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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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정부에 바란다 ③] 지방소멸 위기, 해법은 청년이 꿈꾸는 ‘살 만한 삶’에 있다
  • “지방소멸 대응은 청년이 원하는 삶의 조건을 지역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구조적 전략으로 전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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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박사평생교육,Life-Plan전문가

"지방은 좋은데, 살기는 어렵다.“

많은 청년들이 이렇게 말한다. 거주비는 저렴하지만, 일자리도, 문화도, 연결도 없는 삶은 청년에게 미래가 아니다. 저출산·고령화·인구감소라는 ‘3중고에 시달리는 지역사회는 이미 인구지진(agequake)’의 초기 진원지로 진입했고, 그 여파는 도시 기능뿐 아니라 교육, 경제, 의료, 커뮤니티 기반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2024)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30(57%)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청년 인구가 급감한 지역이다.

 

지방소멸은 곧 지역경제의 몰락이며, 국가균형발전의 붕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연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하고, 기업 유치를 위한 기회발전특구, 관광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 투입이 실제로 청년의 삶을 바꿨는가? 현실은 수도권 집중이 여전히 심화되고 있으며, 정작 기금은 파크골프장이나 조형물 설치에 소진되는 등 청년의 삶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청년이 여전히 실종돼 있다는 점이다.

 

청년이 원하는 지역은 어떤 모습인가?

정주와 이동의 선택권을 갖고,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곳이다. 지방소멸 대응은 결국 청년이 원하는 삶의 조건을 지역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구조적 전략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청년이 주도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를 공급하는 방식은 지속 불가능하다. 대신 지역 기반 창업, 디지털 산업, 크리에이터 생태계 등 청년이 주도할 수 있는 로컬 혁신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성과가 아니라 지속성에 기반한 장기 정착형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일본 시마네현 오키섬에서는 청년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섬학교 프로젝트를 운영해 인구 유출을 성공적으로 막고 있다.

 

둘째, 청년 맞춤형 주거 생태계를 확대해야 한다.

지역 내 유휴건물을 리모델링한 공유주택, 창작형 커뮤니티 하우징, 1인 가구 공동생활형 플랫폼 등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청년창업농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단순한 저가주택 제공을 넘어 공동체 기반 주거를 실험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셋째, 지역의 문화·예술·디지털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청년은 단지 일자리를 좇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 존재다. 전북 완주군은 로컬 크리에이터와 연계해 공공도서관을 창작 거점으로 재편했고, 이 공간은 청년들의 디지털 콘텐츠 창작과 교류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이야말로 청년에게 살고 싶은 지역을 가능케 한다.

 

또한 지역행정은 청년을 위한 적극행정으로 전환돼야 한다. 불필요한 공모주의, 비효율적인 예산 설계, 보여주기식 사업은 이제 멈춰야 한다. 청년 정책은 일자리 개수보다 삶의 질, 정주율보다 자율성을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 사람에 투자하는 행정, 관계 기반의 정책, 실패를 견디는 시스템이야말로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힘이다.

 

무엇보다 정책의 단절성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대학, 민간기업, 시민사회가 연계된지역청년 상생협력 플랫폼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청년이 단지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주체로서 기획하고 참여하며,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지방소멸은 단순히 행정의 몫이 아니다. 그것은 청년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선택은 감동에서 나오고, 감동은 삶의 가능성에서 나온다. 청년이 다시 돌아오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언이 아닌 설계, 제도가 아닌 실행,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지역은 없다. 청년이 다시 돌아오는 지역이 있을 뿐이다. 그 가능성은 이제 새 정부의 상상력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


/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교육·경영·생애설계 분야 전문가.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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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김한준 박사의 정책 제언】 청년이 꿈꾸는 지역,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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