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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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상선 수필가는 경남 함안 출생,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목회대학원 신학석사 졸업, 미국 코헨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중이며 영남총회신학교 교수 역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현재 새생명교회 담임목사로 봉직하고 있다

바다

 

강상선/ 수필가,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모래 위를 걷는다. 어싱 Earthing은 맨발로 땅과 접촉하여 지구의 한 표면을 걷는 행위이다. 멀리서 가까이서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와서 맨발로 촉촉한 해변을 걷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른도 아이도 강아지도 덩달아 모래 위에서 춤을 추며 뛰논다. 하얗게 부서져 오는 파도를 보며 여기저기 모여드는 사람과 사람들, 하얀 피부 그을릴 새라 모자 쓰고 머플러 두르고 걷어서 올린 바지 위로 물옷 입고서 걷는다. 물 걷힌 모래 위에 발자국 남길 때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너울성 파도가 있는 곳이니 각별히 주의하라는 경고의 소리도 들려온다. 파도가 밀려와 지나온 흔적 지워버리고 은빛 물결 사이로 그리운 친구가 달려오는 느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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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신대원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목회대학원 졸업. 신학석사 미국 코헨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중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영남총회신학교 교수 역임 현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세상을 사노라면 좁은 마음으로 감당할 수 없어 바다를 찾기도 하고, 혼탁한 마음을 씻겨주는 것 같아서 바다를 찾기도 한다. 몹시도 힘들었을 때 출렁이는 파도를 보며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남 앞에 나서기조차 어려웠을 때 나를 반겨준 바다는 내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언제나 뛰어가더라도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었고, 힘이 없을 때 힘을 주는 바다, 내가 교만할 때 나를 돌아보게 하는 바다이다. 나를 높여주기도 하고, 나를 낮추기도 하는 바다, 이날도 그 바다를 찾았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삶의 찌꺼기들을 한숨에 날려 보낼 수 있는 바다가 좋아 아침 일찍 달려가기도 한다. 세상사 시끄러운 소리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다 받아주는 바다, 하얀 파도가 넘실대며 달려오는 모습만 봐도 벌써 마음이 밝아진다.

공공근로자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근로자의 노동복을 입어야만 하기에 땀띠가 올라오더라도 끼어 입고서 말없이 수고를 거듭하고 있다. 해변 길을 걷는 이들이 다칠까 봐 조개껍질이랑 위험한 것들을 줍느라고 한창이다. 강아지도 아이들도 뛰노는 모래밭을 치우느라 땀을 흘리는 것이다. 희망을 품고 하늘을 나는 갈매기도 즐거운 듯 머리 위로 빙빙 돌아보고 즐기고 있다. 오늘따라 파도가 무섭게 달려오는 느낌이다. 억울한 이 세상을 바라만 보기엔 너무 한심한 모습으로, 어쩌면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모래 위로 한참을 걸어가 바위에 몸을 기대어 본다. 저 멀리 국가의 손을 놓치고 만 진우도를 바라보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1950년 한국전쟁의 고아들이 생활하던 진우원이라는 고아원이 있었다. 400여 명의 전쟁고아들을 수용한 곳이다. 19599태풍 사라로 인해 130여 채의 주택이 모두 쓸려가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였고, 진우원의 고아 400명의 운명이 한꺼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한 명도 구출하지 못했다는 소식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떤 생명이던가? ‘하나님께서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이 땅에 보낸 생명이 아니든가 그런데 어찌하여 흔적도 없이 살아졌는가?’ 참으로 가슴 아픈 얄궂은 인생 틀에 갇혀버린 것이다. 할말을 잊은 채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일이었다.

출렁이는 바다는 몰려오는 하얀 파도를 맞이하여 새로운 기폭제를 만들어내는 느낌마저 들었다. 얕은 물가에서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도 요리조리 떼를 지어 노닐며 커가는 연습을 마구 하는 것 같기도 하여, 물고기들이 거니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여 한참을 물속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웃어대기도 하였다. 조금 더 자라면 홀로 더 깊은 곳으로 가겠지, 사람이 안 보이는 깊은 곳으로 말이다. 저 멀리서 통통배 소리가 들려온다. 바다에서 삶을 찾아 누리는 어부들의 놀이터에 강아지도 물 만난 고기 마냥 뛰어다니는 아름다운 풍경은 해변에서만 보는 모습들이다.

고향이라 할 만큼 정든 마산은 아련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한참 나라에서 국방 성금을 의무적으로 각출하던 때였다. 여고 시절에,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한 톨의 국방비를 우리 손으로 헌납하자는 뜻을 모아, 학생회에 제안하여 여학생 20명 가량이 한마음이 되어 보람을 얻은 일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국방성금 모금합니다라는 띠를 가슴에 두르고, 뜨거운 날씨에 가포 해수욕장에서 아이스께끼 통을 어깨에 메고 아이스께끼외치던 모습이 상상이 된다. 세라복을 입은 학생들이 국방성금을 위해 땀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뜻 있는 어른들이 성금함에 많은 돈을 넣기도 하여 아이들이 더욱 힘을 내었고 보람을 얻은 날이기도 하였다. 수익금을 신문사에 가져가는 그 모습은 가슴이 벅차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내 모교 성지여고에는 금요일이면 학교 뒷동산에 올라 체력을 단련하는 시간이 있었다.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앉아 합포만을 바라보며 저 바닷물은 몇 바가지일까?’ 질문을 하면 저 바다만 한 크기의 한 바가지이지답하던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바다, 마치 부모님이 어린 자녀에게 할말을 다하지 못하고 받아주기만 하는 바다가 너무 좋다. 언젠가는 나도 저 바다처럼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큰 그릇이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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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강상선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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