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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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단해 보여도 쉽게 부서지는 내면

남자니까 참고 견뎌야지.”

가장이니까 묵묵히 버텨야지.”

울면 안 되지, 남자가 왜 그래.”

 

[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말은 오랜 시간 남성들에게 일종의 훈장처럼 주어졌다. 한 가정의 기둥이자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대 속에서, 많은 남성이 감정 표현을 억누른 채 살아왔다.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아파도 말하지 않고, 지쳐도 쉬지 못하며, 단단해 보이기를 강요받았다.

 

남자의 삶은 겉보기엔 강건해 보인다. 직장에서 성실히 일하고, 가족을 돌보며,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모습은 남자다움의 전형처럼 비쳐 진다. 하지만 그 이면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검열에 시달리며, 외로움과 정서적 고립을 내면 깊이 품고 살아가는 존재. 그것이 현실 속 남성들의 자화상이다.

 

퇴직 후, 나는 다양한 남성들과 인생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다. 대화 속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 있다. “사실은 그때 정말 힘들었다라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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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송면규논설위원(박사)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좌절, 감정의 무게, 책임의 압박.

그들은 평생을 말하지 않는 법을 배워왔고, 그로 인해 마음속 감정 창고는 눌러 담긴 짐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짐을 더는 감당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조용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가 남자들에게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속마음을 꺼내는 일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남성 관계는 함께 술 한잔으로 위로를 갈음하고, 감정을 말로 풀어내기보다는 행동이나 침묵으로 감정을 흘려보낸다.

 

특히 중년 이후, 남자의 삶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퇴직과 은퇴는 정체성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 더 이상 회사 사람으로 불리지 않고, 자녀들도 부모의 손길에서 점점 멀어질 때, 한 남자는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선다.

 

명함은 사라졌고, 부르던 호칭도 줄었다. 그 자리에 남은 건 침묵, 그리고 묵직한 시간이다.

하지만 남자의 삶은 결코 약하거나 무의미하지 않다. 오히려 그 안에는 표현되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응축돼 있다.

 

젊은 날의 열정, 실패 뒤의 반성, 자녀를 향한 사랑, 배우자를 위한 희생, 그리고 자신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두려움과 바람.

 

이 모든 것은 단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 남자의 삶을 구성하는 풍경들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남자도 슬퍼할 수 있고, 위로받아야 하며, 연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 전체가 인정해야 한다. 감정을 나누는 것이 약함이 아니라 용기라는 사실을, 특히 남성들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남자다움은 더 이상 묵묵히 참는 것이 아니다. 진짜 남자다움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책임과 배려를 균형 있게 나누는 데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남성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안의 감정을 나누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이제 남자의 삶을 평가하기보다 이해해야 할 때다.

이해의 시작은,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남자의 삶에도 언어가 생기고, 따뜻한 이름 하나쯤 붙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금 더 세부적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필자가 집필한 남자의 삶e- Book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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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남자의 삶, 외로움과 책임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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