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왜 누군가에게, 무언가에 이토록 매달리는가"
[대한기자신문 심층칼럼 | 김채원 전문기자] 최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의 상당수가 특정한 사람이나 관계, 혹은 감정에 대해 지나친 집착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이 된 시대, 사람들은 과거 연인의 흔적을 확인하거나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쓰고 있다.
필자는“디지털 세상에서 남겨지는 감정의 잔향이 집착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왜 이토록 매달리고, 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일까.
사진: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의 상당수가 특정한 사람이나 관계, 혹은 감정에 대해 지나친 집착을 경험하고 있다 AI이미지/대한기자신문
● 몸과 마음에 각인되는 집착의 생리학
최근 뇌과학 연구는 집착이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쾌락 회로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감정 중추인 측중격핵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중독과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도파민은 기쁨을 주는 동시에 집착을 강화하는 화학물질이다.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코르티솔 역시 지나치게 분비되면서 만성 긴장을 유발한다.
진화심리학은 이를 원시시대의 생존 본능에서 기인한 현상이라 설명하지만, 현대 사회에선 오히려 개인의 삶을 잠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지금, 당신을 옥죄는 집착의 얼굴들
첫째, 연인 또는 배우자에 대한 감정적 집착은 관계를 갉아먹는다. 누군가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답장이 늦을 때는 마치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에 휩싸인다. 이는 사랑이라기보다 불안의 또 다른 이름이다.
둘째, SNS는 비교의 전시장이 되었다. 친구의 여행 사진이나 지인의 결혼식 장면을 볼 때마다 자신이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왜 저렇게 살지 못할까’라는 질문이 마음을 조용히 괴롭힌다.
셋째, 일터에서의 인정 욕구 역시 집착의 형태로 나타난다. 자리를 떠난 후에도 상사의 평가, 동료의 반응을 끊임없이 상상하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없기에, 외부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애쓴다.
● 마음을 비우는 네 가지 실천법
가장 먼저, 스스로의 몸과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특정 사람에 대한 생각이 반복될 때는,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벼운 호흡 훈련만으로도 긴장은 많이 완화된다.
게다가 디지털 세계로부터의 거리두기다. 집착을 자극하는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특정 키워드나 이름을 검색하지 않도록 앱 설정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은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의도된 비접촉’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심리적 독립’의 선언이다. 타인의 감정이나 반응에 책임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되새기자. 지나치게 커진 존재를 머릿속에서 축소해보는 상상법도 유효하다. 이를테면, 집착 대상을 미니어처 인형처럼 작게 떠올려 보는 것이다. 심리적 거리가 곧 해방감을 부른다.
마지막은, 새로운 자신으로 살아보는 훈련이다. 매주 한 번은 전혀 다른 경험에 도전해보자. 왼손으로 일기를 써보거나, 처음 가보는 곳을 찾아보는 일 같은 작은 실험이 삶의 균형을 되찾게 해준다. 마음이 특정 사람에게 고정될 때마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 자유를 회복한 사람들의 고백
스토커 피해로 고통받았던 한 여성은, 추적 앱을 삭제한 뒤 시작한 도예 작업이 전시회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한 직장인은 승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 오히려 더 빠른 승진 기회를 얻었다고 회고했다.
또 한 대학생은, SNS 좋아요 수를 확인하지 않으니 하루 한 권 책 읽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무언가를 내려놓았더니 더 많은 것이 들어왔다”고.
●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신적 자유’의 징후들
서울 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자유지수’를 통해 자기 점검을 해볼 것을 권한다. 하루에 특정 사람을 반복해서 떠올리지 않는가,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는가, 실시간 알림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가, 과거보다 현재에 더 집중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당신은 이미 자유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 비움이야말로 만남의 시작이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엘런 랭어의 연구는 하나의 통찰을 안겨준다. 방의 공간을 30% 비워두자, 사람들의 창의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관계도 같다. 마음속 빈자리를 남겨둘 때, 그곳에 진짜 사람이 들어올 수 있다.
또 호스피스 간호사였던 브론니 베어가 말하는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는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산 것”이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진정한 삶은, 내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스쳐가는 조연일 뿐이다.
※ 본 칼럼은 정신건강 전문기관의 조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본 후원금은 공정하고 영향력 있는 언론을 위한 기반으로 사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