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상선 수필가는 경남 함안 출생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졸업, 신학대학원 졸업 목회대학원 졸업 신학석사 , 미국 코헨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중 영남총회신학교 교수 역임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대지
강상선/ 수필가
대지 大地가 뜨겁다. 내가 살아가는 땅덩어리가 아프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잠시도 걷기가 힘들 정도로 목마르다.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로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내리쬐는 뙤약볕이 마치 나를 공격해 오는 듯 쏟아 댄다. 도심 속에선 그나마 빌딩의 그림자 덕분에 조금은 덜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시골의 온열은 마치 사우나 속을 거니는 느낌이 들면서 필리핀의 해외 첫 발걸음이 내게 준 느낌이 떠올랐다. ‘하늘 아래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어찌하여 뜨거운 열기 속에서 살아야 하며, 신발이 없이 맨발로 어린 것들이 살아가야 하는가?’ 내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함부로 비방했던 20년 전의 일들이 생각이 난다. 필리핀에 첫발을 딛는 순간 어이없는 일들이 나를 비참하게 느낄 정도였다. 조그마한 어린아이가 손을 내밀어 ‘천 원만 주세요’ 까만 눈망울에 신발을 신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와 한 말이다. 불쌍한 느낌이 들기도 하여 얼른 천원을 건네주었던 기억이 난다. 차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보니 나무 그늘 밑에 젊은 남자들이 누워있는 모습이 보인다. 순간 스치는 느낌이 ‘저렇게 게으르게 놀고 있으니 가난한 나라구나’ 비방한 일이 생각났다. 더운 날씨에 몸을 지탱하는 것만도 힘든 일이었다. 몸소 체험을 하면서 비방한 것을 회개했던 기억이 난다. 현재의 날씨를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하나님의 영역인 것을 뉘우치기도 하였다.
하나님의 창조 시대는 인간이 살기좋은 환경이었다. 깨끗한 공기와 다양한 먹거리를 안심 놓고 마실 수 있었고 먹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나눔과 사이좋은 이웃과 이웃, 살기좋은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욕심이 없어 울타리가 없었고, 의심도 없는 웃음 가득한 아름다운 동산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더 갖고 싶은 욕심이 이웃을 멀게 만들었고, 주머니 속에는 두 개의 저울로 남을 속이는 일들이 여러 곳으로 누룩처럼 번져가서 결국은 원점인 나에게로 돌아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요지경이 된 것이다.
하나에서 시작하여 열, 백, 천, 만으로 퍼져가 셀 수 없는 속임이 늘어나 결국은 인간의 도덕의 선을 넘어 하나님의 자리까지 넘보는 위험한 사태까지 이르렀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한심한 속셈이 하품을 나게 만들어간다. 짧은 인생인 것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일까? ‘저 멀리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동산을 보라’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누워있기만 하는 곳을 말이다.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다 왔다.’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들려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뒷받침하는 거룩한 손길이 있으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조용히 교회로 들어와 아름다운 찬양을 들으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내가 쉴 곳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 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지나온 흔적을 되새겨본다. 참으로 주의 일을 하겠다고 많이도 뛰어다니기도 했었지? 늦은 나이에 신학을 하였기에 4개의 가방이 동시에 흔들렸었지, 3 아이들 것이랑. 작은 교회로 시작해서 큰 교회로 옮겨가며 수많은 훈련을 받으며 나를 다듬어 갔다. 하루를 25시간으로 만들어가기도 했었다. 총알처럼 빠른 시간표 속에서 견주어 가던 시간이 이제는 더 속도를 내어 빠르기만 하다.
지구의 온도가 따뜻함에서, 이제는 뜨거움으로 인간의 체온과 버금가는 환경 속으로 들어왔다. 변화 되어가는 환경을 뚫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잘 적응해야 살 수 있게 되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앞서가는 지도자가 일어나 함께 뜨거움을 걷어내고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힘쓰고 애씀이 있기를 기대하며 잠을 설치는 밤이었다. 온종일 뜨거웠던 열기가 새벽이 되어가니 차츰 대지 大地의 열기가 식어져 있는 것 같았다. 때를 놓칠세라 농부의 마음이 바쁘기도 하다. 멀리서 잡초를 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침 식사 전에, 뜨거움이 내려오기 전에 일을 마치려는 계산이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자기 생명을 유지하며 커가는 식물이 있다. 복분자 열매가 까맣게 익어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들깨 잎사귀가 웃고 있고, 오이도 노란 꽃잎을 터뜨리며 열매를 맺어간다. 날마다 물을 주는 주인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 호박꽃도 앉은 채로 둥그런 큰 자식을 안고 있었고, 뒤질세라 보랏빛의 고고함을 자랑하며 자라가는 도라지도 온갖 노력을 하고 있었다. 식물은 주인이 주는 것을 먹고 자라 그대로 고마움을 노래하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감사를 잊은 채 살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정신을 못 차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뉘우치라고 뜨거운 열기를 선물하는 것일까?
이제 자신을 돌아보며 더 늦어지기 전에 되돌아가는 연습을 마음부터 먹어야 한다.
하늘 아래서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모두를 용납하고 보듬어 가야 한다. ‘보기가 싫은 의사라고 몸이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같이 죽게 될 것이다. 마음으로 보듬어 갈 때 좋은 일들이 있을 것이고, 가슴으로 품을 때 내가 사는 것이다. 지금도 지구는 하나의 덩어리로 태양을 돌고 있다. 인간이 생각지도 못하는 하나님의 큰 손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모두가 같이 뜨거움을 느끼고, 같이 추위를 느끼며 살고 있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없는 한계를 초월한 우주의 주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태양이 서산으로 넘어가매 뜨거움이 한고비 넘어가 가을을 앞당기는 느낌이 든다.
숲 사이에서 매미 소리가 힘차게 들려온다. 노래 따라 시원함도 같이 몰고 오려는가, 숨도 쉬지 않고 노래하는 매미는 폐활량이 높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자녀가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듯이, 벗어날 수 없는 대지를 가꾸어가는 시원한 손길을 기다려 본다. 내가 서 있는 大地, 대지大地는 어머니의 품이다.
▼약력
. 경남 함안 출생
.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졸업
.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졸업, 신학대학원 졸업. 목회대학원 졸업. 신학석사
, 미국 코헨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중
. 영남총회신학교 교수 역임
.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