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템이 죽음을 만들지 않게 하라

▲김한준 박사 【평생교육·Life-Plan 전문가】
인천에서 또다시 한 노동자가 맨홀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유해가스를 미리 측정하지도 않았고, 산소 마스크도 지급되지 않았다. 하청의 재하청, 그리고 다시 재재하청으로 이어진 구조 속에서 누군가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결국 그는 그 안에서 숨을 거뒀다. 반복되는 이 죽음은 더 이상 우연도 예외도 아니다. 이것은 구조가 만들어낸, 그리고 제도가 방치한 시스템적 범죄다.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은 죽음을 수차례 목격해왔다. 2020년 부산, 2023년 김해, 2025년 인천. 사고는 지역과 시기를 달리했을 뿐, 밀폐공간에서의 작업, 보호장비 부재,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하청 구조라는 공통된 원인을 갖고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임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유해가스가 측정되지 않고, 발주처는 하청 구조를 방패삼아 책임을 회피하며, 노동자는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채 죽어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애도의 반복이 아니라, 시스템의 재설계다.
나는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서 세 가지 명령을 내릴 것이다.
첫째, ‘생명인증제’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
밀폐공간, 고위험 작업장, 다단계 하청 구조가 예상되는 모든 공공용역 작업은 작업 시작 전에 현장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생명 보장을 전제로 한 ‘생명인증번호’를 발급받아야 하며, 이 번호 없이는 착공이 금지된다. 생명인증은 유해가스 사전 측정, 보호장비 지급, 감독관 현장 배치, 작업자 교육 이수 등 네 가지 핵심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하나라도 누락될 경우 계약은 무효가 되고 발주처와 원청 모두 민·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 의료현장의 수술 전 체크리스트처럼, 생명을 보장하는 항목을 통과해야만 작업이 시작되는 시스템을 법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독일처럼 연방노동청의 사전 점검을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구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그런 강제 장치를 갖춰야 한다.
둘째, ‘생명감독단’을 신설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해야 한다.
산업안전 감독관 한 명이 수백 개 현장을 감시하는 현재 구조로는, 아무리 정교한 법이 있어도 집행되지 않는다. 생명감독단은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감사원 등 관련 기관의 전문가들과 민간 기술자, 시민 감시관이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형 상설조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 조직은 무작위 현장 점검과 긴급 출동 권한을 가지며, 모든 점검 결과는 실명제로 공시되어야 한다. 반복적으로 지적받은 업체는 공공입찰에서 배제되고, 대표자는 형사 고발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일본처럼 지자체별 독립 노동감독관이 실시간 대응 체계를 갖춘 모델은, 우리가 형식적 감독에서 실행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참고해야 할 사례다.
셋째, ‘대통령실 직보 + 실행트리’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통령실 정책실과 안전비서관실에 24시간 내로 직보되도록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직보만으로는 아무 일도 바뀌지 않는다. 나는 이 보고가 즉시 실행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대응 트리’를 병행 설계할 것이다. 직보가 접수된 후 국무조정실은 6시간 이내에 관계 부처와 지자체에 1차 지시를 내리고, 12시간 이내에는 현장 점검이 착수되며, 48시간 이내에는 결과와 책임 여부가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 보고가 아니라, 정부가 책임을 공유하고 속도를 실현하는 구조로 작동해야 한다. 일본 총리실 산하 중앙재난대책본부처럼 실시간 지휘와 조치가 연결된 대응 체계를 벤치마킹하여, 보고가 곧 행동이 되는 정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2025년 7월 7일, 인천 맨홀 사고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일터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말이 공허한 수사가 아닌, 제도를 움직이는 명령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선언을 넘어서 구조와 시스템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반복되는 죽음을 멈추는 일은 애도나 상징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가 가동되는 순간에만 가능하다. 죽음이 아닌 생명이 출발하는 작업장을 만드는 것,그것이 지금 내가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서 내리는 첫 번째 명령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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