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진정한 ‘공감’을 위한 조건
◇공감은 왜 어려운가
"남자는 금성에서, 여자는 화성에서 왔다"는 말은 이제 고전이 된 심리학 도서의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이 말처럼 우리는 종종 성별이나 성격,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힙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은 감정에 공감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반대로 어떤 이들은 해결책보다는 감정을 나누는 데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힘들었겠어"라는 말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거나, 반대로 "너무 속상했겠다"며 감정을 끌어안지만 정작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공감은 단순히 "느낌을 같이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공감은 상대의 신호를 읽어내는 능력, 그리고 그 세계를 함께 상상하는 섬세한 기술입니다.“공감은 상대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읽는’ 기술이다.”
◇진정한 공감의 3가지 조건
▪︎감각의 예민함
공감의 출발점은 ‘관찰’입니다. 말투, 표정, 손동작, 목소리의 떨림 등 사람은 말보다 많은 메시지를 비언어적 신호로 전달합니다.예를 들어, 누군가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눈빛이 공허하거나 어깨가 축 처져 있다면, 우리는 그 ‘괜찮음’이 진짜가 아님을 눈치챌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감이란 결국 말 속의 침묵을 듣는 능력입니다.
▪︎디테일에 대한 집중력
진짜 공감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상상력에서 나옵니다."회사에서 힘들었겠다"는 말은 위로 같지만 피상적입니다. 반면,"PPT 발표 전날 밤을 새우고, 발표 전 그 조용한 긴장감 속에서 마음이 조급했겠구나" 이런 식의 디테일은 상대의 경험에 진짜로 다가가는 표현입니다. 필자는"디테일은 공감의 깊이를 결정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성과 감성의 균형
논리만 앞세우면 공감은 딱딱해지고, 감정만 강조하면 흐릿해집니다. 공감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남성의 경우, 문제 해결 본능보다 먼저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힘들었겠다"는 감정의 ‘인정’이 우선돼야 합니다. 여성의 경우, 공감의 감정 속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뭐였어?" 같은 구체적 질문을 던짐으로써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성별 차이를 넘는 공감의 기술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공감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그 차이를 ‘갈등’이 아니라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남성(금성)의 공감법
해결책을 바로 제시하기보다는, 우선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 경청이 중요합니다.상대의 감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분석하고 정리해주는 방식도 공감의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예: "당신의 감정이 처음엔 놀람이었다가, 점점 분노로 바뀐 것 같아."
▪︎여성(화성)의 공감법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동시에, 상대의 감정을 구조화해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예: "네가 말한 걸 정리해보면, 그 상황에서 가장 억울했던 건 무시당한 느낌이었구나." 이처럼 상호의 스타일을 이해하면 공감은 더 이상 충돌이 아닌 연결의 다리가 됩니다.
◇ 공감이 실패하는 순간들
우리 모두 공감한다고 믿지만, 종종 오히려 공감을 방해하는 말들을 합니다.▪︎흔한 오류들 "나도 그런 경험 있어" →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전환시키는 실수"잘 알겠어" → 상대의 감정을 서둘러 일반화하며 무디게 만들기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그런 느낌을 받았다니 이해가 돼.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까?" 이렇게 열린 질문을 통해, 상대가 마음을 더 열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공감은 함께 성장하는 기술
공감은 선천적인 성격이 아니라, 꾸준한 훈련과 관찰의 결과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3초 멈추고 반복하기
"정말 화가 났구나." 상대의 말을 되새겨주는 이 간단한 반복이 관계를 따뜻하게 만듭니다.
▪︎디테일한 질문하기
"그 순간에 가장 힘들었던 감정이 뭐였어?"상대의 경험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언어적 신호 관찰하기
팔짱을 끼거나, 눈을 피하거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면 그것이 바로 감정의 ‘신호’입니다. 또 필자는"진정한 공감은 상대의 세계에 잠시 머물며, 그곳의 풍경을 내 발로 걸어보는 용기다."라고 했습니다.
단지 공감은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이 아니라, 더 나은 관계와 더 깊은 이해로 가는 지혜의 기술입니다.
글: 이창호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겸 中허베이 미술 대학교 종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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