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칼럼니스트] 세계 경제와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오늘, 한중협력의 무게 중심은 점차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동하고 있다.
지역 간의 교류와 협력이 국가 관계를 보완하며, 보다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남 고흥군과 중국 길림성이 맺은 교류 협력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통해 ▲길림성 초중고 학생들의 고흥 유학 추진 ▲단순·계절 근로자 유입 확대 ▲문화 및 농업 분야 교류 사업 활성화 등 다방면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는 단순한 교류 행사를 넘어, 두 지역 모두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협력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길림성과 고흥군은 농업을 주축으로 성장해온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화와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농촌 지역은 청년층 유출,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협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고흥군이 추진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농번기 인력난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길림성 학생들의 고흥 유학은 지역 교육기관과 문화 교류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단순한 인력 수급이나 학생 교류를 넘어, 양측 주민 간의 이해와 우정이 쌓이고 상호 존중의 문화가 형성될 때,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협력 관계가 구축될 것이다.
고흥군 부군수는 이번 만남이 인적 교류와 우호 협력이 더욱 심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길림성 관계자 역시 농업 중심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강조하며, 문화·경제·인적 분야의 교류 확대를 통해 공동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방정부가 국가 차원의 외교를 보완하며, 현장의 필요와 미래 지향적 비전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고흥군은 이번 교류가 안정적인 지역 노동 인력 확보와 교육, 인구 정책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내 귀농·귀어 정책과 외국인 인구 유입 정책을 병행함으로써,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단순한 외부 인력 유입을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재건하려는 전략적 접근이다.
이러한 협력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뒤따른다. 우선, 교류의 초점이 단기적인 인력 수급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인 인적 자원 개발과 문화 융합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또 학생 교류 프로그램은 언어와 문화 교육을 포함해 상호 이해를 넓히고, 노동력 협력은 단순한 고용 관계를 넘어 양측의 농업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둘째, 지방정부 간 협력이 정치·외교적 상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 교류가 국가 외교 정책의 변동에 종속된다면, 신뢰와 지속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양측 정부와 민간, 그리고 학계가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인 협력 플랫폼을 마련해, 정책의 일관성과 상호 신뢰를 높여야 한다.
셋째, 지역 주민의 지지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방 간 교류가 성공하려면 주민이 그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그려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류 사업과 지역 발전 전략이 주민의 삶과 직결될 수 있는 포용적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고흥군과 길림성의 이번 교류는 지방정부가 국가 간 협력을 보완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전환점이다. 더 나아가 이는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제 중앙정부 중심의 외교와 무역 협상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역 문제를, 지방정부 간의 협력과 주민 중심의 교류가 풀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21세기 국제관계는 더 이상 수도와 대도시의 외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각 지역의 독창적인 자원과 필요, 그리고 주민의 삶이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실질적 다리가 되고 있다.
고흥군과 길림성이 시작한 이 교류의 길이, 한·중 관계를 넘어 지방과 지방이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상생의 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