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은 고대의 장성과 그 주변에서 이어온 이야기들을 줄기로 한다. 장성을 쌓고 지키던 병사와 백성의 삶, 그리고 전쟁과 평화의 교차점을 서사 속에 녹인다. ‘몰입형’이라는 이름답게, 관객은 단순히 객석에서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배우들의 동선과 이야기 속에 관객이 함께 흡수된다. 장성의 돌 하나, 횃불 하나가 실제 내 앞에서 놓인 듯 생생하다.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기자] 팔달령 장성에서 불과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베이징 세계원 공원. 오후 무렵 이곳에 들어서면, 장성의 위엄과 전통이 색채와 음악, 배우들의 숨결과 함께 살아난다.

이름하여 〈몽화장성(梦华长城)〉. 북경 북부에서 장성을 주제로 한 최초의 대형 음악 드라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신작’을 표방하며, 전통과 현대가 섞인 무대 위에서 관객을 시간 여행자로 만든다.
고대와 현대를 잇는 서사
공연은 고대의 장성과 그 주변에서 이어온 이야기들을 줄기로 한다. 장성을 쌓고 지키던 병사와 백성의 삶, 그리고 전쟁과 평화의 교차점을 서사 속에 녹인다. ‘몰입형’이라는 이름답게, 관객은 단순히 객석에서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배우들의 동선과 이야기 속에 관객이 함께 흡수된다. 장성의 돌 하나, 횃불 하나가 실제 내 앞에서 놓인 듯 생생하다.
메인 무대는 〈사유(思乡)〉, 〈축성(筑城)〉, 〈랑연(狼烟)〉, 〈량신(良辰)〉 네 막으로 구성된다. 이름만 들어도 장성의 역사와 인간적인 갈등이 떠오른다. ‘사유’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병사의 독백처럼 서정적이고, ‘축성’에서는 돌을 나르고 성벽을 쌓는 노동의 리듬이 웅장한 음악과 함께 전해진다. ‘랑연’은 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화의 긴박함을, ‘량신’은 드물게 찾아오는 평화로운 시간을 담아낸다.

소극장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무대
〈몽화장성〉의 매력은 메인 공연에만 있지 않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소극장 공연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월궁선영(月韵仙影)〉에서는 달빛 아래 신비로운 무용이 펼쳐지고, 〈흑백대결(黑白对弈)〉에서는 장기판 같은 무대 위에서 흑과 백의 철학적 승부가 이어진다. 〈거울 미로〉는 반사와 왜곡을 이용해 관객의 시각을 교란시키고, 〈용의 포효〉와 〈불빛 축가〉는 타오르는 불길과 북소리로 감각을 자극한다.
이러한 공연들은 관객이 단지 소비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배우들과 손을 잡고 무대에 오르거나, NPC와 대화를 나누며 극 속 일부가 되기도 한다. 특히 저녁이 되면 개방되는 ‘몰입형 야간 투어’는 공연의 백미다. 화톳불 앞에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며, 음식과 이야기를 나눈다. 무대가 끝나도 그 여운은 불씨처럼 오래 남는다.
문화와 관광의 결합
〈몽화장성〉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베이징 외곽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문화 상품이다. 장성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은 이제 단순한 유적 관람을 넘어,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경험한다. 이는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 모델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몰입형 공연’이라는 장르를 급격히 발전시켰다. 과거의 고정된 무대 구조에서 벗어나, 공간 전체를 무대화하고 관객을 서사의 일부로 만드는 방식이다. 〈몽화장성〉은 그 중에서도 대규모 야외 공간과 역사 콘텐츠를 결합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장성이 건네는 메시지
장성은 본래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어진 거대한 방벽이었다. 하지만 수백 년이 흐른 지금,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것은 화살과 북소리가 아니라 음악과 노래다. 〈몽화장성〉은 장성의 기능을 ‘분리’에서 ‘연결’로 바꾸어 놓는다. 역사적 상처를 기억하되, 현재의 우리는 예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다.
관객이 몰입해 즐기는 그 순간, 장성은 더 이상 차가운 돌벽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무대이자, 인류 보편의 이야기 고향, 사랑, 갈등, 화해를 품은 거대한 책장이 된다.

베이징의 여름밤, 장성 너머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공연을 마치고 돌아서는 길. 장성의 돌틈에 깃든 수많은 이야기들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몽화장성〉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되어, 관객 각자의 마음 속에 또 하나의 장성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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