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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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면규논설위원(박사)

 

[대한기자신문 송면규논설위원(박사)]=얼마 전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력 블랙아웃은 유럽의 한여름을 충격에 빠뜨렸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전력 수요는 치솟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망은 이를 감당하지 못한 채 일부 지역에서 순식간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 멈춰 선 지하철, 정지된 병원의 기기. 우리는 이런 장면을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여름철 전력예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 여전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고, 전력망은 일부 지역에 과부하가 집중되는 취약한 구조다.

 

여기에다 기후 위기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의 흐름 속에서,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고 있는 현실은 오히려 새로운 불안을 낳고 있다.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균형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조건에 민감한 간헐성에너지원이다.

 

해가 지거나 바람이 멈추면 전기는 곧 끊긴다. 이를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은 아직 비용과 안정성 면에서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고, 계통 연결과 전력 품질 유지도 기술적 난제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프랑스·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넷제로’(탄소중립)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원전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다. 유럽연합(EU)2022년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공식 분류하면서 정책 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몇 년간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서 노후 원전의 조기 폐쇄, 신규 건설 중단 등이 이어지며 공급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전력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전기차·AI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수요는 예측조차 어렵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를 지키면서도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상호 보완되는 체계적 설계가 필요하다.

 

에너지 정책은 어느 하나에 올인해서는 안 된다. 태양광과 풍력, 수소,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이 조화롭게 구성되어야만 위기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전력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더불어 분산형 전력 시스템, 스마트 그리드, 장기 저장 기술 등 기술적 투자와 전력망 인프라 개선도 동반되어야 한다.

 

스페인의 블랙 아웃은 기후 위기 시대의 경고등이다.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안일한 기대, 혹은 친환경이라는 말에 갇힌 낙관은 현실의 전력난 앞에 무기력해진다. 전기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근간이자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망이다.

 

이제 우리는 묻고 답해야 한다

당신이 지금 누리는 전기, 내일도 당연히 흐를 것이라 믿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 뿌리내린 균형 잡힌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

 

연일 30°를 훨씬 뛰어넘는 폭염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 경고가 내려졌다는 언론 보도는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증거 다름 아니다.

 

따라서 스페인의 대규모 정전 사태는 이제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바로 우리의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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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스페인의 블랙아웃, 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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