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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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탁 한켠에 놓인 빈 의자, 혹은 마음속 깊은 곳에 아직도 앉아 있는 듯한 누군가의 그림자. 명절은 가족이 함께하는 기쁨의 시간인 동시에,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가장 절실히 느끼게 하는 시간이다.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올해도 어김없이 65회째, 중추절이 다가왔다. 유난히 밝은 보름달이 하늘에 걸릴 즈음이면 우리는 늘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빈자리'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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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한켠에 놓인 빈 의자, 혹은 마음속 깊은 곳에 아직도 앉아 있는 듯한 누군가의 그림자. 명절은 가족이 함께하는 기쁨의 시간인 동시에,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가장 절실히 느끼게 하는 시간이다.

 

2025년의 중추절은 더욱 특별하다. 급변하는 세계와 불안정한 정세, 여전히 이어지는 분단의 현실은 우리에게 공동체와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달빛이 가장 둥글고 환한 날, 우리는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지만, 그 손이 닿지 못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그곳이 바로 빈의자.

 

빈의자는 단지 물리적으로 비어 있는 의자가 아니다. 그곳은 우리가 미처 채우지 못한 마음, 전하지 못한 말, 그리고 다가가지 못한 사랑의 자리를 상징한다.

 

부모님 곁을 오래 지키지 못한 자식에게, 혹은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에게, 빈의자는 한없는 그리움이자 미안함이다.

 

나는 중추절이 다가올 때마다 내 안의 빈의자를 마주한다.

 

청춘의 어느 시절, 함께 꿈을 나누던 친구 중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남아 있지만, 자리를 마련해 줄 의자가 더는 필요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명절이 주는 따뜻함 속에서도 그 빈자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또 다른 빈의자는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 속에 존재한다. 휴전선 너머 북녘 땅에서 명절을 보내는 동포들은 여전히 우리가 건널 수 없는 강 너머에 있다.

 

언젠가 한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송편을 빚을 수 있을까. 그 날이 올 때까지 빈의자는 한반도 전체가 함께 지닌 상처이자 희망이다.

 

올해 중추절에는 한·중 관계의 빈의자도 생각하게 된다. 수교 33주년을 맞이했지만, 정치와 경제, 문화의 흐름 속에서 양국 간 이해와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오랜 교류의 역사를 뒤로한 채 때때로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는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아쉬움과 과제를 남긴다.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시점에, 오히려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빈의자를 마주하는 일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미처 하지 못한 대화, 전하지 못한 사과, 혹은 끝내 다가가지 못한 화해의 손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의자를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때,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된다.

 

중추절의 달빛은 유난히 따뜻하다. 그 빛은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과 친구, 또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도 스며든다.

 

달빛 아래의 빈의자는 고요하지만 결코 공허하지 않다. 그곳에는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다가가려는 우리의 의지가 함께 앉아 있다.

 

필자는 올해, 중추절에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의 빈의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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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은 단순히 개인의 추억을 넘어, 공동체와 사회, 나아가 국가 간의 관계까지 아우른다. 아직 다가가지 못한 사람, 아직 화해하지 못한 이웃, 아직 손을 잡지 못한 이들이 그 빈자리에 앉아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빈의자를 채워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은 거창한 결심이나 거대한 희생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다.

 

이번 중추절, 식탁 위의 빈 의자를 다시 바라본다. 그 의자에 앉을 누군가를 마음속으로 초대한다.

 

그 이름이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혹은 오랫동안 등을 돌렸던 이웃일 수도 있다. 우리가 그 빈자리를 채울 때, 중추절의 달빛은 더욱 둥글고 환하게 빛날 것이다.

 

올해 보름달 아래에서 우리는 각자의 빈의자를 바라본다. 또 다시 다짐한다.

 

빈의자를 채우는 것은 그리움을 끝내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와 희망의 시작임을...,

 

중추절이 단지 전통의 명절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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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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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2025년 중추절을 맞이하며, 나의 '빈의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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