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수필가는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해야 할 일
김봉구/ 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노동대학원은 학제적 특수대학원이다. 대학원장은 법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분야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한국적 노사관계의 경직성에 따른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노사문화의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원 발전을 위한 석사학위과정에 집중하는 것 외에도 최고지도자과정 운영이나 위탁교육과정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수다.
원장을 맡으면서 우리나라 노사문화와 국가발전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느꼈다. 최고지도자과정의 운영을 통해 경직된 노사관계를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최고지도자과정 모집을 서둘렀다. 60명 모집인원 중에서 1/3인 20명이 국회의원이다. 그만큼 노사문제의 비중이 정치적으로도 크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을 비롯한 금융기관 회장과 고위공직자 기업회장이나 사회지도자 문화예술계의 단체장과 유명 배우 가수 그리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노조위원장 등이 포함된다. 이들의 모집은 예의와 격식을 갖추어서 호텔에서 개별 면담을 통해 선발하는 절차를 거친다. 최고위과정 모집을 완료하고 교무위원회에 보고했다. 유명 국회의원 산업은행장 예술단체 총연합회장이 지원해서 고위과정 교육을 힘차게 출발할 수 있었다.
K대 노동대학원은 1994년에 설립되었으며 건학이념을 ‘노사관계 선진화와 국가발전에 기여’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특수대학원이다. 여러 대학에서 오랫동안 정부에 노동대학원 설립을 요청하지만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노사문화가 경직되어 있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 문제가 세계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노동대학원은 석사학위과정을 운영한다. 노동 전문인력을 배출하기 위하여 현재 5개 전공학과를 두고 있다. 고급 공개과정으로 최고지도자과정 근로복지정책과정 노사관계 전문가과정 등이 있다.
최고위과정생들 사이에 인간적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강사진을 구성해서 교과과정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교육을 추진하는 것이 기본역할이다. 일주일에 이틀씩 두 시간의 특강과 공식 행사만으로는 부족하다. 격주에 한 번씩 특강이 끝나면 대부분이 참석하는 특별대화모임을 갖는다. 돌아가면서 자신을 소개하고 이어서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 다음으로 생애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사건을 들추어내서 그 극복과정을 진솔하게 설명한다.
세 가지를 발표하는 의식이 독특해서 참가자들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잔뜩 기대를 갖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특별한 이야기라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때는 전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첫 모임은 원장이 주선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모임부터는 후원자가 생겨난다. 이 행사를 이어가자 최고지도자과정 학생 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출석률이 높아지고 유대관계가 강화됨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특별한 대화로 모이는 날은 참석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도 했다. 과정 자체가 활성화됐다.
근로복지정책과정과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은 근로복지공단의 부장급 직원에게 1년간 강의와 논문제출 등 위탁교육을 받고 있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 초빙이 필수다. 문제는 학생 수가 적어 예산제약을 느끼던 중 노동부 장관에게 위탁교육생 50% 증원을 요청하였던 바 내부에서 분위기가 허락하면 승인하겠다는 답을 주었다. 그 후 근로복지공단을 찾아가서 이사장에게 장관면담결과를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그다음 학기부터 위탁학생 수가 증원되었다. 이처럼 노동대학원의 위탁교육과정의 확대개편은 대학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의 두 번째 우선순위였다. 이는 위탁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노동대학원의 학위수여과정은 기본적인 대학원의 업무이다. 교과과정 운영과 규정을 준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노동대학원 입학식이나 신입생환영회 노동대학원의 밤 행사 노동대학원 총교우회 행사 등에 있어서도 원장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 되었다. 그 외에 노동대학원 해외대학 연수프로그램 진행이나 KU노사정 포럼의 활성화에 대해서는 원장의 각별한 관심을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했다. 여기에는 원장이 특별히 나서서 내가‘해야 할 일’이라고 까지 밝힐 필요는 없었다.
원장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최고지도자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 사이에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강의 끝난 후 정기적으로 특별대화모임을 통해 서로 간의 이해를 돈독히 하고 우정을 쌓은 것이었다. 정치지도자 노조위원장 은행장 기업회장 고위공직자 모두 흉허물없이 보낸 시간이기도 했다. 이는 서로 만나고 싶은 충동을 만들고 노사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나아가 노동운동까지도 유연하게 만드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김봉구 약력
고려대 졸업,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현)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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