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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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욱 단속 직전 한국 국회의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은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자리를 “반미 모임”이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한국 정부의 외교 행보에 불만을 드러내며, 투자라는 ‘당근’ 뒤에 곧바로 ‘채찍’을 꺼낸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대한기자신문 이강문 기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공장을 전격적으로 급습해 수백 명의 노동자들을 체포하는 장면이 영상과 사진으로 공개됐다. 공장 부지에 군용 차량과 헬리콥터까지 투입된 이번 단속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영상 속 한국인 노동자들이 호송버스 앞에서 양손을 짚고 늘어선 채 허리와 손발이 체인으로 묶이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체포된 475명 가운데 332명이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 본사의 파견 지시를 받고 단기 방문비자나 관광비자로 미국에 들어와 일하다 적발됐다. "회사가 가라고 해서 왔을 뿐"이었던 이들에게 가혹한 단속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ICE비자 조건을 위반한 불법 고용에 대한 수사라며 노동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법 집행의 논리를 앞세운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불법 체류나 비자 위반 차원을 넘어선다. 한국 대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직후, 그것도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런 전례 없는 단속이 이뤄졌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 내 수많은 외국 기업 가운데 왜 하필 한국 기업의 공장이었을까. 이 단속이 사전보고조차 없이 대통령실을 모른 채 진행됐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 정치의 대외 전략적 계산, 특히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신호로 읽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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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9월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에 쇠사슬로 결박해 강제로 이동하는 장면이 공개했다. ⓒ 미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 

더욱 단속 직전 한국 국회의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은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자리를 반미 모임이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한국 정부의 외교 행보에 불만을 드러내며, 투자라는 당근뒤에 곧바로 채찍을 꺼낸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외교·정치적 계산의 그늘에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체인에 묶여 끌려가는 수백 명의 노동자들은 불법 체류자이전에 누군가의 가족이고, 단순히 지시를 따라 일터에 선 노동자일 뿐이다. 그들의 인권과 존엄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성공이라는 말이 오갔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화려한 수사 뒤에 숨은 불평등한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직시할 때다. 이번 사건은 한국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권익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또한 외교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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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한국인 체인에 묶인 노동자들, 단속 너머의 진실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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