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1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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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여행이 남긴 사색과 다짐..
  • 오늘날의 만리장성은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로 붐빈다. 한 손에는 셀카봉을, 다른 손에는 물병을 든 채,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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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창호 기자] 베이징 북쪽으로 차를 달리면, 한동안 빽빽한 고층 건물과 붉은 지붕의 주택들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인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등성이 위로, 길고 단단한 성벽이 능선을 따라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바로 인류 최대의 건축물 중 하나, 만리장성이다.

‘만리’라는 이름은 실제 거리보다 상징이 크다. 역사서에 따르면 만리장성의 총 길이는 구간과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가장 긴 경우 2만 1천km를 넘는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을 수백 번 왕복하는 거리와 맞먹는다. 수천 년에 걸쳐 축조되고 보수된 이 장성은 단순한 군사 방어 시설을 넘어, 중국 문명과 민족 정체성을 응축한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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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과 하늘, 그리고 성벽의 조화


많은 이들이 찾는 구간은 ‘팔달령(八达岭)’이다. 이곳은 베이징에서 접근이 편리하고, 성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아침 일찍 도착하면, 산 위를 감싸 안듯 이어진 성벽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돌과 벽돌로 단단히 쌓인 구조물 위에 서면, 한쪽은 끝없이 펼쳐진 북방의 초원, 다른 한쪽은 울창한 숲과 계곡이 번갈아 시선을 잡아끈다.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감정이 밀려온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뒤돌아본 풍경이 모든 피로를 씻어준다. 바람은 세차게 불지만, 그 바람 속에는 수백 년 전 장성을 지키던 병사들의 기척이 서려 있는 듯하다. 


그들이 이 바람을 맞으며 어떤 심정으로 북쪽을 바라보았을지, 잠시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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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성에서 이창호 기자의 현장 르뽀

 

 

■ 장성에 깃든 역사와 사람


만리장성의 기원은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 제후국이 서로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성벽을 쌓았고,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뒤 이를 연결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후 한나라, 수나라,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장성은 시대마다 다시 쌓이고, 보강되었다. 특히 명대의 장성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형태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지녔다.


장성은 단순히 ‘적을 막기 위한 장벽’이 아니었다. 그것은 교역로를 지키는 울타리였고, 문화와 물자의 흐름을 조절하는 경계선이었다. 


북방 유목민과의 대치 속에서도, 장성 너머로는 교류와 혼합의 역사가 이어졌다. 장성 위의 망루에서 연기를 올려 경고를 알리고, 계절이 바뀌면 군마와 상인이 함께 이 길을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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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만나는 ‘현재의 장성’


오늘날의 만리장성은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로 붐빈다. 한 손에는 셀카봉을, 다른 손에는 물병을 든 채,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병사들이 들었던 것은 창과 활이었고, 오늘날 여행자가 드는 것은 카메라와 휴대폰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팔달령 외에도 목장성(木长城)이라 불리는 내몽골 구간, 황토로 쌓인 산서성 구간, 바다로 이어지는 산해관(山海关)까지, 장성의 모습은 지역에 따라 다채롭다. 


어떤 곳은 고스란히 옛 모습을 간직했지만, 어떤 곳은 세월과 풍화로 무너져 잡초가 무성하다. 이 또한 장성이 품은 시간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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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에서 느끼는 교훈


만리장성 위에 서면, ‘장벽’이라는 단어의 양면성을 느끼게 된다. 장벽은 우리를 지켜주는 울타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가르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수백 년 전의 장성은 외적의 침입을 막았지만, 오늘날 세계는 물리적 장벽보다 심리적 장벽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 


언어, 문화, 이념, 경제…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가 때로는 더 견고한 ‘장성’을 만든다.


역사는 말한다. 장성은 완벽한 차단막이 아니었다고. 장성 너머로 사람들은 여전히 만나고,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받았다. 

 

장벽이 아무리 높아도 인간의 호기심과 필요, 그리고 소통의 욕망은 결국 그 벽을 넘어간다. 이것이 장성이 오늘날에도 주는 가장 큰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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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끝, 또 다른 시작

 

해질 무렵 장성에 서면, 붉게 물든 하늘과 그림자처럼 드리운 성벽이 한 폭의 수묵화를 이룬다.

성벽 위를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위에 쌓인 수많은 이야기와 사람들의 숨결을 떠올려본다.

어쩌면 여행이란, 이런 순간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서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리장성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가장 긴 이야기’이며,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성벽 위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함께  미래를 바라본다. 또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우리 시대가 만드는 장성은, 사람을 가르는 벽이 아니라 마음을 잇는 진정한 교류의 다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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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단독] 하늘과 맞닿은 성벽, 중국 역사를 품다...세계문화 유산 '만리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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