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어붙은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만남, 상처마저 빛나는 별이 되는 기적에 대하여"
● 영혼의 주파수를 읽는 마음의 속삭임
칠흑 같은 밤, 홀로 등대를 찾는 배처럼 막막한 인생의 바다를 헤맨 적 있는가. 그러다 문득, 어떤 만남 앞에서는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영혼이 따스한 담요에 감싸이는 듯한 평온을 느낀 경험은 없는가.
반대로, 아무리 애를 써도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느껴지고 마음이 서늘해지는 관계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영혼은 이미 그 미세한 차이를 알고 있다.
동양철학이 말하는 천생연분(天生緣分)과 업연(業緣)의 차이를, 마음은 첫 만남의 찰나에 이미 감지한다.
운명처럼 인연은 영혼의 주파수를 맞춘 라디오처럼 편안한 음악으로 다가오고, 스쳐갈 인연은 지직거리는 소음처럼 불안으로 먼저 신호를 보낸다.
필자의 고향, 고흥의 노을 진 바닷가, 굵은 주름 속에 지혜를 새긴 늙은 어부의 한 마디가 파도처럼 마음에 와 박혔다. "그물을 끌어올릴 때,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함만으로도 그게 내 배를 채울 놈인지, 그물을 찢고 달아날 놈인지 아는 법이여."
인생의 인연도 그러하다. 마음의 그물에 묵직한 온기로, 기분 좋은 설렘으로 걸려드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영혼이 오래도록 기다려온, 삶이라는 바다의 가장 귀한 황새치다.
● 영혼을 잠식하는 관계는 독이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건강한 관계의 황금 비율을 '5:1'로 제시했다. 한 번의 상처를 무색하게 할 만큼, 다섯 번의 따스한 순간이 쌓여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인연은 이 비율을 무참히 깨뜨린다. 그의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가시처럼 박혀 나를 찌르고, 함께한 시간은 에너지를 채우기는커녕 영혼의 진액을 빨아들이는 '감정적 착취'에 가깝다.
이 불안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한 연구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스트레스 가득한 관계는 우리 몸의 코르티솔 수치를 28%나 끌어올려, 영혼뿐 아니라 육신의 면역력마저 무너뜨린다고 한다.
또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뼈를 깎는 생리학적 진실이었던 것이다.
그 관계는 당신의 영양분이 아니라, 서서히 당신을 잠식하는 독이다.
● 상처 입은 영혼을 위한 단 하나의 안식처
경영의 구루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비밀은 단 하나,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것"이라 말했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버스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흠집을 들추어내는 비평가가 아니라, 당신의 상처를 먼저 알아보고 말없이 반창고를 내미는 사람을 옆자리에 태워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당신의 인생에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달릴 수 있다.2023년 한국갤럽의 조사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의 78%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 인생 최고의 치유자는 바로 내 곁의 배우자"라고한다.
좋은 인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경이로운 복리로 불어나는 인생에 최고 투자다.
● 마음이 편안해지는 세 가지 온도
그렇다면 영혼을 알아보는 사람은 어떤 온도를 지녔을까?
첫째, '침묵의 온도'다.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고요함과 동시에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텅 빈 공간이 충만하게 채워진다. 또 함께 있는 침묵이 에너지를 빼앗는 대신 오히려 영혼의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상태다.
둘째, '성장의 온도'다.
나의 약점을 비웃지 않고, 나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해주는 따스함이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내 안의 잠재력을 믿어주고, 넘어졌을 때 손가락질 대신 "그럴 수 있다"며 일으켜 세워주는 온기다.
셋째, '기다림의 온도'다.
나의 미숙함을 다그치지 않고,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온유함이다. 마치 씨앗이 스스로 싹을 틔울 때까지 여름 햇살과 바람이 되어주는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 아동심리학자 존 볼비가 말한 '안전기반(Secure Base)'처럼, 이 세 가지 온도는 우리 영혼의 단단한 항구가 되어준다. 그 항구 안에서 우리는 세상의 파도를 향해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다.
● 당신의 인연, 그 영혼의 재무제표
이제 당신의 관계에 대한 재무제표를 작성할 시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권하는 '관계 ROI(Return On Investment)'는 차가운 계산이 아니라, 내 영혼을 지키기 위한 가장 뜨거운 자기애다.
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당신이 얻는 것이 무엇인가? 가슴 벅찬 영감, 깊은 정신적 안정, 세상과 맞설 용기인가? 그렇다면 그 관계는 우량 자산이다. 반대로, 그 만남의 결과가 끝없는 자기검열, 자존감의 추락, 영혼의 소모라면, 당장 청산해야 할 '불량 부채'일 뿐이다.
● 고흥 갯벌에서의 공생의 위대한 지혜
황량해 보이는 고흥의 갯벌은 실은 수많은 생명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공생의 터전이다. 게는 갯지렁이의 예민한 더듬이 덕분에 천적의 접근을 먼저 감지하고, 갯지렁이는 게가 파놓은 굴속에서 안전을 보장받는다.
서로의 약점이 서로에게는 가장 절실한 무기가 되어주는 관계. 상대의 상처를 나의 아픔으로 여기고, 상대의 기쁨을 나의 환희로 느끼는 관계야말로 가장 위대한 공생이다.
● "두려워 말라, 당신의 영혼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무의식이 관계의 미래를 단 0.3초 만에 예감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분석이 아닌 직관이며, 계산이 아닌 느낌이다. 당신의 심장이 먼저 보내는 그 신호를 외면하지 말라. 불안함 대신 편안함을 선택하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격랑의 인생을 현명하게 항해하는 최소한의 지혜다.
당신에게 상처만 주는 인연은 미련 없이 강물에 떠내려 보내라. 그리고 당신의 상처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사람과 마주 앉아, 식어가는 찻잔에 온기를 더하라.
인생의 무게는, 함께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가볍게 만들어줄 때 멀리 날아오를 수 있는 법이다.
당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그 사람과 함께, 진짜의 삶으로 찬란하게 비상하라
글: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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