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단해 보여도 쉽게 부서지는 내면
“남자니까 참고 견뎌야지.”
“가장이니까 묵묵히 버텨야지.”
“울면 안 되지, 남자가 왜 그래.”
[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말은 오랜 시간 남성들에게 일종의 훈장처럼 주어졌다. 한 가정의 기둥이자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대 속에서, 많은 남성이 감정 표현을 억누른 채 살아왔다.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아파도 말하지 않고, 지쳐도 쉬지 못하며, 단단해 보이기를 강요받았다.
남자의 삶은 겉보기엔 강건해 보인다. 직장에서 성실히 일하고, 가족을 돌보며,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모습은 ‘남자다움’의 전형처럼 비쳐 진다. 하지만 그 이면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검열에 시달리며, 외로움과 정서적 고립을 내면 깊이 품고 살아가는 존재. 그것이 현실 속 남성들의 자화상이다.
퇴직 후, 나는 다양한 남성들과 인생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다. 대화 속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 있다. “사실은 그때 정말 힘들었다”라는 고백이다.

사진: 송면규논설위원(박사)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좌절, 감정의 무게, 책임의 압박.
그들은 평생을 ‘말하지 않는 법’을 배워왔고, 그로 인해 마음속 감정 창고는 눌러 담긴 짐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짐을 더는 감당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조용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가 남자들에게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속마음’을 꺼내는 일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남성 관계는 ‘함께 술 한잔’으로 위로를 갈음하고, 감정을 말로 풀어내기보다는 행동이나 침묵으로 감정을 흘려보낸다.
특히 중년 이후, 남자의 삶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퇴직과 은퇴는 정체성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 더 이상 ‘회사 사람’으로 불리지 않고, 자녀들도 부모의 손길에서 점점 멀어질 때, 한 남자는‘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선다.
명함은 사라졌고, 부르던 호칭도 줄었다. 그 자리에 남은 건 침묵, 그리고 묵직한 시간이다.
하지만 남자의 삶은 결코 약하거나 무의미하지 않다. 오히려 그 안에는 표현되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응축돼 있다.
젊은 날의 열정, 실패 뒤의 반성, 자녀를 향한 사랑, 배우자를 위한 희생, 그리고 자신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두려움과 바람.
이 모든 것은 단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 남자의 삶을 구성하는 풍경들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남자도 슬퍼할 수 있고, 위로받아야 하며, 연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 전체가 인정해야 한다. 감정을 나누는 것이 약함이 아니라 용기라는 사실을, 특히 남성들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남자다움은 더 이상 ‘묵묵히 참는 것’이 아니다. 진짜 남자다움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책임과 배려를 균형 있게 나누는 데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남성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안의 감정을 나누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이제 남자의 삶을 평가하기보다 이해해야 할 때다.
이해의 시작은,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남자의 삶에도 언어가 생기고, 따뜻한 이름 하나쯤 붙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 조금 더 세부적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필자가 집필한 “남자의 삶”을 e- Book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대한기자신문
*계좌: 우체국 110-0053-16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