜터의 역할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실기 수업을 대체하진 못한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감각의 연속이고, 소리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공간과 청중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습자 혼자의 시간이 보다 풍부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만으로도 AI는 충분히 유용하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예술가가 그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위해 사용할지의 태도가 핵심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도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예술가가 기술 앞에서 다시 질문해야 할 것은 “AI가 나를 대신할까?”가 아니라, “나는 이 기술로 무엇을 더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플루트를 연주하고, 연주를 가르치며 살아간다. 감정과 숨을 악기 속에 실어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섬세하고 집중력을 요하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어떤 연주자들은 기술을 경계하기도 한다. 몰입을 방해하고, 인간적 교감을 흐릴까봐 우려하기도 한다. 이해되는 반응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히 기술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스마트폰을 통해 악보를 보고, 녹음 앱으로 연습을 점검하며, 온라인으로 무대를 공유하고 있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기술이라면,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편이 더 지혜로운 방향이 아닐까.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자주 재정적 지원이나 제도적 장치를 떠올린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먼저 관점의 전환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창작과 교육을 이어가기 위한 열쇠는 어쩌면 기술 그 자체보다 예술가의 유연성에 있을지도 모른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새로운 매체를 탐색하려는 태도, 그리고 기술과 손잡고 더 멀리 가려는 용기 말이다.

 

기술은 도구다. 기술은 조력자다. 기술은 동료다.

그리고 우리는, 예술가는, 여전히 중심에 있다.

 

약력

음악학 박사(Ph.D., 예술경영 전공)이자 전문 플루티스트로, 경성대학교와 창신대학교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현재 경상남도 지정 전문예술단체 두루지야앙상블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사단법인 경남유니세프후원회 음악이사, 사단법인 유라시아친선협회 이사로서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간의 교육 및 문화예술 기여를 인정받아 2017년 국회의원 표창(장애인 문화 지원 봉사활동), 2018년 한국청소년신문사 부산광역시 음악교육대상, 청소년지도자 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9년에는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등 다수의 국가자격을 바탕으로 예술, 교육, 복지를 아우르는 융합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학문과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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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유선이 교수의 음악칼럼(4) '예술가와 AI, 나란히 걷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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