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수필가는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인지 실패
김봉구/ 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자동차 운전을 25세에 시작한 나는 운전경력이 58년 됐다. 무사고 기록을 유지하면서 한때는 긍지도 가졌다. 과속이나 규칙위반 등의 범칙금 통지를 받으면 나의 자만심이 인지기능을 과신한 데서 비롯됐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 후 안전거리 확보와 안전한 주행속도 유지가 관건이라 믿고 철저히 지키고 있다. 고령에 접어들면서 시각이 좁아지는 현상을 느끼면서 차선변경을 않도록 하며 장거리운행을 가급적 피한다. 야간 운행도 마찬가지다.
나는 운전을 배우기 전에 자동차를 먼저 샀다. 딜러가 거주지까지 운전해 도착한 후 주차하고 열쇠를 넘겨주었다. 그냥 이틀을 그대로 세워두었다. 어차피 익히고 운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한국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곳도 없었다. 차에 올라 운전대 계기판과 좌우 신호 레버 부러쉬 기능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키를 꽂고 시동을 건 후 직진 후진을 익혔다. 천천히 주거지를 한 바퀴 돌아서 쭉 뻗은 시골길을 따라 주행했다. 운전하다가 문득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넓은 공간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전진했다. 적절한 장소를 발견하고 멈춰섰다. 한 참 생각해서 후진에 이은 회전 성공으로 아파트에 돌아왔다. 처음 운전 연습이지 만 성공이었다. 다음 날부터 일주일 정도 반복연습하면서 주행시험에서 가장 어렵다는 페러렐 파킹을 독학으로 익혔다.
도로주행을 하다 보면 ‘초보운전’ 표시나 ‘아기가 타고 있어요’ 아니면 ‘왕초보’라는 표시를 유리판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얼핏 운전하는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운전을 처음 배울 때를 떠 올려보면 신중하고 주의 깊게 운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초보운전은 안전하다. 도로는 그 성격이 공공재 특성을 띠고 있으므로 초보자의 운행이 다른 운전자를 방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빈번히 일어나는 교통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함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신중한 운전이 고마울 때가 많다.
인지기능은 운전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요소이다. 오랜 운전 경험을 통해서 나는 인지기능의 과실이 자만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젊음에서 나오는 운전의 능숙함과 자신감이 빚어낸 것이 아닐까. 도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현상을 우리는 자주 맞이한다. 그때마다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부주의가 빚어낼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슬며시 앞차를 부딪치거나 미끄러지면서 접촉하는 상황은 분명히 교통사고이다. 앞차의 뒤 범퍼나 부딪친 차의 범퍼에 아무런 흔적이 없어도 보험사에 사고신고 접수를 한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접촉장면을 확인하고 그냥 가라고 이야기하는 선한 분을 만날 수도 있다. 옛날에는 흔한 장면이었다.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제일 위험한 행위는 졸음운전과 음주운전이라고 할 수 있다. 졸음운전은 교통 체증시에 자주 경험하게 되는 가벼운 접촉사고에서부터 차선이탈에 따른 각종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나는 안동 대구 부산 등지로 운전을 하면서 어려움을 경험한 결과 요즘은 아예 장거리운전을 기피하게 되었다. 졸림현상 때문이었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느끼면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오랫동안 휴식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장거리 운전은 목적지로 향할 때는 문제가 적었으나 귀가할 때가 더 딜렘머였다.
음주운전은 신체기능의 변화를 가져와 대형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음주행위는 우리를 겁이 없고 과감하게 또 의욕적이게 만드는 신체활성화 기능이 있어서 문제가 된다. 나는 서초구 아들 집에서 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복주 한 잔을 하고 귀가하려고 운전해오던 중 정자동에서 도로를 막고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현장을 맞 딲뜨렸다. 음주측정기를 입에 대고 크게 불라고 해서 응했다. 측정기를 바꾸어서 다시 불어보라고 했다. 그때 잔뜩 긴장되면서 크게 불었다. 그 후 그냥 가라고 했을 때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후부터 모임이 있을 때는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습관으로 바꾸었다
고령자 운전을 생각해 본다. 나는 75세부터는 주의력 부족 시각이 좁아지는 현상 행동의 민첩성이 떨어지는 것 등을 느끼기 시작했다. 운전할 때는 횡단보도를 확인하고 신호등을 잘 지키며 보행자 유무를 확인한다. 우회전시는 보행자 신호등이 빨강색으로 바뀔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시야의 한계를 감안하여 차선변경은 피한다. 꼭 필요한 경우는 백미러로 확인한 후 신호 깜박이를 켠 후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안전거리 확보와 안전한 주행속도가 관건이다. 나는 고령화에 따른 시력저하와 시야 축소 현상이 인지 실패와 부주의를 초래하는 원인이므로 신중하게 운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보운전은 안전하고 보호할 가치가 크다. 도로의 통행은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규칙 위반과 교통사고는 운전자의 과실에서 비롯되고 ‘인지기능의 실패’는 방심과 자만심이 큰 몫을 한다고 믿는다.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이 맡다. 교통표지판 삼가형 내에 양보라는 글씨가 좌우로 새길 표시로 바뀌었다. 잘한 일이다. Yield를 양보라고 했던 잘못을 바로잡은 것이다. 고령운전자가 되면서 차선변경은 가급적 피하고 교차로에서 회전 시 보행자와 차량을 살피고 ‘가다 서다’의 상황에서는 주의력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 장거리 운전과 야간운전은 하지 않는 습관을 몸에 익힌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