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홍규 대기자의 칼럼
산업혁명부터 AI 혁명까지, 기술이 바꾼 일자리
18세기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회의 시대였지만, 동시에 수많은 전통 직업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농경 사회의 일꾼들은 도시로 몰려들며 공장의 노동자가 되었고, 증기기관과 방직기는 인간의 손을 대체했다. 그로부터 200년, 컴퓨터와 자동화 기술은 또다시 ‘일자리의 재편성’을 불러일으켰다. 타자수, 전화 교환원, 사진 필름 현상가 같은 수많은 직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정보기술과 서비스업, 창의적인 컨설팅 같은 새로운 직군이 대신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공지능(AI) 혁명은 속도와 파급력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 일자리의 60% 이상이 AI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고, 글로벌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최대 3억 명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주 5일제, 8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한다면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적은 인원으로 생산성을 충당할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 총량은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기술 발전의 그림자: ‘방탄차 사회’의 가능성
AI 혁명이 가져올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의 감소”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기술의 열매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경제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기술의 혜택이 자본을 쥔 소수 기업과 플랫폼에 집중된다면, 부와 기회는 더욱 불균형적으로 분배될 것이다. 이런 격차가 극단적으로 확대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멕시코, 브라질 등 극단적 빈부격차를 경험하는 국가들에서 이미 그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유층은 방탄차 없이는 외출하지 못하고, 안전과 주거, 교육의 비용이 개인들에게 전가되면서 부자조차 불확실한 사회적 환경에서 불안정한 삶을 지속한다. 우리는 이를 ‘방탄차 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
AI 시대의 대안: 시간과 기회의 재분배
다행히도 방탄차 사회로 향하지 않을 길이 존재한다. AI를 활용해 증대된 생산성을 시간으로 환원하는 방식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영국과 아이슬란드에서 진행된 ‘주 4일제 근무’ 실험은 이와 같은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영국의 주 4일제 실험에 참여한 기업의 92%는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생산성과 매출이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와 일의 효율성이 함께 높아진 것이다.
독일의 ‘Kurzarbeit(단시간 근로 보전제)’도 참고할 만하다. 독일은 경제적 위기가 닥쳤을 때 근로자 해고 대신 근로시간을 축소하고, 이를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을 보호했다. AI 시대에도 이러한 시간 나눔과 고용 안정 제도는 필수적이다.
조세 구조와 재교육: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 확보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노동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현재의 조세 구조도 과감히 개선되어야 한다. 대신 자본과 무형자산, 데이터 독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임금 인상과 재교육을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재교육은 개인이 선택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 AI는 기존 직업을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것이지만, 이 전환은 적절한 교육 지원이 없으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AI의 에너지 부담과 지속 가능성
AI 기술의 또 다른 문제는 그 높은 전력 소모량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전 세계 소비 전력의 1.5%를 차지하며, 이 수치는 가까운 미래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AI의 발전이 지속 가능하려면 전력 및 에너지 인프라를 빠르게 확충하고, 동시에 친환경적인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AI는 우리에게 두 개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불안과 불평등이 극대화된 사회이며, 다른 하나는 모두가 더 적게 일하고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여가의 배당’ 시대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 앞에 서 있다. AI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인류는 기술을 인간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우리는 기술의 하수인이 될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 인류는 지금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를 결단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놓여 있음을 심각하게 고민하여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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