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1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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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구 당선자는 고려대 졸업하였다. 미국 미주리대 자원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고려대 교수, 학생처장, 노동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교려대학교에서 정년퇴직하고 명예교수로 있다

산제

 

 김봉구/ 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맑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학교에 모여 전국의 명산을 찾아 장거리 등산 여행을 떠난다. 같은 직장에서 함께해온 새내기 직원에서부터 원로 대학원장까지를 포함한 2080 산우회원 단체다. 12일 행사에 학교 버스 이용으로 비용이 들지 않아서 단체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현지 산속에서 산제를 지내고 숙박지에서 바비큐 파티를 한다. 산우회의 밤은 캠프파이어와 함께 밤새도록 이어진다. 한없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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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원정등반 행사가 있는 날이다. 안암산우회는 K대 교직원의 등산모임으로 발족한 이래 매월 2회씩 산행을 한다. 일 년에 두 차례 5월과 10월에 산행이 있는 날을 택해서 전국의 명산을 찾아 나서는 대회다. 대학은 이 행사를 위해 학교 버스를 지원하고 있다. 산우회 회원은 2080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다수의 여성회원도 있다. 회원들은 하나같이 등산과 여가활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남다른 정서적 여유를 갖고 있음이 풍기기도 한다. 이번 행사는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데도 차질없이 진행된다.

출발을 위해 오전 7시에 모이면 누구나 얼굴에는 만면의 웃음을 띠면서 산행을 기대한다. 버스에 탑승하면 간사가 산행목표와 관련한 일정표를 나누어 주고 설명한다. 버스로 이동 중에 백설기와 물 약간의 간식거리를 돌린다. 고속도로 교통편을 소개하고 휴게소에 들르는 일과 점심 식사 메뉴까지 알려준다. 일정표 준비가 철저해서 어떠한 불편도 제기되지 않는다. 행사내용으로는 첫날은 현지 도착에 이어 산제山祭를 지내고 숙소에서는 만찬 바비큐 파티에 이어 산우회의 밤은 캠프파이어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대화를 진행한다. 원로교수와 가족들은 별도의 실내 모임을 갖기도 한다. 둘째 날은 등산에 이어 가볼 만한 지역을 방문한다.

산제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 산세가 수려하고 큰 나무가 있는 장소에서 진행한다. 먼저 제관들은 유건 도포 행대를 착용한다. 산우회기를 세우고 엠불럼을 가로줄에 매달아 양쪽 나무에 고정한다. 제상은 현지에서 빌려와서 제단을 만들고 청소를 한다. 준비해간 제물을 차례로 제상에 올려놓는다. 술잔과 수저를 놓고 과일은 홍동백서 순으로 진열하고 어물과 육류는 되지 머리로 가늠한다. 그리고 떡을 제상에 올린다. 촛불은 켜지 않는다. 제사는 헌관이 제단 앞에 서면 좌집사 우집사 축관이 정장한 채 서고 회원은 모두 참사자가 된다. 산신령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므로 절차는 향을 피우고 산신령에게 절을 올린다. 강신 참신에 이어 술과 음식을 올리는 헌작과 독축으로 신령님께 인사하고 제사를 마무리한다.

축문은 세월이 흘러 2020년 시월 십오일 산우회장은 고합니다. 산신령이시어 우리 회원을 늘 지켜주시고 보살펴 주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제사를 올립니다. 산신령님께서는 잠시 쉬시면서 삼가 술과 음식을 두루 흠향하소서.”로 간단하다. 특히 놀라운 점은 준비를 맡은 직원들은 사전에 도포를 세탁해서 가져오는 모습이나 제물 준비에 쏟는 정성이 돋보인다. 깃발이나 엠블럼을 정성스럽게 보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안암산우회는 산제를 정성스럽게 지내온 결과인지는 몰라도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원들에게 산행 도중에 어떠한 사고도 없었던 것을 긍지로 삼고 있다. 다행이다.

이번 장거리 등반행사는 매우 감격스럽다. 불가능했던 버스 이용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총장이 산우회 행사에 학교 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직원들이 놀러 가는데 학교 버스를 이용하다가 사고라도 발생하면 책임 문제가 따른다는 논리였다. 산우회장을 맡고 있던 나로서는 이 문제해결을 위해 관리처장을 통해 총장을 설득하는 방법을 택했다. 버스운행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 보험회사가 책임지는 것이지 탑승자 책임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노조파업으로 대학원 업무가 마비되었다. 입시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때 골프대회에 참석한 교수회원 30명이 조교를 동원해서 전산 입력하고 성적처리를 하여 대학원 입시업무를 정상화한 경험이 있다. 마찬가지로 산우회는 노조파업에 따른 행정업무 마비 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숙박하는 곳으로 이동하여 바비큐 만찬 파티를 하고 산우회의 밤 행사가 이어졌다. 40여 명이 참석하는 파티는 성대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미각을 돋우는 가운데 풍성한 음식이 마련되었다. 분위기가 고무되면서 식음을 즐기는 모습과 흥겨운 대화가 어우러져 모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음껏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계속 이어진다. 즐거운 파티가 계속될수록 내일도 오늘같이 좋았으면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 만든다. 이 파티가 끝나고 캠프파이어 주변으로 모여 앉기 시작한다. 산우회 밤의 하이라이트이다. 중장년층과 젊은 그룹이 중심이 되어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이어간다.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에 쏟는 열정은 새벽 4시까지 계속된다. 얼마나 재미있으면 그렇게 신나게 놀았을까.

다음 날의 등산에 이은 관광지 방문은 여유로웠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삼삼 오오로 이동하면서 나누는 대화였다. 전날 밤에 나누었던 대화와 즐겁게 보낸 시간을 회상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귀경길이 혼잡을 이루어 정체되거나 지체될 때도 있지만 그날은 무사히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고 해산했다. 행사가 끝나면 부장이 수고한 대원들에게 뒤풀이로 위로하기 때문에 회원들 간에는 항상 우정이 흘러넘치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등산복을 차려입고 장거리 여행에 이어 현지 산속에서 산제를 지내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맛보았다. 다음 날 산행을 하면서 신체적 쾌감을 한껏 누렸다. 직장에서 단체 친목 활동은 상호유대를 강화하고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느낀다. 내년 오월 신록의 계절이 오면 오늘과 똑같이 남쪽 바다가 있는 곳까지 멀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김봉구 약력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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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김봉구 교수의 '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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