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은 국민의힘 편이 아니다.
[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 정치의 시간은 냉정하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국민에게 심판받은 이유를 냉철하게 성찰하기보다는, 극우적 프레임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보수의 재건’이라는 과제는 구호로만 남아 있고, 현실은 내부 분열과 정체성 혼란으로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새로 선출된 장동혁 대표에게 거는 기대도 크지 않다. 그는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보다 ‘자기 정치’에 치중한다는 평가가 많다. 당내 권력 지형을 장악하려는 계산이 우선시되다 보니, 쇄신의 비전은 희미하고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변화의 답안지는 비어 있다.
더욱이 친윤 세력과 다른 세력들조차 장 대표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현실은, 정당 내부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잘 보여준다. 지도부가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는커녕, 오히려 계파 간 견제와 냉소 속에서 정당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인적 교체나 외부 인사 영입으로는 국민의 불신을 돌파할 수 없다. 유권자들은 이미 수많은 ‘쇄신 쇼’를 경험했다. 그들은 이제 ‘누구를 앉히느냐’가 아니라 ‘정당이 어떻게 변했느냐’를 묻는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기득권적 정치 행태를 뿌리째 흔들어내는 창조적 파괴다.
경제학자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는 단순한 해체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그 위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과정이다.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낡은 프레임과 계파 정치, 과거 권력에 매달리는 언어를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하고, 사회경제적 약자와 미래 세대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보수의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당내 민주주의를 제도화하여, 소수 계파가 당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물론 창조적 파괴는 위험하다. 당장은 극심한 혼란과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그 위험을 피하려는 순간, 국민의힘은 정치적 소멸의 길을 피할 수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다가 사라진 정당들은 이미 역사 속에서 숱하게 목격한 바 있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보수다. 과거의 영광을 되뇌는 집단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원칙 위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정당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여전히 답답한 틀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차라리 창조적 파괴를 택하는 것, 그것이 이 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일지 모른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지 않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