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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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 후 첫 공부는 마음 챙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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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박사 【평생교육,송곡대학교 객원교수퇴직하고 나니, 하루가 너무 길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많은 신중년들이 퇴직 직후 내뱉는 공통된 고백이다. 시계처럼 움직이던 출근 알람은 사라졌고, 명함은 더 이상 내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연금과 재무 계획은 준비했지만, 막상 맞이한 하루는 예기치 않게 공허하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무너지는 마음을 단단히 붙잡는 힘이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이 강조했던 정좌(靜坐), 곧 고요히 앉아 스스로를 성찰하는 공부는 퇴직 세대에게 여전히 절실한 처방이 된다.

 

퇴계는 정좌를 단순한 명상법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마음의 흐름을 차분히 들여다보며 욕심을 비우고 본성을 지키는 공부로 여겼다. 그는 제자들에게 고요히 앉아야 마음의 주인이 된다라며 순간의 욕망이 뜻을 흐리지 않도록 경계했다. 정좌는 일시적 위안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내적 중심을 세우는 정신적 기초 공사였다. 퇴직 후 신중년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혼란도 사실은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의 동요다.직함이 사라진 자리에 불안이 들어오고, 반복되던 일과가 끊기자 허무가 몰려온다. 이때 정좌는 삶의 항로를 잃은 마음에 닻을 내리고, 흔들림 없는 중심을 세우게 한다.

 

오늘날 심리학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2024)에 따르면, 퇴직 직후 우울·불안을 호소하는 중장년의 비율은 42%에 이르며, 규칙적인 마음 챙김·명상 활동에 참여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정서 안정도가 두 배 높게 나타났다. 단순히 호흡을 고르고 눈을 감는 10분의 시간만으로도 자존감 회복과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좌는 단순히 불안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뇌의 안정 회로를 강화하여 집중력·자기 통제력을 높여준다. 퇴계가 말한 마음의 주인 되기는 오늘날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조절 능력과 같은 맥락이며, 이는 신중년이 새로운 배움이나 관계를 시작할 때 주저하지 않게 만드는 내적 힘이 된다.

 

정좌는 마음을 다스리는 동시에 일상의 리듬을 회복시킨다. 새벽에 눈을 뜨고 어쩔 줄 몰라하던 사람이, 일정한 시간에 앉아 호흡을 고르며 하루를 시작하면 다시 리듬이 생긴다. 신중년 인생 3모작은 새로운 직업을 찾는 일만이 아니라, 삶의 생활표를 다시 짜는 과정이다. 몸이 쉴 때 마음이 흔들리고, 마음이 흔들리면 삶 전체가 무너진다는 퇴계의 경계는 곧 마음을 지키는 일이 생활의 출발점임을 일깨운다.

 

정좌는 관계의 품격도 바꾼다.성급한 반응을 줄이고, 말을 내뱉기 전에 마음을 다잡으면 갈등이 줄고 신뢰가 쌓인다. 퇴계집에는 제자들이 다툼이 생길 때마다 스승이 먼저 침묵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충분히 사색한 뒤에야 답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습관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퇴직 후 생활에서, 성급히 내뱉은 말은 쉽게 상처가 되지만, 정좌로 다스린 침묵은 관계를 지키는 방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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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년 세대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정좌의 힘과 평온의 이미지/DALL·E 생성

 디지털 시대에 정좌는 오히려 더 절실하다. 스마트폰 알림, 쏟아지는 뉴스, 온라인 영상은 마음을 더 분주하게 만든다. 그러나 퇴계의 방식처럼 단순히 고요히 앉아 호흡을 세고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습관은 디지털 소음 속에서도 신중년에게 중심을 준다. 일본 50+ 세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2025)에서도, 정기적으로 명상·정좌를 실천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사회적 재참여율이 30% 이상 높게 나타났다. 마음이 안정된 사람이 새로운 관계와 일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증거다.

 

정좌는 거창한 수행이 아니다. 집 안의 의자에 앉아 호흡을 세고, 아침 햇살이 드는 창가에서 잠시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작은 습관이 쌓일 때, 마음은 외부의 흔들림에 휩쓸리지 않는 내적 근육을 갖추게 된다. 퇴계가 남긴 정좌의 공부는 결국 신중년 인생 3모작을 위한 첫 공부다.

 

퇴직은 직장의 끝이 아니라 마음의 전환점이다. 신중년이라면 먼저 정좌(靜坐)로 마음을 세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명함보다 마음이, 경력보다 내면의 평정이 더 큰 자산임을 기억하라. 하루 10분의 정좌는 신중년 인생 3모작의 가장 값싼 보험이자, 동시에 가장 확실한 투자다.

 

/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인생3모작 전문가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LH인재개발원 미래설계지원센터장, 국토교통인재개발원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기사제보charlykim@hanmail.net).

김한준 논설위원장 기자 kcunews@daum.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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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김한준의 신중년 인생3모작 (15)] 정좌(靜坐)의 힘, 마음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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