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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4월 4일, 대한민국은 왜 대통령을 파면했는가

[대한기자신문 이강문 기자] 202544.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다시 한번 중대한 갈림길 앞에 섰다. 122일간 이어진 치열한 사회적 논쟁 끝에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헌정사에서 두 번째이자, 법과 절차에 따른 통치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단순히 개인의 정치적 실패에만 있지 않다.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 스며든 지나친 우경화의 흐름이 낳은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집권기 동안 반복적으로 나타난 극단적 보수 성향의 정책 방향, 권력의 배타적 운영, 그리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식의 국정 스타일은 국민과의 거리감을 더욱 벌려놓았다.

 

권력 집중과 견제의 실종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특수한 이력을 지닌 만큼,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통치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법치라는 단어는 어느 순간부터 특정 세력에 대한 정치적 응징의 도구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검찰 조직이 국정 전반의 조정 기제로 활용되며, 권력의 균형은 심각하게 흔들렸다.

 

입법부, 사법부, 심지어 언론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며, 통치 권한은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민주주의의 본질인 권력의 분산상호 견제라는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시켰다. 국민이 파면을 선택한 근저에는 바로 이 같은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깔려 있었다.

 

역사 인식과 외교 실패

 

외교 정책 역시 거센 비판의 중심에 섰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에 대한 배상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주는 조치는, 과거사를 잊지 않겠다는 국민 다수의 감정과 충돌했다. 유네스코 강제노역 사안에서의 소극적 대응,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정부가 나서서 안전을 홍보하는 행위는 국가의 자존심을 건 외교가 아닌, 굴욕적인 굴종 외교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교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역사와 정체성, 국민적 감수성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국민 여론보다 외세의 입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완된 역사 인식은 곧 정부의 정당성을 흔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갈등 정치와 국민 피로감

 

더 큰 문제는 사회적 갈등을 통치의 자원으로 삼았다는 데 있다. 통합보다는 편 가르기, 공감보다는 낙인찍기를 반복하며 국정은 점차 분열의 정치로 흐르기 시작했다. 일부 종교 세력과의 밀착, 근거 없는 외부세력 개입설 확산, 비판 세력에 대한 과도한 공격은 국민을 지치게 만들었다.

 

중산층과 서민층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부동산, 물가, 노동 문제 등 민생 현안에 대한 체계적인 해법은 실종됐다. 노동자에 대한 탄압, 복지 축소, 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사회안전망을 약화시켰으며,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크게 이탈시켰다.

 

대통령 파면이 남긴 것

 

이번 파면은 단지 헌법적 절차의 완성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 스스로 민주주의의 방어자임을 선언한 사건이며, 권력의 한계를 다시 명확히 설정한 일대 전환이다. 과거 2017년의 탄핵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이번 결정은 국민 주권의 현실적 힘을 증명했다.

 

보수 진영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정권 실패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한 자기 성찰이다. 극단화된 언어, 반공 이데올로기의 과잉 소비, 외세 추종적 외교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진정한 보수는 국익을 지키고, 사회를 안정시키며, 책임 있는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

지금의 보수 정치가 이 기준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야말로, 향후 재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다시 묻다

 

이번 대통령 파면은 정권의 몰락이자, 국민의 정치 성숙을 보여주는 계기다. 우리는 이제 다시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떤 리더십을 원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국민이 요구한 것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정치, 통합의 리더십, 책임 있는 정부다.

 

진정한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제도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 시민의 감시, 언론의 비판, 정치인의 겸손이 함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교훈은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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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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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이창호 칼럼] 씁쓸한 교훈, ‘지나친 우경화’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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