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기 정부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 ❚ 국민이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선다 정책 제언 ⑫
▲ 김한준 박사 【평생교육,Life-Plan전문가】
[대한기자신문] 서울 명동의 상가 공실률이 50%를 넘었다. 광화문도 20%를 상회하며, 수도권 주요 상권 대부분이 위기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2024년 2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8%, 소형 상가는 8%를 기록했다. 수요는 줄고, 임대료는 떨어지며, 골목상권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자영업자의 신용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같은 해 말, 3개월 이상 연체로 등록된 ‘신용유의자’ 개인사업자만 14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경기침체의 결과가 아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2021년 이후 급증한 상가 공급,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위기다. 더욱이, 자영업자의 폐업 증가와 임대인의 수익성 악화가 맞물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전방위적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시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다. 그 첫 출발은 공공상권 자산화에 있다. 지자체가 장기간 공실로 방치된 상가를 매입해 공공 자산으로 전환하고, 이를 '사회적 공유상권' 형태로 재구성해야 한다. 저렴한 임대료 기준을 설정해 청년 창업자, 지역 기반 소상공인이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상권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의 ‘상권 관리조합’ 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자영업자, 건물주, 행정기관이 협력해 매출과 손실을 공동 관리하는 체계 구축도 고려할 시점이다. 단순한 개별 점포 단위 지원이 아니라, 상권 전체의 순환 구조를 복원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정보 관리 체계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현재 관련 데이터는 민간에 흩어져 있고, 실거래 가격이나 공실 현황조차 파편화돼 있다. 국토부나 국토연구원 주도로 공공·민간 자료를 통합한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상가 가치, 공실 흐름, 수요변화를 분석해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동시에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임대료 상한제를 시범 도입해 상권 내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차단할 필요도 있다.
법률적인 보완도 시급하다.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권리금 회복 장치 강화, 퇴거 시 보상제 도입 등 임차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장기간 공실 상태의 상가에 대해선 공실세 도입을 검토해 임대인을 자극하고 상권 회복을 유도하는 유인 장치를 설계할 수 있다.
차기 정부는 이런 구조적 대안을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 가능한 전략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첫째, 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골목상권분석 서비스’처럼 각 지역 상권의 특성과 수요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별 맞춤형 정책을 적용하고, 과잉공급 지역에 대한 신규 인허가 제한 등 지역단위 관리방식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공공과 민간의 협력체계를 상설화해야 한다. 상권 관리조합 도입과 더불어, 민간 부동산주와의 협약을 통해 일정 기간 공실 점포를 창업 실험 공간으로 전환하는 등 공공-민간 파트너십 모델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데이터 기반 정책의 정착이 절실하다. 정부는 단기 사업 성과보다, 공실률 변화, 임대료 추이, 점포 생존율 같은 체감 지표를 중심으로 정책의 효과를 점검하고, 이를 통해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생계형 전환 설계 패키지를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정리자금 지원이 아닌, 폐업 이후의 부채조정, 재훈련, 재취업까지를 포괄하는 생애 전환형 지원체계로 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정신건강 지원과 심리 회복까지 연결된 통합 지원이 절실하다.
텅 빈 상가는 단지 건물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고용, 소비, 공동체 관계망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다. 이제 공공은 단기적 지원에 머물지 말고, 상권의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 정부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은‘보고서용 계획’이 아니라,‘살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운영자는‘면피성 집행’이 아닌‘현장 책임’의 태도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고통의 현장을 걸어본 자만이 설계할 수 있다”는 말처럼, 상권 회복도 회의실이 아닌 골목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이 그 결단의 시간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교육·경영·생애설계 분야 전문가.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강의와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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