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1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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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숙 수필가는 인천 거주, 2019년 국보문학 수필로 등단, The 수필 2024 빛나는 수필가 60인 선정, 인천문인협회 한국수필,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회원, 제11회 풀꽃수필문학상 수상, 수필집 '낭만, 너는 자유다'

빈 둥지

 

조경숙/ 수필가

 

지각한 봄의 정령이 물까치를 앞세워 교훈 한마디 깔고 지나간다. 적당한 관심이 필요한 세월이라고 까악난숙하게 내뱉는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중용이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던함이 배제된, 특별해야만 기를 펴는 세상인 듯하다. 더 많이 더 크게 를 외치며 아니면 를 바라는 세상이 오늘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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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렌 같은 소음이 창밖 허공에서 날라와 고막을 찢는다. 날카로운 쇠꼬챙이로 창을 긁는 듯한 다급한 소리다. 몇 번의 반복으로 무심할 수 없어 탁구 랠리를 멈추고 창밖을 내다본다. 풍성한 나뭇잎 사이로 창공의 빛이 쨍하다. 이층 탁구장 옆의 나뭇가지에 앉은 날개 접은 것들이 시치미 뚝 떼고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 인간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천연덕스럽게 제 볼일만 보고 있는 물까치 집단이다. 소리는 물까치들의 외마디가 모여져 울린 경고 신호였다. 공포와 염려의 고함은 어떤 생명이든 감정이입이 가능한가보다. 적을 향하여 외친 새의 외마디 악다구니가 우리네 구급차 알리는 소리 같아 긴장하게 하였다. 침입자를 물리쳤는지 구경할 일이 없다는 듯 그들은 이내 흩어졌다. 분명 다급했건만 알길 없이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다음날이었다. 새 둥지를 발견하였다. 이층 창 가까이 울창한 은행잎 사이에 살림꾼 집이 앉은 모양새다. 물까치 두 마리가 주위 맴돌며 경계를 누추지 않는다. 부부인 게다. 기획, 공사, 마무리까지 비밀리에 만든 보금자리를 인간에게 들키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우듬지에 둥지 트는 것이 습성인데 녀석들은 어찌하여 높지 않은 곳에 마련했는지. 그러나 그곳은 사람의 시선만 없으면 적당한 자리였다. 하루 이틀 사이 천사슬로 울창해진 나뭇잎에 가려 손으로 걷어내지 않으면 볼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게 변해가고 있다. 그들은 앞을 내다보고 명당이라 여겼으리라. 둥지 안에 알이 있는지 궁금하여 탁구 동호인들은 웅성거리며 서로 의견을 묻는다. 무관심이 최고의 마음 쓰는 것이라고 알면서도 요동치는 호기심은 멈추지 않는다. 딱 한 번만이라고 조심스럽게 도둑처럼 들여다본다.

 

나뭇잎에 가려 시야의 접근이 힘들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집중해야 겨우 보인다. 차곡히 쌓아가는 정성과 기술, 당찬 집 한 채를 비밀스럽게 짓는 일이 쉬웠겠는가. 가녀린 가지 한 개 물고 깊은 골 같은 암팡진 잎 사이를 비집고 물까치는 들어왔을 터다. 암까치의 탄성과 나무람도 있었겠지. 덩달아 신랑은 얼마나 마음이 설렜을까. 오직 한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꿈으로 성을 쌓아 굵은 나무 기둥에 둥지 한 채 앉혔으리라. 산 달을 알리지도 못하고 바람결 없이 지어야 했던 부부가 대견하고 궁금하다. 점박이 알이 서너 개 있다는 소문이 있다. 물까치 두 녀석이 주위를 맴도는 모습이 여러 날 보이니 분명 한 가정은 이루어졌으리라.

 

호기심 어린 관심은 여기에서 그쳐야만 했다. 물까치는 인간들의 도탑지 않은 자태를 어느 만큼 알고 있었을까. 인간과 공생한 세월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 않은가. 긴 시간 동안 길조로 대접받으며 살아오긴 했다. 그러나 안심하지 말라고, 인간은 자연을 겁 없이 해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본능은 세세히 알렸으리라. 작금의 사정은 발견해도 적당히 모른 척 배려하지 않은 사람의 잘못이고 물까치의 악운이 아니겠는가. 무관심을 바라는 물까치의 결단은 단호했다. 뻭뻭한 은행잎에 숨어있을 생명이 보이지 않는다. 동호인들의 지나친 관심이 물까치 이사를 부추겼음이다. 대부분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이들이기에 새 생명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남몰래 들여다보았음이라. 은밀해야만 할 육아에 인간들이 오점을 남기려 하니 숨지 않고 어찌 견디랴.

사람도 과한 관심에 떠밀려 은둔을 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지나친 참견과 야유에 몸을 사리고 감추는 인생도 수두룩하다. 심하게는 유명인을 대상으로 악플과 루머를 올려 인생 끝나게 하는 작태가 한둘이 아니었다. 반하여 무관심에 내몰린 이들은 도처서 찬바람 맞고 있다. 늦은 밤, 티브이 소리와 내 그림자만 드리운 방에서 홀로 밥 먹는 노인도 허다한 요즈음 아닌가. 까치의 지능이 6세 유아에 버금간다고 한다. 부모 된 의무와 도리는 동물이라고 다를 리 없다. 해로운 기운이 감도는, 지나친 시선의 환경을 두고 보지는 못했으리라. 하물며 천운을 깨고라도 위험에 처한 새끼를 지키고자 하는 부모는 본능과 가까운 의지의 표본이 아닐는지. 밤새 종종거리며 이소이든 이사이든 서두른 그들의 안전을 기원할밖에.

 

세계가 비좁을 정도로 청춘은 관심에 매달려 살고 있다. SNS로 개인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열려있는 세상이지 않은가. 반면 무관심으로 고독사는 늘어만 간다. 적당히 외로워 서로 견제하지 않아도 되고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관심과 무관심 어디쯤이 마땅할까. 까치는 풋낯조차 인연 맺지 않기를 소원했겠지만 홀로인 나, 빈 둥지가 서럽다. 살차게 창공으로 날아오른 물까치가 까악소리 지르고 뒤돌아보지 않음이 못내 아쉽다. 정도에 맞는 관심이 미소를 준다고 자식 떠나보내 밤을 패는 엄마처럼 창밖 은행나무를 한동안 바라본다.

 

조경숙

인천 거주, 2019년 국보문학 수필로 등단, The 수필 2024 빛나는 수필가 60인 선정, 인천문인협회 한국수필,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회원, 11회 풀꽃수필문학상 수상, 수필집 '낭만, 너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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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권대근 대한민국 수필학 대한명인 추천, 이 한 편의 수필, 조경숙의 '빈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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