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1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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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연 작가는 경남 하동 출생,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건설경영학 전공, 공학석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가로 등단,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문예창작반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건설단체 근무'36년', 건설교통부장관 표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접히고 접히고 접다

 

조선연/ 수필가

 

이제부터 누워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콧방울을 에워싸고 있던 팔자 선과 입가의 짙은 음영이 보이지 않는다. 오뚝 서 있는 코는 얼굴 중심을 잘 잡고 있다. 방금 끝낸 마사지로 이마와 광대엔 백열등이 켜진 듯 반짝인다. 누워서 손거울로 보는 얼굴이 십 년 전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듯하다. 일어나 앉으면 금방 십 년 후로 다시 돌아온다. 흐르는 시간을 거스를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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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연/ 수필가

거울 속 나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예전 같은 화장술로 짙어진 주름과 처진 얼굴을 숨길 수 없음이 우울하다. 지우개로 지우듯 쿠션을 펴 바르고 손끝에 정성을 다하여 안간힘을 써 보지만 주름은 가려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화장이 아니라 피에로처럼 분장해야 할 것 같다. 눈 밑에 앉은 작은 굴곡과 입가로 스미는 얕은 골은 지금의 화장술로 감추기에 힘겹다. 시간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사람들 마음이 어디 그런가. 현대 의학을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젊음을 유지하려 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주위로부터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를 추천 받았지만 병원 문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몇년째인가. 인상이 더 참혹해지거나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모습으로 바뀔까 봐 두려워서이다.

 

젊었을 때 예쁘다는 얘기는 조금 들었어도 인상이 좋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날카로운 콧날에 눈구석보다 눈꼬리가 여우 눈같이 치켜 올라간 눈매 때문이다. 부모님께서도 우리 딸이지만 얼음공주 같다라고 하셨다. 주위 사람들은 말 걸기를 꺼렸다. 좋은 말로 되돌려 받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단다. 오해다. 친한 사람들은 나를 선인장 같다고 한다. 겉에는 가시가 잔뜩 돋아 있지만, 안쪽에는 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란다. 그랬던 나도 세월이 달래준 덕분에 눈꼬리가 사슴 눈을 닮아 가는 듯 살포시 내려와 있다. 내가 보기엔 중년의 인심 좋은 아주머니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젠 입가 주름으로 심술궂은 표정이다. 입꼬리에서 턱선으로 내려오는 두 줄기 음영은 실을 당기듯 나를 조종하는 마리오네트의 끈처럼 선명하다.

 

친구가 선물로 준 화장품에 반했다. 얼굴에 살살 문지르니 가시가 찌르는 듯 따끔따끔하다. 피부에 상처를 내 새살을 돋게 하는 원리라고 한다. 요즘 한 번만 붙여도 눈 밑에 늘어진 피부가 올라붙는 화장품 광고를 자주 본다. 마리오네트 주름을 지울 방법이 있다면 큰 바늘에 찔려 피가 나더라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화장품 가게를 여학교 때 교문 밖 점방 드나들 듯하다가 니들 패치를 발견했다. 개봉하니 백 원짜리 동전 크기에 가시를 품고 여섯 개가 들어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성분이 스며들어 피부가 진정된다는 설명이다. 붙이기만 하면 광고처럼 금방이라도 십 년 전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입가 양쪽에 두 개를 찔러 붙였다. 자다가 일어나 패치를 떼고 거울로 달려가 확인한다. 붙이기 전과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틀 연속 똑같이 사용해 봤다. 어제와 똑같다. 하루아침에 광고처럼 지워질 것으로 생각한 내가 어리석다.

 

문득 떠오른다. 현대 철학자 들뢰즈는 세계가 거대한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모든 존재는 평평하지 않고 안과 밖, 정신과 육체, 나와 타인은 서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주름처럼 접히고 이어진다고 했다. 그의 철학적 이미지를 빌려와 나의 얼굴에 붙여 본다. 웃음으로 접히고 울음으로 접히고 사유로 접혀 있다. 겹겹이 접인 주름은 나의 시간과 감정을 말없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주름 하나하나에 성장의 흔적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기억, 고민, 환희, 다짐, 슬픔, 만남이 얼굴 안쪽을 감으며 만든 삶의 궤적이다. 단순히 나이 듦이 만든 주름이 아니다. 생각이 흐르다 꺾이고 스며들고 겹친 자리다. 내가 살아온 날들이 숨어 있는 곳이 아닌가.

 

지나고 보니 다녔던 직장은 안락한 삶을 영위하게 하고 내 인생을 주름잡게 해준 고마운 회사였다. 동료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물속 백조의 발처럼 바빴던 시간이 그래도 행복했다. 서로 모진 말로 상처 주고 상처받고 이름 석 자도 보기 싫었지만, 함께 접혀 있다. 사람은 세상 순리를 따라야 행복하다는 진부한 아버지의 충고를 받들었다. 늦은 나이까지 혼자인 나에게 남자 사랑도 받아봐야 한다고 늘 안타까워하신 말씀을 거부하지 않고 늦게라도 사랑받아보고 있다. 자식은 낳아 길러 보지 않았으니 한 줄은 접히지 않은 것 같다. 좋은 세상 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했는지 참았는지 악다문 입가에 목각 줄 인형처럼 주름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내 얼굴은 나와 세상이 만들어낸 작품이지 싶다.

 

다시 거울을 본다. 들뢰즈의 주름을 떠올리기 전의 주름이 아니다. 부드러운 곡선 안에 내 삶이 숨겨져 있으니, 내 얼굴의 주름을 지운다면 나의 기록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름은 나의 바깥이 아니라 나의 가장 안쪽이다. 앞으로 새로운 주름을 곱게 접어 나의 미래를 주름잡아 볼까나 싶다.

 

약력

경남 하동 출생,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건설경영학 전공, 공학석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가로 등단,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문예창작반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건설단체 근무'36', 건설교통부장관 표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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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수필, 조선연의 '접히고 접히고 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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