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형 수필가는 국립체신대학 통신행정과 졸업, 체신부, kt 36년 재직, 여수, 고양, 의정부, 부천전화국장, kt전화사업국장, 2015년 문학저널 수필 등단, 한국문협, 은평문인회, 국제pen한국본부, 수필문학, 문학저널, 표암문학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창작문학상, 작가상, 표암문학상, 은평문학상 수상, 수필집 ‘아름다운 도전’, ‘기다리는 마음’, ‘격정의 시간’, ‘나를 붇잡아 주세요’ 등이 있다
한여름 밤의 꿈
이 진 형/ 수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사에 더덩실 춤을 추고 싶다. 한세상 살다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기분이다. 바로 오늘 K일보에서 신춘문예 현상공모 당선 소식을 전화로 알려 왔다.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는 벅찬 감정을 참지 못하고 아내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보! 돈 벌었어! 천만 원이야!” 아내도 감격에 겨운지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작년 가을 우연히 K일보 현상공모 기사에서 수필 장르가 있음을 발견하고 한번 도전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원고 두 편을 발송했다. 매년 시행하는 중앙지 현상공모에는 아예 수필 장르가 없기에 단념하고 있었다. 같은 중앙지인 K일보는 올해 창사 8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수필을 넣고 상금도 두 배로 인상했다고 한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응모한 결과 그토록 소망하던 당선의 꿈이 이루어졌다.
K일보 문화부 기자가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평생 처음 우리 집 거실에서 카메라 앞에 기자와 마주 앉으니 쑥스럽기 그지없다. 더욱이 대머리에다 늙은 모습이 부끄러워 촬영만은 극구 사양했지만 조금 젊게 다듬을 테니 일단 찍고 보잔다.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첫 질문으로 창사 이래 최고령자의 당선이라며 수필을 잘 쓰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비결은 3다三多입니다. 즉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사多思이지요.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방법 외에 다른 왕도가 없습니다. 누구도 단번에 명작을 쓰지는 못합니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조지훈 「승무」 같은 절세의 명작도 수없이 많은 퇴고로 성공한 작품입니다.”
기자의 두 번째 질문은 ‘3다’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에서 유명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3다’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강생이 제출하는 수필 원고를 권대근 교수와 수강생이 합평을 하며 가르치고 배웁니다. 이때 제출하는 수강생 원고는 여러번 ‘3다’ 과정을 거친 작품입니다. 이 작품들을 교수는 전문을 읽어가며 수필의 본령에 맞게 문장 구성과 형상화, 단어 선택, 맞춤법 오류까지 일일이 지적하고 고쳐줍니다. 이런 과정이 더 나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수업방법이지요. 이 공부반을 ‘수생반隨生班’이라고 부르는데 오직 ‘수필에 전념하며 살자’는 뜻입니다. 매주 만나는 수생반 글벗들 끼리 뒤풀이 모임도 갖고 문학기행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합니다.”
이제부터 신춘문예 작가라고 이름이 알려지면 여러 신문사나 문예지에서 원고청탁이 몰려들고 원고료 수입도 짭짤하겠지. 받은 상금으로는 평소 마음먹었던 섬 여행을 떠나련다. 한 달가량 동해 남해 서해에 산재한 여러 섬을 다니며 체험한 특이한 섬 문화를 소재로 다섯 번째 수필집을 내야겠다. 어느새 나는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모임에 나가면 수필가로 소개해 주기 바란다. 옛날 직장 퇴직자와 학교 친구들도 만나면 선망의 눈빛이 느껴진다. 하지만 갑자기 굴러들어 온 이 명성을 노쇠한 체력으로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나의 글을 읽는 독자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명성에 어울리는 작품을 계속 발표하지 못하면 독자들 기억 속에 잊힌 이름으로 남게 될까 두렵다. 수십 년간 여러 신문사에서 배출한 수많은 신춘문예 당선자들 중에서 아직도 현역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얼마나 될까. 그 중에서 크게 알려진 유명한 작가는 누구이며 앞으로 나는 어떤 존재로 남을까.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지난 10년을 되돌아본다. 수필 문단에 입문하면서 유일한 꿈은 신춘문예 당선이었다. 꿈만은 야무지게 품고 글쓰기에 정성을 쏟았지만 총명한 기운이 넘치던 젊은 시절에는 직장 일에만 골몰하다가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한 실력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려움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꿈을 향한 도전만은 멈출 수 없어 수필 장르가 있는 중앙경제지에 몇 차례 응모했으나 번번이 예심에도 들지 못했다. 소크라테스의 명언대로 “너 자신을 알라”는 충고를 귓전으로 흘려버린 결과다. 그 후에도 어느 신문이든 신춘문예 모집 광고에 수필 장르만 보이면 눈독을 들였다. 굳이 신춘문예에 매달리는 것은 문학 국가고시라 할 만큼 작가 지망생의 확실한 등용문이기에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서다. 여러 문학 단체에 수 많은 문인들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신춘문예 당선 문인은 가뭄에 콩 나듯 적은 숫자다. 거금의 상금도 응모의 동기를 부채질한다.
매년 정초에 발표하는 여러 중앙지 신춘문예 당선작을 꼼꼼히 읽고 나의 글과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았다. 심사평 요지는 문학적 탁월성, 독자를 향한 감응력, 문체의 독창성을 기준으로 이에 부합하는 작품을 뽑았다고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실력도 모자라면서 무턱대고 당선을 넘보는 것은 과욕이라 생각되어 몇 년간 응모를 멈췄다. 당선 기준이 아직은 나에게는 오르지 못할 나무였다. 그 기준에 근접하는 작품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수생반에서 열심히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를 막 지난 여름밤은 짧기도 하다. 늦잠을 자면서 신춘문예 드라마가 꿈속에서 펼쳐지는 것을 현실로 착각하고 즐기고 있었다. 아내가 깨우는 바람에 눈을 번쩍 떠보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현실이 아니고 꿈이 었구나. 당선의 기쁨이 한바탕 꿈으로 끝나버렸네. 잠시나마 행복감에 도취되었던 그 순간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그러면 그렇지. 신춘문예 당선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한여름 밤의 꿈 이야기가 나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 국립체신대학 통신행정과 졸업, 체신부, kt 36년 재직, 여수, 고양, 의정부, 부천전화국장, kt전화사업국장, 2015년 문학저널 수필 등단, 한국문협, 은평문인회, 국제pen한국본부, 수필문학, 문학저널, 표암문학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창작문학상, 작가상, 표암문학상, 은평문학상 수상, 수필집 ‘아름다운 도전’, ‘기다리는 마음’, ‘격정의 시간’, ‘나를 붇잡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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