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통영 출생, 문학박사, 시인 ․ 수필가 ․ 평론가, 인제대학교 ․ 가야대학교 외래교수 역임, 시집: '소년의 휘파람' 등 9권, 수필집: '해무를 벗기다' '베란다' 평론집: '은유의 인문학', 학술저서: '한국 현대 해양시 연구', 출강 : 인제대학교 외래교수, 가야대학교 외래교수를 역임, 현재 신라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활동 :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 시인이자, 수필가 ․ 문학평론가로 활동 -부산문인협회 월간 『문학도시』 주간 역임 - 영호남문인협회 상임고문 및 주간 역임 - 부산문인협회부회장(16, 18대) 역임 - 부산여성문인협회 회장 역임 - (사)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14, 15대) 역임 -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부이사장 역임 - 현 한국창작가곡협회, 한국바다문학회, 사상문화예술인협회 부회장, - 현 영호남문인협회 회장 - 현 사상구보 편집위원, - 현 은가람문학 발행인 등, 수상 : 부산문학상 대상, 영호남문학상 대상, 부산여성문학상 대상, (사)부산시인 협회 본상, 한국해양문학공모전 최우수상, 사상문화예술인협회 문화상 등
나무의자
박미정/시인. 수필가
베란다에 나무의자 하나 내놨다. 셋이 다닥다닥 앉을 수 있는 의자인데 창밖으로 향하게 두었다. 집 안에서 옮겨 다니다가 제자리옳게 찾은 모양새가 예쁘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땐 거기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사색도 즐기는 장소가 되었다. 처음부터 집 안에 둘 적당한 장소가 마땅찮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나는 길에 즉흥적으로 구매했다. 거실에다 부엌에다 이리저리 옮기기를 여러 번, 그리고 긴 벽을 따라 길게 놓기 또한 여러 번, 모두 제자리가안 됐다. 그러다보니 눈엣가시가 되기 시작했다. 남 주기는 아깝고 내가 쓰기는 불편한 그것을 어디에 둘까 고심하고 찾다가 베란다에 놓은것이다.
베란다에도 구조조정이필요했다. 쭉 서 있는 화분들을 한쪽으로 몰았다. 혼자 옮기기에는 좀 무거운 무게다. 세로로 세워서 의자 발아래 수건을 깔고 밀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일이 우리가 사는 일 아닌가. 사는 일에서 생긴 꾀로 나무의자는 베란다 주인이듯 자리 잡았다.
나의 그 의자 하나를 놓고 작은 카페라거나 내 기분 꼴리는 대로 부른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자리지만 근사하기 이를 데 없다. 물걸레로 닦고 마른걸레로 마무리하면 제법 반질반질하다. 주변에 있는 화분을 정리 정돈하였으니 품격도 높아졌다. 입소문을 냈다. 입소문이라야 언니한테 한것뿐이지만 언니는 항상 잘했다고 하니까 내 만족이 크다.
수필 한 편 썼다. 제목은「나무의자」이다. 언니한텐 폰을 연결하여 내레이터 하면서 신이 났다. 내일쯤조카한테까지는 소문이 들어갈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나와 나무의자 사이에는 허무도 있었다. 인연이 있어 사오긴 했으나 제자리가없어 처리를 고심하는 현실이 슬펐다. 좁은 집이 의자가 자리를 잡기에는 좁은 문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오늘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앉으면서 잘 탈수한 덧버선 서너 개를 펴 널었다. 어릴 적 어머니가 툇마루에다 항상 나물거리를 말렸다. 나는 나물을 말리듯 덧버선을 짝짝 펴서 띄엄띄엄 널었다. 열어 둔 창문 사이로 바람이 들어왔다. 시원한 바람이 옛날 적 바람처럼 머리카락을 날리고, 나는 어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감은 머리카락을 수건을 말아 감쌌다. 앉아서 앞산을 보니 그리움이듯 산안개가 얼핏 설핏 날아다니며 안개꽃을 피운다.
어머니는 해거름이면 아침처럼 마루를 깨끗이 닦으셨다. 나는 어릴 적엔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마루 끝에 앉아서 발을 흔들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일을 즐겼음은 분명하다.
어릴 적 기억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마루 끝에 앉아서 두 발 흔들며 놀기다. 그러나 그보다 마루를 닦는 어머니 모습이 좋았는지 모른다. 나무냄새가 배어있는 그 마루 끝에 앉으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저녁별은 나를 따라 빛났다.
마당 가운데 평상이 있었다. 여름에는 해가 지나간그 이후의 시간은 평상에서 일어났다. 수박을 깨는 일이라든지 냉국수를 먹는일이라든지 평상보다 더 편한 엄마 무릎에다 머리를 뉘고 하늘을 보다가 스르르 잠드는 일도 평상 위에서 일어났다. 이런저런 추억으로 쳐다보니 나무의자는 나의 추억을 베끼고 나의 낭만을 베낀 것이 아닌가 싶다.
올봄에 흙 다지기를 해준 호접란이 꽃봉오리를 달았다. 잎사귀가 그다지 싱그럽지 않았는데 호재다. 그 화분을 잘 닦아서 나무의자를 황금 분할하여 오른쪽에다두었다. 누구한테 빼앗길 리 만무한데도 내가 앉을 자리를 콕 찍어 시집 두어 권 두었다. 찜해 놓은 것이다. 나무의자 하나를 베란다에다 내놓고 이렇게 말이 많다. 나에게 벌어진 이벤트라서 어쩔 수 없다.
사는 일이란 이벤트가 가끔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만들자. 수시로 아니면 계절마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연중행사로 기획하여 내가 사는 일에 응원을 해보자. 그 응원이 오래가면 좋겠지만 짧으면 또 어떤가. 이벤트는 만들수록 좋은 것이다. 오늘은 나무의자가 있어 든든한 하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