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교수는 고려대 졸업,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그럴 수가
김봉구/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우리는 과거에 종합병원을 선호했다. 의료기술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임플란트 수술은 수명연장에 크게 기여 한다. 나는 대학병원에서 인공치아 두 개를 심었는데 다른 병원에서 다시 수술받기도 했다. 그때 수술 중에 드라이버를 삼키는 경험까지 하게 되었다. 나의 불운과 의사의 경험 부족 합작품이었다. 치과 진료는 빈번한 방문을 요구해서 불편하다. 최근에 기술향상으로 말미암아 동네치과의원으로 옮기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동네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받고 있어서 편리하다.
임플란트란 이빨을 심는 것을 말한다. 인공치아다.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은 많은 장기 교체가 가능해져서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 인공치아는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칫솔 발명이 인간 수명을 연장하는 대표적 의료기기라고 평가했던 적도 있다. 기술발전의 특허 초기에는 그러했다. 10년 전 만 하더라도 임플란트 수술은 대형 종합병원에서나 가능했으며 그 비용도 엄청났다. 기술발전이 보편화하면서 동네병원에서도 수술이 가능하게 되고 그 비용은 대폭 줄어들었다.
수술 중에 나는 드라이버를 삼키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대학병원에서 오래전에 임플란트 수술 과정에 발생했지만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하고 크게 한탄했다. 담당 의사의 기술 부족에 기인한 것인지는 몰라도 임플란트 두 개를 하고 3년이 채 안 됐을 때 흔들려서 뽑게 되었다. 그 후 유명 치과대학병원으로 옮겨가서 세 개의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다. 임플란트 수술을 받는 몇 년 동안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진료를 받으려 빈번하게 병원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한 번 방문하려면 많은 시간을 대중교통수단에서 소비한다. 정작 치료시간은 20여 분에 불과하다. 다행히 꼼꼼하게 수술해 주어서 10여 년은 잘 지낼 수 있었다.
드라이버를 삼키게 된 경위는 이렇다. 임플란트하는 과정에서 조이고 심는 단계에는 의사의 두 손이 입속에서 움직여야 하고 힘주는 과정이 계속된다. 그때 입안에 드라이버 등 의료기구를 펼쳐놓고 작업한다. 환자는 그 시간이 길어지면 침이 넘어가기도 하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참기가 매우 어렵다. 입에 큰 틀을 끼워둔 상태라서 그렇다. 침을 삼키는 과정에 입안에 놓여있던 드라이버를 먹은 것이다. 그 후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전개됐다. 의사들이 모여들고 병원장까지 와서 걱정하고 있었다. 식도로 드라이버가 넘어가는 경우와 호흡하는 기공으로 들어가는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며칠 후에 위장 대장을 거쳐서 변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에는 가슴을 열고 드라이버를 꺼내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노태우 대통령이 그와 비슷한 수술을 받는 적이 있다. 그 순간 나는 환자운반 카에 실려 방사선과로 옮겨가서 전신 X선 촬영까지 받았다. 이는 내 생애 두 번째 겪는 황당한 사건이었다. 오래전에 퇴근길에 마장동 근처 도로에서 깡패들이 싸우다가 갑자기 건물로 침입하여 따라 들어갔더니 황소 같은 큰 개가 달려와서 내 허벅지 넓적다리를 꽉 물었다.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으니 슬며시 놓았다. 나의 기가 더 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리에 피가 나고 물린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참는 침착성이 큰 화를 면하게 했다.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의 치과를 왕래하는 것은 몇 년 전부터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마음을 바꿨다. 치과에 가는 것은 동네병원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치과 진료는 하나의 질환만 해도 두서너 차례 방문해야 하고 더 중요한 문제는 의료기술이 보편화해서 동네치과도 훌륭하게 수술할 수 있게 되었기에 가능했다. 동네병원으로 변경하고 보니 약속을 변경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또 거리가 가까워서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어서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넘어갔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며칠을 기다렸다. 그렇다고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 후부터 화장실을 가면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나무젓가락을 가지고 가서 확인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4일째 되는 날 젓가락으로 변을 해체하면서 드라이버를 발견했다. 골프 때 ‘홀인 원’을 한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럴 수가’라고 한탄했던 사건이 ‘살았다’라는 환희로 순간 바뀌었다. 행운이다. 깨끗이 씻어서 책상에 오래 보관했다. 홀인원 했던 공처럼.
나는 이 기회에 치과 진료를 종합적으로 받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치과의원 원장을 찾아가서 진료를 받은 후 일곱 개의 임플란트 수술을 받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소요 된다는 지적에 따라 생활에 있어서 상당한 제약이 수반 된다는 점을 각오해야 했다. 중간에 발치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통증이 계속돼서 신경을 써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일정 기간 금주를 해야 한다는 점이 신경 쓰일 뿐이다. 또 치아 상태에 따라서는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때도 금주를 수반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뒤따를 수 있다. 치통 못지않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인공치아 심기는 10년 전에 비하면 가격이 십 분의 일로 싸졌다. 의료기술이 보편화하면서 동네치과에서도 임플란트 수술이 가능해졌다. 과거에 겪은 터무니 없는 ‘그럴 수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수명이 한정되어있음을 알고 주기적으로 잘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동네병원은 거리가 가깝고 편리하니까 시간이 나면 점검을 받는 것이 좋은 지혜이다.
▼김봉구 약력
고려대 졸업,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현)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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