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10(수)
  • 전체메뉴보기
 
  • 고수부 수필가는 ROTC 3기로 월남 맹호부대 참전했으며, 고려대와 동국대 대학원,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국방부 관리정보실에서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2003년 순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순수문학 우수상, 2004년 전쟁문학상, 제20회 순수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청소는 과학이다

 

고수부/ 수필가, 한국문협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직업이 군인이라 신혼 초부터 우리는 떨어져 살아야 했다. 아내는 서울에서 학교에 출근해야 하고, 나는 육군 공병학교에 발령이 나 김해에서 하숙했다. 주말부부가 되어 토요일엔 서울로 올라왔다가 일요일 밤엔 다시 김해로 내려가는 생활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KTX가 없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6시간이나 걸렸고, 다시 버스를 타고 김해로 가야 했다.

 

고수부 사진.jpg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와 아내와 마주하는 그 순간은 얼마나 달콤했겠는가. 그런데 나는 그런 기분도 잊은 채 집에 들어서자마자 투정을 부렸다. "방이 왜 이 모양이야?" 내무반처럼 깔끔하길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아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청소하는 사람이 따로 있나요?" 뜻밖의 반응에 나는 곧바로 항복했다. 그때부터 청소는 내 몫이 되었다. 아내는 학교에 다니고, 아이를 돌보고, 밥하고, 빨래하고 할 일이 많았다. 나는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시만 해서는 안 되었다.

 

그 후로 청소 이야기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내가 나에게 청소를 시키지도 않았다. 집안이 조금 어수선해도 아내는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나는 달랐다.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거실과 방은 말끔히 정리돼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신혼살림은 방 두 칸에 거실 하나였고, 한옥이라 넓지도 않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파트로 옮기면서 청소 범위 자체가 달라졌다. 안방, 건넌방, 거실, 화장실, 베란다까지 청소하려면 적잖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다. 특히 화장실 하나만 제대로 닦아도 한참 걸린다.

 

예전에는 방바닥만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으면 끝이었지만, 요즘은 진공청소기를 돌리고도 대걸레로 다시 닦아야 먼지가 제거된다. 매일 청소만 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동안 대충 해오던 청소도 척추 수술 이후엔 더 이상 할 수 없어 청소 도우미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청소 방식은 나와 전혀 달랐다. 나는 베란다부터 해주길 바랐지만 그분은 가장 마지막에 했다. 화장실도 나로선 가장 신경 쓰이는 곳이었지만 그것도 마지막 순서였다. 대신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이 못마땅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분이 다녀간 뒤에는 주방이 어딘지 모르게 환해졌다.

 

그분은 먼저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제거하고, 다시 대걸레로 닦는다. 그런데 같은 도구로도 그분이 닦은 바닥은 내 것보다 훨씬 반질반질하고 윤이 났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물었다. “청소도 기술이 있나요?” 그녀는 한마디로 답했다. “청소는 과학입니다.” 그 말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청소도 무턱대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간도 절약하고 효과도 올리려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거울도 아무 걸레로 닦으면 얼룩이 남는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전용 세제를 사용해 마치 새 거울처럼 반짝이게 만든다.

 

식탁 유리, 화장실 거울, TV장 위 유리까지 그분이 닦고 간 자리마다 감탄이 절로 난다. 어디에 어떤 세제를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 선택이 바로 청소 기술이다. 그분의 조언대로 세제를 쿠팡에서 구입했다. 과산화수소, 베이킹소다, 탈취제, 소독제 등등. 하지만 아직 사용법이 익숙지 않아 써보지도 못한 것이 많다. 청소도구도 다양해졌다. 진공청소기, 무선청소기, 로봇청소기까지, 이제는 AI가 스스로 알아서 청소해주는 시대다. 극세사 걸레는 미세한 먼지까지 닦아내고, 정전기 청소포는 물 없이 먼지를 흡수한다.

 

베이킹소다가 들어 있는 물걸레청소포는 식탁이나 책상 닦기에 그만이다. 매직스펀지는 세제 없이 물만으로도 찌든 때를 싹 제거한다. 싱크대, 가스레인지, 냉장고에 특히 효과적이다. 청소도구가 잘 갖춰져야 효율적인 청소가 가능하다. 아내는 왜 자꾸 사느냐고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무기가 필요하듯, 청소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들은 이미 이런 도구 사용에 익숙하다. 작은딸이 예전부터 권했지만 그땐 무심히 넘겼다.

 

청소 후의 상쾌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깨끗한 공간은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마치 실험이 성공했을 때처럼 뿌듯한 만족감이 든다. 청소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삶을 변화시키는 과학이다. 공간을 정리하는 일이자, 마음을 정돈하는 작업이다.

 

청소는 과학이며 철학이고, 때로는 구원이다. 청소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과학적인 방법과 효율적인 도구를 활용해 더 건강하고 스마트한 삶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고수부 

ROTC 3기로 월남 맹호부대 참전했으며, 고려대와 동국대 대학원,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국방부 관리정보실에서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2003년 순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순수문학 우수상, 2004년 전쟁문학상, 20회 순수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고수부의 '청소는 과학이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