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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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순간 배를 타고 섬 가까이 다가서면, 물결에 비친 첫 햇살이 바위의 결마다 금빛 실루엣을 드리운다.

[대한기자신문=여행기행 | ·사진 = 이강문 기자] 남해안의 바다를 따라 길을 달리다 보면, 시야가 서서히 열리고 어느새 한 폭의 거대한 산수화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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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바로 거제도 바다의 해금강(海金剛)이다. 거친 바다 위로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햇살에 부서지며 황금빛 물결을 띠는 그 모습은,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선 경외의 대상이다.

 

오래도록 바람과 파도가 조각해낸 해금강은 한국인에게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거제의 아침은 바다 안개로 시작된다. 특히 가을과 초겨울 사이, 해가 막 솟기 전의 해금강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잔잔히 피어오르는 안개 사이로 바위섬들이 마치 고대의 신전처럼 솟아 있고, 바닷새들의 날갯짓이 아침의 정적을 깨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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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배를 타고 섬 가까이 다가서면, 물결에 비친 첫 햇살이 바위의 결마다 금빛 실루엣을 드리운다.

 

수많은 화가와 시인들이 그 빛을 두고 남해의 붓끝이라 노래한 까닭이다.

 

해금강은 사실 하나의 섬이 아니라 수많은 절벽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작은 군도다.

 

그 중심에는 사자바위, 촛대바위, 그리고 십자동굴과 같은 명소가 자리한다.

 

특히 촛대바위는 자연의 손길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보여준다. 바닷물과 바람에 깎이고 깎여 세운 듯 솟아오른 바위는 해금강의 수문장처럼 서서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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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을 찾는 여행자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이른 새벽 배를 타고 떠나는 해돋이 투어다.

 

파도가 잔잔할 때 배는 바위섬 사이를 누비듯 미끄러지고,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드는 순간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르면 모든 풍경이 황홀한 금빛으로 물든다.

 

그 빛이 바다를 덮고 바위를 감싸는 순간, 해금강은 그야말로 장관 중의 장관이 된다.

 

전설과 이야기 또 해금강의 매력을 더한다.

 

옛사람들은 바위의 형상마다 신령한 의미를 부여했다. 사자바위는 섬을 지키는 수호신의 형상을 닮았다고 하고, 십자동굴은 기도하는 수도사의 고요함을 닮았다고 전해진다.

 

바닷길이 아직 험하던 시절, 어부들은 이곳을 지날 때면 바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무사한 항해를 기원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 앞에서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오랜 경외심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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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의 매력은 계절마다 다채롭다. 봄에는 바람을 타고 온갖 철새가 섬 주변을 맴돌고, 여름에는 햇빛이 파도에 부딪히며 수정처럼 반짝인다.

 

가을이면 해질 무렵 노을이 바위에 붉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겨울에는 바람에 쓸린 바다와 함께 한층 더 고독하고 웅장한 표정을 짓는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과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해금강이다.

 

거제시 일대는 해금강을 중심으로 한 해양 관광의 거점이기도 하다. 가까운 외도 보타니아의 이국적인 정원과 산책로, 바람의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바다,

 

또 학동 몽돌해변의 자갈 부딪히는 소리는 해금강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자연과 어울리는 조용한 숙소와 향토 해산물 음식점들도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여행은 단순히 경치를 보는 것을 넘어, 그곳에서 흐른 시간과 이야기를 느끼는 일이다.

 

해금강은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 빛과 그림자가 함께 빚어낸 조각 작품이다.

 

우리는 그 앞에서 자연이 선사하는 웅장함과 겸허함을 동시에 배운다. 그 풍경은 누구에게나 감탄을 자아내지만, 오래도록 바라볼수록 더 깊은 성찰을 남긴다.

 

필자는 해금강 앞에서는 말수가 줄고, 마음의 문이 열린다고 했다.

 

거대한 바위와 출렁이는 파도, 끊임없이 변하는 빛의 향연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자연의 한 조각으로 되돌려 보게 된다.

 

그 겸허함이야말로 해금강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해금강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그것은 남해의 품 속에서 수천만 년의 세월을 거쳐 빚어진 예술품이며, 인간의 작은 바람과 거대한 자연의 힘이 만나는 경계다.

 

거제도를 찾는다면, 그 해금강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람의 숨결과 바다의 울림을 들을 일이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이곳이 왜 장관 중의 장관이라 불리는지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여행 Tip

 

해금강 관광유람선은 거제시 남부면 도장포 항에서 출발하며, 기상 상황에 따라 운항이 제한될 수 있으니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해돋이 투어는 일출 약 30분 전에 출항하는 배를 권하며, 가을과 겨울에는 방한복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해금강과 외도, 바람의 언덕을 연계한 하루 일정이 가장 인기 있으며, 인근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싱싱한 해산물 요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푸른 남해의 물결이 품은 보석 같은 풍경, 해금강. 그것은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자연의 위대함을 새기게 하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여행이 끝나도 오래도록 그 황금빛 파도와 바위의 실루엣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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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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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거제도, 그 해금강은 장관 중의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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