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성직자의 기본은 변함없는 '윤리 의식'
글 ,사진 | 이창호 종교윤리 칼럼니스트, 목양리더십 저자
● 영혼을 맡은 사람, 곧은 삶을 지켜야 할 사람
동서고금 성직자는 단순한 종교인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아픔을, 기도를 함께 짊어지는 영적 동반자입니다.
그렇기에 성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알파와 오메가의 변하지 않는 윤리의식’입니다. 이 윤리는 법 이전의 도덕적 무게이며, 종교 교리 이전의 사람의 됨됨이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성직자의 무게는 다릅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신앙 공동체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조차 성직자의 도덕성과 언행을 보고 종교의 가치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윤리 없는 영성은 존재할 수 없으며, 윤리는 성직자의 가장 기본이자 최후의 보루입니다.
● 종교의 뿌리, 윤리의 줄기를 타고 자라다
세계의 주요 종교들은 하나같이 성직자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합니다. 기독교에서는 디모데전서에 "감독은 책망할 것이 없어야 하며, 절제하며 단정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불교에서는 수행자에게 200여 개에 이르는 계율을 부여하고,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끊임없이 경계하게 합니다.
모든 종교는 말합니다. "네가 맡은 이 길은, 다른 이의 삶을 밝히는 길이어야 한다"고. 이것은 성직자의 권한이 아닌 특별한 책임이며, 특권이 아닌 선명한 봉사임을 뜻합니다.
● 오늘날의 성직자가 흔들리는 이유
하지만 작금, 성직자의 윤리의식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첫째는 세속화입니다.
종교적 가르침이 삶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성직자도 하나의 ‘직업인’으로 취급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성(性), 생명, 정의 같은 주제에서 종교의 목소리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둘째는 디지털 시대의 유혹입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은 성직자에게도 새로운 시험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SNS상에서 부적절한 발언, 표절 설교, 사생활 노출 등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셋째는 반복되는 비리와 범죄입니다.
성추문, 재정 횡령, 권력 남용 등 일부 성직자의 일탈은 신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며, 종교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신도들은 묻습니다. “기도는 하되, 왜 양심은 지키지 못하는가?”
사진: 가시면류관은 예수를 조롱하기 위해 씌운 가시 왕관으로, 고통 속 희생과 겸손한 사랑을 상징합니다. /이창호 칼럼니스트 소장
● 윤리의 회복, 그 시작은 교육과 신도의 감시
이제 우리는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성직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답은 분명합니다. 윤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훈련되고 교육되어야 합니다. 신학교육은 지식 중심을 넘어, 실천 윤리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교리 암기가 아니라, 삶 속에서 갈등을 어떻게 판단하고 해결할지를 배우는 교육이 절실합니다.
또 독립적인 윤리 감시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요컨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시 기구, 동료 간의 상호 *다면평가제, 신도들과의 소통 채널이 투명하게 작동할 때 비로소 성직자의 윤리는 살아납니다.
● 윤리와 영성, 따로 갈 수 없는 길
'윤리와 영성'은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기도는 삶의 윤리로 드러나야 하며, 신과의 관계는 사람과의 관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예배를 잘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배 후의 보이지 않는 삶입니다. 아이에게는 따뜻한 미소를, 노인에게는 공손한 존중을, 가난한 이에게는 함께 앉을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직자는 ‘영혼의 작은 목자’라 불릴 수 있습니다.
성직자의 거룩함은 옷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드러납니다. 침묵의 기도 속에 자신을 성찰하고,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신념을 지키며, 누군가의 상처 앞에 눈물로 응답할 수 있는 그 마음이 곧 정직성입니다.
● 윤리는 종교의 '마지막 설득력'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종교보다 사람을 먼저 봅니다. 성직자의 윤리는 종교의 마지막 설득력이자 '신앙의 생명선'입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물결 속에 살고 있지만, 성직자의 윤리는 오래된 항로를 가리킵니다. 그것은 곧 ‘정직하게 살라’, ‘남을 먼저 배려하라’,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는 가장 보편적 진리입니다.
모든 성직자들이 이 오래된 항로를 따라, 오늘의 물결 위에서도 흔들림 없는 나침반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게다가 신도들 역시 성직자에게 너무 많은 권위를 기대하기보다, 성직자도 사람으로서 살아낼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 걸어가길 갈망합니다.
윤리는 단순한 원칙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진정한 태도입니다. 성직자의 윤리의식이 다시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기를 간절히 두 손을 모은다.
*다면평가제는 어느 개인을 평가할 때 직속 상사 한 사람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가자가 여러 방면에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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