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여야 한다. 현재 한중 무역에서 원화-위안화 직거래 비중은 20% 내외에 그치고 있다. 정책적 인센티브와 함께 금융인프라 개선을 통해 이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글로벌 금융질서의 조짐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기자] 세계 경제의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부상은 단순한 통화 경쟁을 넘어 새로운 세계 금융질서의 도래를 예고한다.
대한민국은 이 변화에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미·중 간 패권 경쟁의 틈새에서 포괄적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지금이 준비할 때다.

위안화 국제화의 현주소와 전망
중국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은 지난 10여 년 간 눈에 띄게 상승했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포함시키면서 공식적으로 준준비통화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후 중국은 대외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협정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40개 이상의 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고,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등 주요 자원 수출국들과의 위안화 결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경제의 다극화와 통화 다원화 추세
세계 경제가 다극화되면서 통화 체계도 자연스럽게 다원화되고 있다. 미국의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차 세계대전 직후 50%에 육박했던 시절과 달리 현재는 25% 내외로 줄었다.
경제력이 분산되면서 단일 통화의 패권적 지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유로화와 엔화 등 기존 통화들이 달러를 대체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위안화의 도전은 이전과 양상이 다르다.
중국의 경제 규모,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치, 디지털 통화 발전 속도 등에서 근본적인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의 혁신적 잠재력
중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과 보급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다. 디지털 위안화(e-CNY)는 이미 국내 시범사업을 넘어 국제 결제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기존 스위프트(SWIFT) 시스템을 우회하는 새로운 국제결제 인프라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디지털 위안화는 결제 효율성 향상, 금융 포함성 확대, 통화정책 효과성 제고 등에서 장점을 가진다. 특히 제3국과의 거래에서 중간환전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개도국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과 대비 필요성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70%가 넘는 개방경제체제로서 글로벌 통화질서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의 25%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위안화 변동성에 노출된 정도는 매우 높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비중은 2023년 말 기준 7.2%로, 달러(70.3%)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의 통화 다각화는 환율 리스크 관리와 외환시장 안정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선제적 대응을 위한 포괄적 전략
첫째, 위안화 외환보유액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10-15%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이는 통화다각화의 원칙과 함께 위안화 가치 변동에 대한 헤지(Hedge) 수단이 된다.
둘째, 한중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여야 한다. 현재 한중 무역에서 원화-위안화 직거래 비중은 20% 내외에 그치고 있다. 정책적 인센티브와 함께 금융인프라 개선을 통해 이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디지털 위안화에 대응한 기술적·제도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행도 디지털 원화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와 구체성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디지털 위안화와의 상호운용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금융기관들의 위안화 금융상품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위안화 채권, 위안화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위안화 노출을 자연스럽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장기적 비전과 균형 감각
위안화의 부상에 대비하는 것은 달러 패권에 대한 대항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경제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어야 한다.
한국은 미·중 간 갈등에서 한쪽을 선택하기보다는 양측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전통적 외교 노선에 충실해야 한다.
통화 다원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위안화가 당분간 달러의 지배적 지위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도 필요하다.
위안화의 완전한 자유변동성, 자본계정 개방, 법치주의 미비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변화의 흐름을 읽는 지혜
국제통화체제의 변화는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위안화의 부상은 단순한 통화 간 경쟁을 넘어 세계 경제의 구조적 전환을 반영한다. 대한민국은 이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전환할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
통화 다각화, 위안화 결제 인프라 구축, 디지털 통화 개발 등 다각적인 대비를 통해 한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한미동맹의 견지와 한중 경제협력의 심화라는 양측 외교의 균형감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것이다. 달러에만 의존하지 않는 현명한 준비가 대한민국 다음 세대의 경제적 안정과 번영을 보장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때다.

* 필자는 광저우의 상징인 광저우탑을 배경으로 서서 미소와 함께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는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미래와 희망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2023,2024,2025,중국경제사회포럼(정협지도)을 유일하게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