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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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고려대 명예교수

탕 같은 찌개

 

 김봉구/ 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음식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전통적으로으로 분류되나 후자의 국이라기보다는 전자의 찌개를 일컫는다. 먹는 사람에 따라서는 갱 탕 모두를 포함한다.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발효시킨 것을 원료로 만든다. 조선 시대 이후 사람들이 즐겨 먹었으며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 알려졌다. 현대인들이 주식인 밥을 먹을 때는 이 찌개는 없어서는 안 될 기본음식이다. 항상 잊지 않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그 맛은 우리 음식에 모두 들어가는 원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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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밥을 먹는다. 가장 기본적인 반찬이 된장찌개 등갈비 찜 김치 등 세 가지이다. 밥을 먹을 때 습관적으로 국물이 있는 이 찌개를 찾는다. 몇 번을 끓이고 데워서 따끈 따끈한 것을 선호한다. 이 세 가지 기본 반찬에 추가하여 전문 가게에서 구입한 밑반찬 대 여섯 가지를 추가한다. 여덟 가지의 반찬이 이상적이라는 전해 내려오는 말에 따르고 있다. 아침 식사는 삶은 달걀 떡 1/4팩 바나나 한 개를 먹는다. 점심은 닭죽 한 팩이나 팟빵 하나로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쓴다. 기본 반찬 세 가지를 만들 때는 모든 정성을 다 쏟는다. 좋은 자료를 엄선하고 양념을 많이 넣어야 제맛을 내므로 세심할 수밖에 없다. 손수 만든 김치와 마찬가지로 재료와 양념 조리과정이 반찬의 맛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상식을 토대로 나는 무턱대고 찌개를 만들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문제는 골프장에서 꼬막이 들어간 된장찌개를 먹은 그 맛에 매료되어 시도한 데서 비롯된다. 꼬막을 1kg을 사 와서 소금물에 4시간 담가두면서 뻘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그 후 된장 꼬막과 각종 채소를 넣고 끓였다. 여러 종류의 많은 양의 채소와 양념 등을 넣어 끓이려고 했다. 끓이기 시작해서 40분이 지났을 때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꼬막을 삶은 후 껍질을 벗기고 내용물을 깨끗하게 씻어서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실패를 깨닫고 즉시 인터넷 검색으로 백종원의 찌개 끓이기를 본 후 실천에 옮겼다. ‘된장지개 끓이기는 애호박이 익는 순간에 불을 꺼야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재료의 종류 못지않게 질이 중요하다. 재료는 애호박 양파 감자 청양고추 홍고추 느타리버섯 두부 등이다. 멸치와 다시마는 맛국물을 만드는 재료다. 양파와 마늘은 보통 안 넣지만 나는 면역력을 생각해서 포함한다. 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쇠고기나 어패류를 손질해서 넣기도 한다. 찌개 끓이는 데는 생각보다 재료가 단출한 편이다. 고유한 맛과 찌개의 감칠맛을 고려하면 재료의 수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끓이는 방법은 맛국물을 내는 과정과 재료를 넣고 끓이는 단계로 나누어진다. 준비과정이 꼭 필요하다. 찌개 끓이는 물은 철저히 맛국물을 활용한다. 멸치 다시마를 넣고 국물이 우려 나오도록 끓인다. 어패류를 넣을 때는 조개 꼬막 등이 뭍에서 자라기 때문에 뻘을 제거하기 위해 끓이고 껍질을 벗긴 후 내용물을 깨끗하게 손질해야 한다. 맛국물이 준비되면 거기에 된장을 풀고 끓이기 시작하면서 준비된 재료를 넣는다. 너무 오래 끓이면 채소가 녹아버리게 되므로 호박이 익었을 때 불을 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재료로 시래기를 넣을 때는 낮은 불로 오래 끓여야 한다. 두부는 나중에 넣고 센불로 잠시 끓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식도락가의 매뉴 선택은 참고할 만하다. 새로운 음식점에 들어갔다. 먹을 음식을 고르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다양한 음식이 있지만 각 각의 맛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된장찌개를 선택한다. 우리 음식 중에서 가장 기본이어서 어디를 가나 된장찌개의 맛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된장은 간장 고추장과 더불어 우리의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발효식품이 아닌가. 국물이 있으며 그 맛이 입에 딱 맛는 이유는 기본적인 찌개에 길들여 져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매일 먹는 데 유의할 점이 생각난다. 된장은 우리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항산화 작용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어서 암 질병 노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짠 음식이어서 나트륨 과다섭취로 인하여 고혈압 심장병 뇌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문뜩 떠오른다. 원래 된장은 콩으로 만들기 때문에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짠 음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매일 먹기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감자 등 채소를 많이 넣는 것이 좋아 보인다. 채소에는 칼륨성분이 많아 몸속에서 염분을 배출하는 기능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에 WHO 나트륨 섭취량 기준 5g(2,000mg)보다 많은 양의 소금을 섭취하고 있다. 최근년에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탕 같은 찌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글을 쓰면서 반성 아닌 후회도 해 본다. 다른 반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편식할 것 같은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섭취하는 소금의 절반은 김치 장류에서 기인 된다고 한다. 김치류가 소금 섭취량의 32%이고, 그다음이 국이나 찌개 종류로서 하루 동안 소금 섭취량의 20%를 차지한다. 놀랍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 중심의 식사를 하면서 김치와 장류의 짠맛에 길들여 진 탓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이 점에서 보면맛과 건강을 함께 챙겨야 하는 우리 식단의 딜렘마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처럼 느껴진다.

 

▼ 약력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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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김봉구 교수의 '탕 같은 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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