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월,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한국에 역사적 기회다. 이를 계기로 한중일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평화 공동체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한중일 평화 공동체’는 강대국 경쟁 속의 소극적 대응책이 아니다.
[대한기자신문=사설] 격랑의 시대다. 미·중 패권 경쟁은 신냉전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북한의 핵 위협과 북·중·러 밀착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안보를 뒤흔들고 있다.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의 가치를 흔들며 한국에 더 큰 방위비 부담과 무역 압박을 예고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지정학적 격변 속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바로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 일본과 함께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중일 평화 공동체’는 결코 낭만적 이상이 아니다. 3국은 세계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경제 대국이며, 서로에게 핵심 무역 파트너다.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시대에 어느 한 나라를 배제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팔을 자르는 일과 다름없다.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우리가 평화를 모색해야 하는 가장 강력한 현실적 이유다.
물론 3국에는 과거사와 영토 문제라는 굴레가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과거에만 묶여 있을 수는 없다. 과거사는 원칙적으로 다루되, 그것이 미래로 가는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갈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관리와 제도화를 통해 파국을 막고 협력의 파이를 넓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25년간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한중일 협력 사무국(TCS), 정상회의와 21개 장관급 협의체는 협력의 가능성을 이미 확인해왔다. 팬데믹 대응과 미세먼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쌓은 신뢰는 공동체의 초석이 될 수 있다.
핵심은 협력의 제도화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기후변화 대응, 4차 산업혁명 기술 표준화 등 공동의 이익이 걸린 분야부터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 세대의 교류 확대가 절실하다. 청년과 학생, 시민사회가 만나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할 때, 비로소 평화는 뿌리내린다. 대학 학점 교류, 청년 문화·스포츠 교류, 언론인 공동 프로그램은 혐오와 불신을 넘어서는 중요한 통로가 될 것이다.
오는 10월,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한국에 역사적 기회다. 이를 계기로 한중일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평화 공동체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한중일 평화 공동체’는 강대국 경쟁 속의 소극적 대응책이 아니다.
오랜 갈등과 불신을 넘어 동북아에 새로운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여는 역사적 과제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담대한 상상력과 용기 있는 실천으로 미래 세대에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도움: 이창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