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을 보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청년과 함께 나라를 설계하는 사회로
▲김한준 박사【평생교육,Life-Plan전문가】
“성공보다, 생존이 먼저입니다.”
서울 외곽의 반지하에서 셋방을 전전하던 28세 청년 J씨는, 하루 두 곳의 단기 알바를 전전하며 구직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꿈은 접었고, 지금은 내일 전기세 걱정이 먼저예요.” 청년이 미래의 주역이라는 말은 이들에게 사치처럼 들린다. 지금 한국의 청년은, 포기한 것만큼 성숙해지고, 잃은 것만큼 냉소적이다.
2024년 현재, 청년 세대는 ‘4고(高)’-고물가, 고금리, 고주거비, 고용불안-라는 무게에 짓눌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주거비 부담률은 평균 소득의 35%를 초과하고, 고용률은 전체보다 13% 낮으며, 비정규직 비율은 45%를 넘는다. 청년에게는 ‘독립’이 아닌 ‘생존’이 먼저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은 전체의 30% 이상이며, 10명 중 6명은 “정책에 기대가 없다”고 답한다. 청년들이 느끼는 구조적 위기는 수치로도 분명하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청년 기본소득 도입과 공공임대 확대, 청년 전담부처 설치 등을 공약했으며, 국민의힘 후보는 일자리·주거·창업 지원 확대를 강조했다. 개혁신당은 정치 참여 기회와 복지 강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대부분 공약이 단편적이고, 정책 간 연계나 실행 계획이 부족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현 정부에서도 청년정책은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고,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실질 권한은 미비하다. 부처 간 칸막이와 단기 이벤트성 사업이 반복되며, 청년들의 체감도는 낮다. 이는 정책 집행자가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고, 성과 지표조차 관리되지 않는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다. 단 한 번의 정책 실패가 청년에게는 ‘생애의 좌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정책은 어떤 영역보다도 정교하고, 예외 없이 실현돼야 한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핀란드는 청년 공공임대를 국가가 직접 공급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통해 소득 대비 부담률을 20% 이하로 유지한다. 독일은 구직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실험(BGE)을 추진 중이며, 싱가포르는 30세 이하 청년을 위한 ‘청년의회’를 운영하여 모든 법안에 청년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제도화했다. 이들은 청년을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의 공동 기획자’로 보고 있다.
새 정부가 청년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선언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실행 안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청년 소득 보장제 도입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기존의 청년수당이나 구직급여는 신청의 번거로움, 조건의 까다로움으로 실제 수급률이 낮다. 기본소득 형태의 현금 지원을 지역 단위별로 시범 도입하고, 사회진입기(만 19~29세)에 해당하는 청년에게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재정 안전망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예: 청년기본법) 개정과 국비-지방비 매칭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공공임대와 주거 바우처를 병행해야 한다.
전국 대도시에 ‘청년 역세권 주택’ 유형을 신설하고, 건설형과 매입형 공공임대를 병행해 주거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임차 청년에게는 월 20~30만 원 수준의 주거 바우처를 지급하여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 이는 단순한 주택공급이 아니라, 청년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 마련 정책’이 되어야 한다.
셋째, 청년정책 전담부처 설치 또는 청년대표기구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청년의 정책 참여를 제도화하려면, 대통령 직속 기구로 ‘청년정책기획처’를 신설하거나, 국무총리 산하의 ‘청년의회’를 법제화하여 주요 국가 의제에 청년이 공식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지 조직 신설이 아니라, 정책 결정 구조의 세대교체이자, 책임 정부 실현의 출발점이다.
청년은 더 이상 ‘미래의 주인공’이라는 상투적인 말로 위로할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의 주체이며, 정책이 외면하거나 실패했을 때 가장 크게 상처받는 집단이다. 청년정책은 감성으로 포장될 수 없다. 숫자와 제도, 계획과 책임, 그리고 철저한 실천이 요구되는 분야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전환을 이루려면, 청년을 보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청년과 함께 나라를 설계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가능성 세대’가 웃을 수 있는 진짜 대한민국의 시작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교육·경영·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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