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을 연결하는 대륙이다. 지금, 유라시아를 향한 전략적 통찰이 필요하다.
글/사진: 이창호 |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K-유라시아전략위원회 부위원장
유라시아는 더 이상 단순한 대륙의 이름이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 거대한 공간은 지금, 글로벌 경제와 안보, 기술 질서의 축을 바꾸는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 EU의 ‘동부 파트너십’ 등 각국이 앞다퉈 전략적 진출을 모색하면서 유라시아는 지정학적 충돌과 협력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유라시아 경제 연합(EEU)은 독립국가연합에 있던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5국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를 통합하는 국가연합이다.
우선, 경제 통합과 무역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육상과 해상을 잇는 교통망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의 교역을 재편 중이며, 러시아 주도의 EEU는 독립국가연합 국가들과의 단일시장 형성을 추구한다.
EU도 중앙아시아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디지털 무역, 전자결제, 규범 통합 등이 협력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둘째, 교통 및 물류 인프라 확충이 눈에 띈다. 연간 1만 5천 회 이상 운행되는 중-유럽 화물열차, 북극 항로 개척, AI 기반 스마트 물류 플랫폼 등은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묶고 있다. 특히 ‘친환경 교통망’ 확대는 기후 위기 대응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주목받는다.
셋째, 에너지 협력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다. 유라시아는 전 세계 천연가스와 석유 자원의 40% 이상을 보유한 에너지 중심지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중앙아시아의 자원, 유럽과의 연결 파이프라인은 이 지역의 중요성을 더욱 높인다.
동시에, 수소경제와 재생에너지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친환경 에너지 네트워크 형성이 새로운 협력모델로 대두되고 있다.
넷째, 디지털 전환의 파고도 거세다. 중국의 5G·AI 기술 확산, 러시아의 디지털 주권 강화,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스타트업 육성은 유라시아를 4차 산업혁명의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사이버보안, 데이터 규제, 디지털 인프라 투자 등이 다자 협력의 새 의제가 되고 있다.
한편, 안보 협력은 유라시아 발전의 전제조건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아프가니스탄 정세, 남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등은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UN 등이 주도하는 지역 안보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기후 위기, 팬데믹 등 비전통적 위협에도 공동 대응이 요구된다.
2050년까지 유라시아는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고, 기술·에너지·디지털 질서의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 역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연계해 유라시아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
또 인프라·에너지·디지털 경제 등 분야별 맞춤형 협력으로 공급망 안정과 신시장 진출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유라시아는 국경을 나누는 이름이 아니라, 문명을 연결하는 대륙이다. 지금, 유라시아를 향한 전략적 통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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