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80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자, 미래를 향한 선언의 날이다. 1945년의 광복이 외세로부터의 해방이었다면, 2025년의 광복은 국민이 국가의 모든 영역에서 주인이 되는 ‘국민 주권 시대’의 서막이어야 한다.
올해 우리는 광복 80년을 맞이한다. 1945년 8월 15일,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그날의 함성은 한 세대를 넘어, 민족의 DNA 깊숙이 새겨져 있다.
광복은 단순히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사건이 아니라, 주권을 되찾아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출발점이었다.
8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과연 ‘국민 주권’이라는 이상을 온전히 실현하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 역사의 빚과 책임
광복 이후 한국 사회는 격동의 현대사를 걸어왔다. 6·25 전쟁의 참화를 딛고 경제 성장의 기적을 이뤘으며, 민주화를 향한 숱한 도전과 희생 속에서 오늘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왔다.
주권이란 단어는 결코 추상적 구호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권은 국민 개개인의 삶 속에서 숨 쉬고 작동해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국민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 주권의 본질은 ‘참여’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다. 이 조항은 선언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근본 원리다.
현실에서 국민은 종종 정책의 수혜자로만 머물고, 결정 과정의 적극적인 주체가 되지 못했다. 광복 80년을 맞은 지금이야말로 국민이 국가 정책 형성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제도와 문화를 확립해야 할 시점이다.
주민 참여예산, 국민발안제, 숙의 민주주의 등 제도적 장치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 국제질서 속의 주권
오늘날 주권은 국경 안에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안보 환경 등 초국경적 과제가 국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미국·중국 등 강대국의 전략 경쟁, AI와 핵심 기술 경쟁, 에너지 자원 확보전은 우리의 외교·경제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 주권 시대는 외교 주권을 포함해야 하며, 국익 중심의 외교, 균형 있는 대외관계가 필수다. 광복은 외세로부터 벗어난 것이었지만, 21세기 주권은 국제질서 속에서 스스로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
● 경제 주권의 확립
경제 주권은 단순한 자원 보유를 넘어, 생산·유통·소비 구조 전반에서 자율성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첨단 기술 인재를 양성하며, 안정적인 식량·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주권 수호의 기초다.
또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는 경제 주권의 내실을 다지는 과제다. 국민 모두가 성장의 열매를 공유할 때 주권의 토대는 더욱 단단해진다.
● 사회·문화 주권의 확장
문화와 여론은 보이지 않는 주권의 영역이다. K-콘텐츠, 한류, 디지털 플랫폼 영향력은 우리의 소프트파워를 확장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플랫폼 종속, 허위정보 확산, 문화 다양성 훼손 등의 위험도 존재한다. 올바른 정보 환경을 조성하고, 우리 문화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은 국민 주권 시대의 중요한 책무다.
주권은 물리적 영토만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적 공간’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
정치는 주권의 핵심 무대다. 한국 정치의 현실은 여전히 대립과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
국민 주권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정치가 국민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인의 책임성과 윤리를 강화하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제도권에 반영될 수 있는 다원적 정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때 주권은 비로소 완성된다.
● 미래 세대와 주권
광복 100년을 준비하는 20년은 미래 세대의 몫이다. 기후위기, 기술혁신, 고령화 사회 등 복합 위기를 해결할 주체는 지금의 청년과 청소년이다.
그들이 주권의 가치를 체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속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교육과 기회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주권은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키워가는 것이다.
● ‘광복 80년, 새로운 선언’
광복 80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자, 미래를 향한 선언의 날이다. 1945년의 광복이 외세로부터의 해방이었다면, 2025년의 광복은 국민이 국가의 모든 영역에서 주인이 되는 ‘국민 주권 시대’의 서막이어야 한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국민의 의지가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국가, 그것이 우리가 열어가야 할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제 우리는 광복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 그것은 단지 과거의 승리가 아니라, 현재의 과제이며 미래의 약속이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때, 나라는 비로소 광복의 완성을 이룬다. 광복 80년, 이제는 국민 주권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글/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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