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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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박사평생교육, Life-Plan전문가

 

공복(公僕)은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하인이다.”

 

이 말은 단순한 정의가 아니라, 공직자의 존재 이유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공공기관과 중앙부처에서 경력개방형 직위로 근무했던 필자로서는 이 문장의 무게를 더욱 실감한다. 실제로 공복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봉사하는 자리다. 그러나 지금, ‘공복이라는 말은 언론 보도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고위직’, ‘비위’, ‘책임 회피같은 단어만이 뉴스의 제목을 채우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잃고 있는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삶의 의미는 선()을 향한 끊임없는 여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참된 행복은 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삶’, 즉 서로를 사랑하며 책임을 다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행정이 진정으로 회복해야 할 방향 역시, 타인을 위한 책임을 주체적으로 감당하려는 공직자의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행정은 책임 설계가 아닌 책임 회피로 작동하고 있다. 감사원 2024년 공직감찰 백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위공직자에 대한 징계율은 하락세임에도 불구하고, 비위 적발 건수는 18% 증가했다. 이는 책임에 대한 무감각이 점점 더 만연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국민권익위원회 통계(2024)에 따르면 민원처리 지연 사례 중 34%보고 전가’, ‘기한 초과 미응답등 비의무적 책임 회피 유형으로 분류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책임은 지시보다 먼저여야 한다는 원칙을 행정의 기본으로 삼았다. 계곡 내 불법시설 정비, 보도블럭 교체 공사의 전면 중단 등은 그가 단순히 결재자가 아니라 현장 판단형 리더였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뉴스공장(2025.6.6)에서 소개된 겸손브리핑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지시 없으면 안 한다는 사람은 공직자가 아니다라는 철학은 공직자의 자율성과 주도적 책임감을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중앙정부의 고위공직자들에게도 필요한 이정표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핀란드는 2015년부터 '공공문제 해결관' 제도를 통해 복잡한 민원과 정책갈등을 실시간 해결하고 있다. 한 명의 책임자가 절차를 총괄한다는 원칙은 사후 책임 추적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피드백 부족과 시민 접근성 한계로 지역 간 격차 보완안이 검토 중이다.

 

일본은 책임총괄자 제도’(責任者制度)를 통해 공무원의 직무 처리 결과를 실명 공개하고, 정책 추진 후 일정 기간 내 성과 보고서를 의무화하였다. 실패한 정책에 대해 책임자가 사과하거나 직을 내려놓는 사례도 있어 책임 문화 정착에 기여했으나, 과도한 문책이 젊은 공직자의 이탈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조선시대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선비는 관직에 있을 때 백성을 먹이고 편안하게 하며,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언명이 아니라 관료제 작동 원리에 대한 실용적 기준이다. 정약용은 정선군수로 재임 시 수해 복구를 늦춘 책임을 피하지 않고, 직접 물자를 짊어지고 백성과 함께 복구 작업에 나섰다. 관직이 명예가 아니라 책임의 시련임을 몸소 보여준 고전적 리더였다.

 

이제 우리 행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첫째, 고위공직자에 대한 정책 사후 이행 책임제를 법제화하여, 의사결정 후 일정 기간 내 성과와 책임 이행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둘째, 민원 대응 시스템에 실시간 공개·점검 기능을 강화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명확한 사유와 조치 일정을 통보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적극행정 실천자에게는 실명 공개 포상과 함께 경력 가산점을 부여하고, 회피한 공직자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기적인 국민보고제와 국민청원형 이의제도를 통해, ‘무명책임을 방지하고 사회적 감시를 제도화해야 한다.

 

중용에는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장 낮다는 구절이 있다. 공직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국민 앞에 고개 숙이는 자리여야 한다. 직책은 권리가 아닌 사명이 되어야 하며, 책임지는 사람을 세우는 정치와 행정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공복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다시 묻고 있는 것이다.


/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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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김한준 박사의 시선】책임 앞에 선 고위공직자: 공직은 자리보다 자세다. 잊힌 이름, 공복(公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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