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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린이날 AI이미지/대한기자신문

 

[대한기자신문 김도희 박사]"국가의 수준은 그 사회의 가장 약한 존재가 얼마나 잘 살아가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동 복지를 국가 발전의 핵심으로 보는 이 오래된 명언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 숫자로 보이지 않는 국가의 품격

 

국민소득 4만 달러, 수출 세계 6, 기술력 선도국. 겉으로 보기에 한국은 분명 경제적 기준으로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이 나라의 어린이들은 행복한가?” 불행히도, 전문가로서 이 질문 앞에 우리는 쉽게 고개를 들 수 없다.

 

2023년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도는 OECD 최하위권이다. 국제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한국은 아동이 살아가기에 결코 쉽지 않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성장과 아동의 삶의 질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존재한다.

 

# 아동 행복은 사회 시스템의 거울

 

아동의 삶은 그 사회의 정책, 문화,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한다.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며 존중받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는, 곧 사회 전체의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아동이 고통받는 사회는 성인조차 안정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선진국인 핀란드·네덜란드·노르웨이 등 아동 행복도가 높은 국가는 예외 없이 무상 교육, 정신 건강 지원, 놀이 중심의 성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GDP보다 행복안전을 우선순위로 삼는다.

 

# ‘지금 여기의 시민으로서의 어린이들

 

많은 이들이 아동을 내일의 주역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무의식적인 유예의 논리다.

아동들은 미래의 시민이 아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완전한 존재이자 사회의 구성원이다. 국제사회는 이를 법적으로도 명확히 하고 있다. 1989년 채택된 UN 아동권리협약은 아이들이 의견을 말할 권리(12), 놀이와 휴식의 권리(31), 차별받지 않을 권리(2)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회에서 아동은 통제·지도·관리의 대상으로만 여겨진다.

 

아동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그들을 위한 정책이라며 일방적으로 정책을 쏟아낸다. 선진국은 이런 구조적 모순부터 바로잡는다. 존중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의 인정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아동의 현실: 성취 압박 속의 고립

 

한국 아동이 처한 현실은 심각하다. 하루 평균 공부시간 세계 최고다. 초등학생 3명 중 1친구가 없다고 응답한다. 또 청소년 자살률 OECD 1위다. 이러한 수치는 단지 공부를 많이 시키는 나라라는 것을 넘어서, 어린이의 삶 자체가 경쟁과 고립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놀이터는 사라지고, 하굣길은 학원으로 이어진다. 창의성보다 정답을 요구하는 교실, ‘자격 있는 어린이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입증의 요구. 심지어 초등학생조차 스펙을 준비하며 자라난다.

 

이런 환경에서 아동은 감정을 숨기고, 놀이를 잃고, 타인과의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에 실패한다. 사회는 아이들을 경쟁자, 투자 대상, 미래 노동력으로만 바라보며 정작 행복한 인간으로 키우는 데 실패하고 있다.

 

#진짜 선진국은 아이부터 웃는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아동이 제대로 보호받는 사회는 다른 모든 구성원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이를 중심에 두는 정책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핵심 전략이다.

 

아동 예산을 늘리고 (OECD 평균 GDP 대비 2%, 한국은 약 0.7%) 놀이와 쉼의 공간을 확충하며 부모의 일-생활 균형을 보장하는 제도적 안전망을 제공하고 어린이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제도를 갖춘다면 그 사회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먼저 웃는 나라, 그것이 진짜 강국이다

 

국가는 결국 다음 세대를 위한 공동체다.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존중받고, 마음껏 뛰어놀고, 실수할 수 있는 사회. 꿈꿀 수 있는 환경, 실패할 수 있는 여유, 사랑받을 수 있는 문화. 그것이 진짜 강한 나라, 진짜 행복한 나라의 조건이다.

 

 

필자는국가의 미래는 어린이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껏 뛰어놀며 상상하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전했다. 우리가 꿈꾸는 선진국은, 그 나라의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웃는 곳이어야 한다.

 

글 김도희 아동학박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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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특별기고] “어린이가 행복해야 진짜 선진국이다” 미래를 가늠하는 진정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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