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은 칼날 위의 신념이다. 흔들리면 위험하지만, 중심이 잡히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다. 뜻이 크고 일이 중대할수록 방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유독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 앞에서는 여전히 미숙한 모습을 보여왔다. 세월호, 이태원, 오송 지하차도 사고까지. 매번 국가의 부주의 또는 시스템 결함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끝내 명확한 책임 주체는 가려지지 않은 채 국민의 상처만 남았다.
2025년 7월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두고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았다. 검은 리본을 단 그는 국민 생명의 무게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국가기관의 부주의로 인한 대형 참사는 이제 반복되어선 안 된다.”짧지만 묵직한 이 발언은 단지 과거를 추모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공직자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되묻는 선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해왔다. 사고 현장을 매년 직접 찾고, 유가족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상징적 제스처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철학적 의지의 표현이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기존의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 속에서 더욱 강조된다. “정치는 바로잡는 것이다(政者正也).”공자의 이 말처럼, 공직이란 본디 삶의 균형을 되찾는 자리다.
특히 지난 국가공무원교육원에서 진행된 신규 사무관 대상 특강은 이재명식 공직 철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이었다. 그는 행정의 기술이 아니라, 신념과 진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직자는 작은 신의 역할을 하는 존재일 수 있다.” “국민의 생명이 공직자의 손에 달렸다.”그의 말은 단지 수사(修辭)가 아니었다. 실무 존중, 집단지성, 투명한 소통, 그리고 마지막엔 결단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철학의 총체였다.
▲김한준 박사 【평생교육·Life-Plan 전문가
당초 비공개로 예정되었던 질의응답 시간을 자율 투표로 공개 전환한 것도 이 대통령의 원칙에 부합하는 장면이다. “공직자는 국민 앞에 투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즉석 실천으로 보여준 사례다. 고대 아테네의 아고라처럼, 국민과의 신뢰는 닫힌 문 안에서가 아니라, 열린 광장에서 자라난다. 그가 신입 공무원들에게 전한 말—“모르면 모른다고 하라. 실무자가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은, 권위주의 관료제에 균열을 내려는 수평행정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공직자는 전문성을 갖춘 정책 기술자이기 이전에, 국민의 위임을 받은 책임의 주체다. 그렇기에 이재명 대통령은 “정책은 진리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전제로, 오해는 설명으로, 충돌은 조정과 결단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메시지는 성남시장 시절에도 실천으로 이어졌다. 당시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일부 구간 지하화를 공약했지만,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고 시민 제안을 반영해 ‘덮개공원화’로 전환한 사례는 실용 행정과 집단지성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이솝우화에는 ‘정직한 나무꾼’이 도끼를 잃었을 때 황금과 은도끼를 탐하지 않고 자신의 낡은 도끼를 찾아 돌려받는 이야기가 있다. 공직도 이와 같다.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실수는 정직하게 인정하며, 해법은 함께 찾겠다는 태도는 결국 국민의 신뢰로 되돌아온다. 이런 의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은 기술이 아닌 태도의 문제이며, 권한이 아닌 사명의 문제다.
해외 사례도 이와 맞닿아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도 전면 탈원전을 선언했다. 뉴질랜드 아던 총리는 테러 이후 단 일주일 만에 총기규제법을 통과시켰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감의 정치’와 ‘신속한 결단’이다. 공직은 결국, 결단을 요구받는 자리다. 그리고 결단은 고독하고 위험한 결정이기에, 신념과 소명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백면서생(白面書生)’이라는 말이 있다. 이론만 있고 현실에 무기력한 사람을 비판할 때 쓰인다. 그러나 오늘날의 공직자는 그 반대여야 한다. 백서(白書)가 아니라 피서(避暑)도 아닌,생명을 위하는 실천이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 묻는다. “누가 설명하고, 누가 조정하며, 누가 결단할 것인가?”
공직은 칼날 위의 신념이다. 흔들리면 위험하지만, 중심이 잡히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참사를 막는 것은 법이 아니라, 공직자의 철학이며, 책임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결단이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공직의 품격을 다시 물어야 할 때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기사제보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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