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관 '다의적 해석' 격론, 이례적 속도·'떠넘기기' 비판도...
[대한기자신문 이병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대선을 목전에 두고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금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대법원은 원심(2심)의 무죄 판단에 법리적인 오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으며, 파기환송심 첫 공판 기일이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관계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느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내용의 진위였다.
대법원은 특히 김문기 처장 관련 발언 중 이 후보가 "조작됐다"고 언급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다수의 대법관은 이 발언이 문법 구조나 전체 맥락에서 볼 때 '김 처장과의 관계를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조작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며, 유권자가 허위라고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흥구, 오경미 두 대법관은 소수 의견을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해당 발언이 '상대방이 사진을 공개한 방식이 조작되었다'는 의미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다의적' 표현이라고 보았다.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정치인의 발언까지 허위사실로 처벌하게 되면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어 민주주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며, 무죄 취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전체 85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 중 절반 가까이가 이러한 소수 의견으로 채워질 만큼 대법관들 사이의 법리적인 공방이 치열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원심이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발언이 나온 배경과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와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판결이 나왔다는 시각도 있고, 대법원이 최종 판단의 부담을 하급심으로 '떠넘겨' 대선 국면에 혼란을 더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 이 후보의 다른 선거법 사건과 비교하며 '판례 역주행'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법관들의 뚜렷한 의견 대립과 소수 의견의 비중이 높다는 점 역시 이번 결정이 단순한 법리 적용을 넘어선 민감한 사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7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단 9일 만에 검토하고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며, '결론을 정해놓고 절차를 맞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사법의 정치화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헌법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명시하고 있고, 대선 후보에 대한 체포·구속 제한 규정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이전에 결론이 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이 시점에 판결을 내린 것은 사법이 정치의 기류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신 정권 시절의 긴급조치나 인혁당 사건, 최근의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이 정치와 결탁하며 남긴 상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 후보와 민주당뿐만 아니라 전체 대선 판세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 그리고 그 결과가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따라 앞으로의 대선 구도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유권자들 모두 파기환송심 진행 과정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은 단순히 법원의 판단을 넘어, 선거 기간 동안 정치인의 발언을 어디까지 법적으로 규제할 것인지,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의는 상황이 아닌 원칙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사법부가 그 결정을 통해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 법의 권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시민단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민생경제연구소 공동법률위원장인 이제일 변호사는 3일 서울의소리,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연구소 명의로 조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사법이 정치에 편승했던 과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사법부가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여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정의는 정치의 손이 아니라 헌법의 이름으로, 국민의 상식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번 결정을 통해 더욱 강하게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