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세 이후의 식단은 단순히 ‘먹는 습관’이 아니라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생활 의학이다. 노후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금이나 자산 관리 못지않게, 하루 세 끼의 식탁을 설계하는 일이다.

[대한기자신문 이강문 건강리포터] 55세 전후는 단순한 나이의 경계가 아니다. 신체적·정신적 전환점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평균 기대수명은 83세를 넘어섰지만, 건강수명은 73세에 머문다.
즉, 약 10년은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55세 이후의 식습관은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건강수명과 직결된 전략적 선택이 된다.
첫째,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은 노년기 식단의 기본이다.
한국영양학회는 50세 이상 성인의 권장 섭취 기준에서 에너지는 줄이되 단백질, 칼슘, 비타민 D의 비중을 높이라고 권고한다. 이는 대사율 감소와 근골격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실을 반영한 지침이다. 흰쌀밥 중심 식단 대신 잡곡, 채소, 해조류를 곁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단백질 섭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사르코페니아)는 낙상, 골절, 대사질환 위험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5세 이상 성인에게 체중 1kg당 1~1.2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
예컨대 60kg 성인이라면 하루 최소 60g이 필요하다. 생선, 콩류, 달걀, 살코기 등 소화가 잘 되는 단백질원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항산화 성분의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폴리페놀·비타민 C·베타카로틴 섭취가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낮춘다고 보고했다.
한국 전통의 나물과 김치, 제철 과일은 서양의 슈퍼푸드에 못지않은 항산화 보고다. 특히 색깔이 진한 채소일수록 효과가 크다.
넷째, 염분과 당분 절제는 가장 강력한 예방 전략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하루 소금 섭취량을 5g 이하로 권고하지만, 한국인의 평균 섭취량은 여전히 9~10g 수준이다. 고혈압, 만성 신장질환, 심혈관 질환의 상당 부분이 과다 염분에서 기인한다.
또 가공식품과 음료에 포함된 숨은 당분은 비만과 당뇨병을 악화시킨다. ‘싱겁게, 담백하게, 자연식품 위주로’라는 원칙이 필요하다.
다섯째, 수분 관리의 중요성도 간과하기 쉽다.
노년층은 갈증 인지가 둔화돼 만성 탈수에 노출되기 쉽다. 체내 수분 부족은 인지기능 저하, 변비, 요로감염 등으로 이어진다.
하루에 반드시 1.5~2리터의 물을 일정하게 나눠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커피나 알코올은 수분을 빼앗는 작용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섯째, 정신적 만족과 사회적 교류를 동반한 식사는 영양만큼 중요하다.
서울에 모 의대 연구에 따르면 혼자 식사하는 노년층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증 발병률이 1.5배 높았다.
식탁은 영양 공급의 장이자 사회적 관계의 장이다. 함께 나누는 식사는 식욕과 소화 기능을 개선하고 정서적 안정에도 기여한다.
결국, 55세 이후의 식단은 단순히 ‘먹는 습관’이 아니라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생활 의학이다. 노후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금이나 자산 관리 못지않게, 하루 세 끼의 식탁을 설계하는 일이다.
약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식단은 노화를 늦추고, 병을 예방하며,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오늘 무엇을 먹었는가? 그 선택이 곧 내일의 나를 결정한다.
지혜의 나이에 걸맞은 식단 관리가 이루어질 때, 55세 이후의 삶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고 존엄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움: 이창호 국제중의사 겸 백세보감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