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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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국민청원과 같은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시민도 눈에 띄게 증가
  • 지도자는 저절로 등장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키워내고, 유권자가 선택하며, 국민이 감시할 때 비로소 진정한 리더십이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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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엔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 이 말은 이제 더 이상 정치 혐오자의 비관적 푸념만은 아니다. 2023년 갤럽 조사에서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19%에 불과했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 불신은 더욱 뿌리 깊다. 정치 불신이 만성화된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집정력을 어떻게 정의하고, 또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극단적 양극화가 만든 리더십의 공백

 

지난 10여 년간 대한민국 정치는 명백한 양극화 구조 속에서 운영되어 왔다. 진영 간의 이념 대립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정치적 중립성과 일관성은 실종된 지 오래다. 2023년 정치 신뢰도 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73%어느 정당도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극단적 분열은 합리적 토론과 미래지향적 정책 설계보다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을 낳았다.

 

게다가 부동산, 노동, 기후 위기 등 국가적 장기 과제를 다뤄야 할 시점에 여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뒤집는 데 급급하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부동산 정책만 해도 다섯 차례나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국민의 삶은 실험대에 올려지고, 정치는 책임지지 않는 실험실의 주인으로 남는다.

 

과거의 강한 리더십’, 지금은 왜 작동하지 않는가?

 

산업화 시대의 리더십은 확실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통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밀어붙였고, 실제로 산업화라는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권위주의, 인권 탄압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뤄냈지만, 실질적 국정 리더십은 오히려 약화됐다. 대선마다 후보들은 비전 있는 지도자를 자처했지만, 실제 국정 운영에서는 갈팡질팡했다. 2022년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비전 제시부문에 대한 유권자 평점은 평균 2.8(5점 만점)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은 시스템이 지도자를 키우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

 

대한민국의 선거는 철저히 이미지 경쟁중심이다. 정책보다는 유명세, 감성 호소, 선동이 더 크게 작용한다. 유권자 역시 장기적 성과보다는 단기적 위기 대응에만 몰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치는 본질적인 비전 제시보다는 위기 모면형지도력만 양산한다.

 

또 한편으로 정당 구조 또한 문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 운영의 80% 이상이 특정 인물에 집중되는 1인 중심 구조다. 공천과 예산, 전략 등 핵심 의사결정은 당내 민주주의보다는 어쩌면 '정치적 충성도'에 의해 좌우된다. 집정역이 계파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언컨대 정치 신진세대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20대 국회의원은 전체 300명 중 단 3. 전문가나 시민사회 출신 정치인의 비율도 28%에 불과해, 미국(62%)이나 영국(57%)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새로운 정치인의 등장이 매우 어려운 구조 속에서 국민은 또다시 차악(次惡)’을 고르는 데 익숙해져 간다.

 

이제 변화의 씨앗은 보인다

 

그러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40대 이하 당선자의 비율이 23%까지 증가했다. SNS(social networking servic)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청년층도 급속히 늘고 있다. 실제 2023년 기준 청년 유권자의 68%SNS를 통해 정치 정보를 접하고 있으며, 요컨대 국회 국민청원과 같은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시민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디지털 세대의 참여는 기존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진정한 리더십의 발견은 우리 모두의 책임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형태의 리더십, 영웅형 정치인은 사라졌을 수 있다. 그러나 변화된 사회에서는 소통, 투명성, 협업 능력이라는 새로운 리더십 기준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정치 시스템과 유권자가 얼마나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2023년 한국리더십센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6%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권자 스스로 정치인을 '평가'하고, 정책 이행 여부를 점검하며, 정당의 공천과 운영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요원하다.

 

이제 진정한 지도자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도자는 저절로 등장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키워내고, 유권자가 선택하며, 국민이 감시할 때 비로소 진정한 리더십이 형성된다. 대한민국 정치에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면, 그것은 정치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제는 지도자를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진정한 리더십을 만들어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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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기획칼럼] 대한민국에 진정한 지도자는 왜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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