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1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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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구 수필가는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준비된 말

 

 김봉구/ 수칠가, 고려대 명예교수

 

우리는 모임이나 행사에 참석하면 인사말 축사 또는 격려사를 요구받을 때가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이다. 손사래를 치면서 완강히 거부하는가 하면 사전에 부탁을 알려주어야지 또는 매우 당혹해하는 경우 등이다. 원만하고 멋진 사회생활을 하려면 거절하기보다는 맡아서 성의껏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반응은 평소에 경험이 없었던 데에 기인한 것 같다. 본질적인 문제는 많은 사람이 그저 생각 없이 지내다 보니 행사의 인사말이나 축사 등에 대해 준비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김봉구 신.jpg

 

지인 중에는 무역회사를 오랫동안 경영한 사장이 성격이 활발하고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분이 있다. 그는 향우회 회장을 할 때의 연설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저의 대학 학장도 적극적이고 활동적인데도 불구하고 행사에서 인사말을 할 때는 잼뱅이다. 또 한 분이 있다. 그는 학장을 지냈고 국립대학의 총장을 역임할 정도로 명성이 높은 분인데 그의 제자 결혼식 주례를 들으면서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최군이 집에 와서 언제 결혼식을 하게 된다면서 나에게 주례를 부탁한 적이 있다. 그는 나에게 배웠다고 하는 데 나는 기억이 없다.”는 것까지도 주례사에 포함되었고 결혼해서 잘 살아가라는 언급조차도 없이 주례사를 끝냈다.

위 사례의 공통점은 연설하는 내용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는 데 있다. 여러 사람 앞에 서면 어떤 내용을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무엇을 강조할지를 숙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연설문을 준비하고 경험을 쌓아야 연설을 잘 할 수 있는 것이지 처음부터 인사말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학생들 앞에서 강의도 마찬가지다. 강의 내용을 철저히 준비한다. 많이 생각하고 글로 철저히 준비하는 것 만이 인사말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준비된 말의 표준은 네 가지 인사법이다. 인사 감사 찬사 헌사이다. 인사말은 행사에 모인 사람들에게 안녕을 묻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 사이에 존중과 호감을 표현하는 데 역점을 둔다. 이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확립하고 두터운 신뢰를 형성하는 데 의의가 있다. 어떤 내용의 인사를 하느냐에 따라 모인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사람의 의미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인사말은 사람들 사이의 존경 배려 우정을 느낄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감사 인사는 후의와 성원에 대한 감사함의 표현이나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마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귀한 시간과 노력에 감사합니다.

찬사는 업적을 높이 평가하여 칭찬하는 말이나 글이다. 현대인들은 칭찬에 대하여 인색한 편이다. 속담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받은 최고의 찬사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항상 나는 네 곁에 있잖아라고 말해 주었던 것이다. 개인을 칭찬할 때 찬사를 보냅니다라고 말한다. 칭찬과 격려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긍정적인 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찬사도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헌사는 저자가 지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바친다는 뜻을 적은 글이다. 책을 축하하거나 찬양하는 의미로 바치는 글이기도 하다.

축사는 축하와 격려의 뜻을 담은 연설이다. 축사의 내용은 축하할 대상자들에게 진정한 축하의 뜻을 전달한다. 축사할 때는 짧고 간결하게 하며 예의를 갖춰 정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 축하를 받을 사람과 참석자 모두에게 감명을 줄 수 있게 축사를 하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축사의 마지막은 이 멘트로 끝내면 좋다.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또는 멋진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응원합니다.

격려사는 축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멘트가 중요하다. 그래서 체육대회나 학술세미나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인사다.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데 대한 힘을 불어넣어 주는 동기가 필요하다. 격려사는 자신을 소개함으로써 청중들에게 신뢰와 호감을 줄 수 있다. 격려사를 할 수 있게 해준 데 대하여 특별히 감사의 말을 추가해도 괜찮다. 그러면 참석자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모임의 성격에 맞게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는 것도 좋다.

주례사는 결혼하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가족 친척 친지 내빈이 참석한 자리에서 양 가족의 결합과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의미가 대단히 크다. 주례는 신랑 신부에게 결혼생활에서 지켜야 할 가치인 신뢰 존경 사랑을 이야기한다. 신뢰는 두 사람 간의 믿음으로, 존경은 서로가 우러러보고 어렵게 대하여야 하며, 사랑은 두 사람이 모든 것을 상대에게 바치는 행위이다. 주례는 신혼부부에게는 결혼생활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자녀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룩할 것을 요구한다. 참석한 내빈들에게는 그들의 약속에 대한 증인임을 선언해 둔다.

준비된 말은 인사 감사 찬사 헌사에 녹아있다. 실제 사회생활에서는 크고 작은 모임에서 인사말 축사 격려사 주례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깊이 생각해보고 글로 연설문을 작성하고 발표 연습도 해 두자. 그래야 품위 있는 준비된 말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유비무환이다.

 

김봉구 약력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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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김봉구 교수의 '준비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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